[창간 5주년 특집 좌담회]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2부, ‘제주 밭농업과 물류 유통’…유통 문제에 한 목소리 해법
“최저가격보장 조례”…“GAP 선제적 대응”…“농업 중심적 정책”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農業)은 천하(天下)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根本)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식(食)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농업 등 1차 산업이다.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제주에서의 농업은 제주경제를 이루는 커다란 축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보급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미·한중FTA,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개방화 물결로 세계 각국의 농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농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치며 개방 반대를 호소하지만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농업을 홀대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농심(農心)을 달래보지만 오히려 부채만 남는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방과 땜질식 대책,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정(農政), 돈벌이에만 현안이 된 협동조합, 그리고 관행농법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하는 농민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 식량 자급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경쟁력이다. 당연한 논리지만 그게 해법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민일보>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제주농업이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각계 대표를 초청해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제주도의회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농민을 대표해서 고성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 농정을 대표해서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 의정(議政)을 대표해서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제주도의회 FTA대응특별위원장), 학계를 대표해서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좌담회에 임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번 좌담회를 계기로 제주농업에 대한 도민의 관심을 높이고 농업이 제주경제에 큰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대안도 모색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
2. 제주농업의 현재, 감귤구조혁신방안
3. 제주 밭농업과 물류 유통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농업 정책에는 감귤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대학나무’·‘정치작물’이라고 표현될 만큼 제주감귤은 제주농업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큰 위치를 차지한다.

이와 더불어 밭작물 역시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물론 단일 품목으로 감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콩나물 콩·월동무·당근·양배추·콜라비·마늘·양파 등 밭작물 또한 제주농업을 든든하게 만드는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먹거리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주의 밭작물은 그만큼 품질도 좋고 생산량도 많다.

지상중계 2부에서는 ‘제주 밭농업과 물류 유통’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지상 중계한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제주농업에 있어서 감귤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와 더불어 밭작물도 제주농업을 유지하는 중요하다. 이와 함께 물류·유통·생산조직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

“APC의 제대로 운영 안 돼…컨트롤타워 부재”

▲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거점APC(산지유통센터) 정책보고서를 최초로 냈다. 원래 취지는 이를 통해 감귤 컨트롤 타워로 만들 계획이었다.

경쟁적인 컨트롤 타워 체제를 만들어서 감귤 출하조절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랜드·규격·질·당도·산도의 기준 등을 두 컨트롤 타워만 협의가 되면 일본처럼 농민은 생산만 하고 거점APC에 갖다놓으면 판매·유통·선별 등 모든 것을 APC가 해결하는 시스템을 강조했었다.

APC지배적인 유통의 혁신을 통해 생산의 혁명을 가져오자는 게 기본 취지였다. 고품질 외쳐도 안 되니까 유통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근데 지금은 주간농협체제, 지소체제로 하다 보니 브랜드 품질기준이 따로 놀고 있다. 조절할 필요성이 있지만 조절이 전혀 안 된다.

감귤정책의 가장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부재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품질 등을 컨트롤타워를 통해 통일 시켜야 한다.

“감귤 브랜드 제각각…농협의 서비스 안 되는 곳도 많아”

고성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감협에서 맨 처음 지은 것으로 기억한다. ‘불로초 감귤’ 브랜드 하나 있을 때는 팔려고 줄서서 노력했다.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지역단위 농협들도 그걸 따라 하다 보니 농협별 브랜드가 따로 생겨났다. 고성보 교수님의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농협과 감협이 상인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감귤 밭에서부터 해야 한다. 상인들은 농민들에게 감귤 밭에서부터 사간다. 그러면서 상인들이 수확에서부터 뒤처리까지 한다. 내 몸이 힘들어도 선과장까지 싣고 갈 것인지는 농민들이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 직원들이 감귤 과수원에서 싣고 가는 시스템을 확대시켜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하고 있는 농협도 있고 안 되는 농협도 있다.

박원철=일반 밭작물의 경우 집 앞에 두면 농협이 싣고 가야 한다. 이건 농협이 하려고 하는 의지의 문제다.

고성효=같은 맥락에서 혁신안에 제출됐으면 산지경매를 더 고민해야 한다. 이는 뭍으로 가는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취가격을 더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 온다.

“농협에 농산물 판매·유통 역할과 책임 정확하게 부여해야”

▲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FTA대응특별위원장)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FTA대응특별위원장)=일본은 모든 농산물을 밭두둑에 둔다. 농협 직원들이 이를 집하장으로 운송하는 체계가 있다. 유통인과 관련해서 산지유통거점센터가 제대로 취지대로 운영됐으면 자연히 흡수됐을 것이다. 농협의 문제도 있다. 도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사후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감귤뿐만 아니라 애월에 산지유통거점센터가 지어지는데 제대로 거점센터답게 운영될 것인지 도에서 관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특정사업을 특정지역에 주고 마는 것이었다. 감귤만 지금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농협이 다른 밭작물도 감귤과 똑같이 운영하고 있다. 거점산지유통센터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임을 지역농협에 맡겨야 한다. 제주도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여해도 안 된다. 농협에게 농산물 판매·유통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부여해야 한다.

농협에 운송수수료라는 개념을 도입해 배당하자고 했다. 이렇게 하면 나이든 사람들은 좋아한다. 조합원들은 이런 서비스를 원한다. 집하시키는 것도 농협이 의지만 있으면 운송수수료 도입해서 가능하다. 그럼 계통출하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시장 점유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행정이 농협에 끌려 다니고 있다. 심각한 문제다.

고성보=롯데마트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에 감귤을 납품하려면 비파괴선과기를 통과해야만 한다더라. 이러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난 여기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롯데마트와 MOU를 맺는다고 하면 GAP(농산물안전관리) 이상만 받으라고 해라. 그러면 비상품 이야기를 하면서 MOU를 맺을 필요가 없다.

“농협이 제대로 역할 해야…도의 최저가격보장 희망에 농·수협 참여해야”

▲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박원철=현행 조합장 선거법은 현직 조합장에 엄청 유리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경쟁해서 뽑힌 조합장은 8명이다. 다 바뀌었다. 농민들의 농협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허 의원님 말씀처럼 농협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농협이 제역할 수 있도록 행정이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고성보=제주도가 정책자금을 쥐고 있다. 이걸로 흔들 수 있지 않겠나.

고성효=산지거점유통센터가 해당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인지 아닌지 검증을 해야 한다.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서는 곳이 더러 있다. 제주도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도 필요성을 잘 따져야 한다. 의원을 통해 하는 사업을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본다.

허창옥=소득보전 기금운영조례를 만들어서 지자체·생산자단체와 함께 하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근데 농협은 안하고 있다. 집행부(행정)와 합의되면 농협 조합장들과 이야기를 하겠다. 그래서 동의하는 농협과 먼저 시작하겠다.

이번 6월에 운영조례 만드는데 여기에도 반드시 농협뿐만 아니라 수협이 참여하도록 조례안에 넣고 있다. 중요한 이유는 농산물이든 수산물이든 유통을 담당하는 조직이 농협과 수협이다. 이 두 조직에 책임이 있다. 제주도에서 최저가격보장이란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데 농협과 수협이 참여 안하는 건 문제가 있다.

어려워도 해야 한다. 수입의 문제도 있지만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밭작물을 모두 산지폐기 했다. 2013년 경우 산지폐기 물량이 엄청나다. 그때를 보면 수입량도 엄청나다. 수입량이 늘어난 만큼 폐기처분했다. 이럴 바엔 식품가공시설 만들어야 한다. 폐기하는 방식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관련된 분야의 실태를 조사해보면 엉망일 것이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도민일보가 12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있다.
“GAP농산물 생산되도록 해야…수입농산물 막을 수 있는 방어 전략”

고성보=2015년 1월에 농림부가 중요한 발표를 했다. 2025년까지 GAP농산물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는 생산방식과 관련해서 혁명에 가까운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도의회하고 GAP 담당 도청 사무관과 세미나를 해보려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이 혁명이 맞다 손 치면 감귤대책에 이 혁명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지금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를 목표를 세운 것은 실천 불가능하다. 단언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그리고 저투입농법으로 가자. 이는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이것들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최저수준의 계획을 세우고 모든 정책자금을 2017년 이후 정책과 연계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0%로 실패한다. 결국에는 모든 것들을 GAP와 연결해야 한다. 그렇게 농정을 전환해야 한다.

허창옥=GAP농산물로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전히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하면 유기농·무농약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GAP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많을수록 좋다. 인증 농가를 많이 해야 한다. GAP는 외국에서도 인정한다. 감귤 수출농가가 GAP인증 마크를 붙였더니 영국 수출이 가능하더라.

고성보=인도네시아에서는 GAP농산물이 아니면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GAP농산물 아니면 수입을 안 하겠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죽어도 생산이력을 꼭 해야 한다. 이는 물밀 듯이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을 막을 수 있는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환경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농지관리·보리수매 정책 ‘환영’…(가칭)유통공사 설립해야”

▲ 고성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
고성효=그런 노력을 하는 정부였으면 좋겠다. 길게 가야할 토론이지만 우선 이것부터 정리했으면 좋겠다. 농지법 관리강화와 보리가격 보장 발표를 두고 농민단체들이 환영성명 내고 칭찬을 했다. 농민들 통해서 기분이 좋았다.

보리와 관련해서 행정이 좀 더 살펴 달라. 보리 최저가격 보장이 여기서 끝나면 반쪽자리 정책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보리 이후 심을 수 있는 콩도 보리와 같은 방식으로 고민해 달라. 또 희망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

물류문제와 관련해서 한 마디 하겠다. 아시다시피 제주도는 현재 물류문제가 심각하다. 더 부연하지 않겠다. 이와 관련 (가칭)유통공사 설립에 대해 농협과 같이 본격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굳이 공사라는 표현이 아니어도 좋다. 농산물·생필품까지 포함해서 실질적으로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공식 틀을 만들어서 결론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에 소극적…GAP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

▲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이 자리가 뜻 깊은 것 같다. 오늘 많이 배우고 느꼈다. 사실 농협이 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로 알고 있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에 대해 소극적이다. 가동률이 높지 않다. 이것도 문제가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거점산지유통센터와 GAP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특히 GAP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충분히 국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류·유통을 담당할 공사와 관련해선 농협이 상당히 꺼려한다. 농협에 계통출하를 많이 하기 위해서는 계통출하·계약을 통한 최저가격을 보장해주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수급조절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시범적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오늘 제시된 이야기들을 포함해서 과제를 만들어 정책안을 만들어서 토론을 하겠다.

“어떤 경우도 농업 포기 안 돼…농업 중심적 사고에 의해 정책 짜야”

박원철=G2·G8의 공통점은 농업강국이다. 어느 경우에도 농업을 포기해서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농민들이 편안해야 한다. 또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농사를 짓는 다는 이유로 농민이 천대받아서는 안 된다. 이게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신 농업의 중요성이라면 아직까지 다산 선생님의 가르침은 유효하다. 최근에는 복지의 개념으로 ‘안촌’이 추가되고 있다. 앞으로 정말 농업 중심적 사고에 의해 정책을 짜야할 것이다.

허창옥=양치석 국장님께서 말씀하신 마지막에 정리한 내용들이 이후 농업정책에 나와 주길 기대한다.

박원철=오랜 시간 이야기 나눠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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