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좌담회]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1부, ‘제주농업의 현재, 감귤구조혁신방안’…감귤산업 지향점 같아
“원래 농업 기능으로”…“농민이 농정 주체”…“농민이 대접받아야”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農業)은 천하(天下)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根本)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식(食)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농업 등 1차 산업이다.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제주에서의 농업은 제주경제를 이루는 커다란 축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보급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주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미·한중FTA,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개방화 물결로 세계 각국의 농업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농민들이 아무리 발버둥 치며 개방 반대를 호소하지만 정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농업을 홀대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농심(農心)을 달래보지만 오히려 부채만 남는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방과 땜질식 대책,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농정(農政), 돈벌이에만 현안이 된 협동조합, 그리고 관행농법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하는 농민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 없다. 식량 자급을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경쟁력이다. 당연한 논리지만 그게 해법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민일보>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제주농업의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각계 대표를 초청해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제주도의회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농민을 대표해서 고성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 농정을 대표해서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 의정(議政)을 대표해서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제주도의회 FTA대응특별위원장), 학계를 대표해서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좌담회에 임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번 좌담회를 계기로 제주농업에 대한 도민의 관심을 높이고 농업이 제주경제에 큰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대안도 모색할 계획이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프롤로그
2. 제주농업의 현재, 감귤구조혁신방안
3. 제주 밭농업과 물류 유통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민일보>는 앞서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제주 농업에 대한 희망을 찾기 위해 기획 좌담회를 마련했다.

우선 1부에서는 제주도 농정의 현재를 진단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지난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감귤구조혁신 방안’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감귤 혁신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논의가 부족해 아쉬웠다고 밝혔다. 이에 행정도 세부계획을 만들 때에는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농업의 현재, 감귤구조혁신방안’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얘기를 지상 중계한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먼저 이 자리를 만들어준 <제주도민일보>측에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이 자리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 농업을 어떻게 진단하고 나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 많다. 그래서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 달라. 양치석 국장님이 지난 5월 발표한 감귤구조혁신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고, 제주밭농업의 과거, 미래까지 농정이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원래 농업의 기능으로 돌아와야…제주농업의 위기보다는 도약할 수 있는 기회”

▲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사실 제주농업이 자가소비에서 산업화로 전환된 것은 50년 후반부터다. 이후 1960년과 1970년대 바나나, 감귤로 품목이 전환됐다. 그러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개방화 됐다. 개방화 시대 제주농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있다.

농업 관계자들이 잘못된 관행을 반성하고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절박한 상황이다. 농지개혁만 하더라도 농지가 이미 투기대상이 됐다. 외지인들이 자경을 빌미로 농지를 잠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원래 기능으로 회복해야 하지 않나. 농업이 무너지면 제주경제가 무너진다. 어려운 점이 있지만 과감하게 농지개혁을 하고 있다. 상당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건설경기와 부동산 거래가 위축 될 것이라는 일부 부작용은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본래 기능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두 번째로 감귤문제다. 과거를 보면 소모적인 보조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20년 전까지 감귤은 국민 과일, 대학나무로써 역할을 했다. FTA 이후 상당한 양의 수입과일이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입과일이 22만 톤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방향은 국내 과일의 감산, 고품질로 가고 있다.

제주도 당국에서도 앞으로 돌아올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감귤 고품질 혁신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구체적인 방안에 반영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농업이 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농업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주농업은 친환경적,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낙후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전략적으로 농업구조를 다시 짠다면 농산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행정당국, 농가만이 아니라 유통, 농협, 의회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야 한다.

“농촌은 휴양공간으로 변화해야…친환경적 농법으로 공익적 기능 발휘”

박원철=중국에서 2015년 5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중국이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업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중국 당국에서 농업 발전 방식을 전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5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는 제주에도,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산·가격·토지·농촌금융을 어떻게 할 것이냐. 시진핑 체제아래서 농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에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농정철학이 뭔지 양 국장님께서 대략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제주농정이 어떻게 갈 것인지 철학의 문제는 고민해야 할 문제다.

▲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
고성보 제주대 산업응용경제학과 교수=구체적인 안들도 논의 하겠지만 제주도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 농촌에서 무엇을 생산하고 소비자들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생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큰 틀 속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제주도가 지향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휴양 등을 감안하면 1차 산업은 농산물 생산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이라는 공공재, 경관이라는 어메너티, 가공품 등 여러 가지 것들을 파생시켜 내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농업과 농촌 자체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이고 농민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결국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산물이라든지 ‘그린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제공하는 휴양 공간, 그런 공간으로써 자리매김 해야 한다.

이럴 때 결국에는 유럽처럼 제주도의 농업, 농촌도 정책적 입장에서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 산업과의 관계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근본적인 화두를 던지고 싶다. 기본적으로 농업생산은 지금처럼 고투입(화학비료·농약 등을 사용하는 농업방식. 석유화학을 기본으로 하는 농업방식), 대량생산 체제로써는 소비자들에게도 일반국민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충분한 가치부여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농법 입장에서 보면 환경친화적인 농법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공공재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렇게 환경 친화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안전하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이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출 수 있게끔 가공유통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농촌이라는 공간이 보호될 것이다. 어메니티 자원이라든지 전통 문화도 보호될 수 있다. 도시민과 관광객들이 편히 와서 살 수 있는 휴양공간, 도시와의 혼주 공간, 소통의 공간이 만들어져야 제주도가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 투자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지 않겠나.

“원희룡 지사의 농정 철학은 무엇이고 협치는 포기했나?”

▲ 고성효 전국농민회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
고성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막연하기도 하다. 집중하고 싶은 것은 과거 30년 농촌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앞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각종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수입개방에 놓여 있는 상태다. 농업이 이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데 원희룡 지사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싶다.

원 지사는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돌발적인 기획안을 막 던져서 도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농지법·보리재배 유도 등은 획기적이라고 칭찬을 했지만 이번 감귤혁신안처럼 예상치 못한 시기에 발표하면서 도민사회가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탑동 신항 개발도 마찬가지다.

원 지사의 철학이 자기를 중앙에서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다. 감귤혁신안이라고 하지만 결국 감귤소비가 줄어드니 농민들이 책임지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는 감귤 선과기 드럼교체 문제가 있고 보조금 지급 폐지 문제가 발표되면서 농민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협의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불쑥불쑥 발표하고 있다. 혁신안을 조금 더 가공하고 완성된 안을 발표해서 농민들이 피로감을 덜 느끼도록, 안심할 수 있도록 행정이 보다 세밀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농업정책의 주체는 농민…부채해결 농민 스스로가…물류비도 해결해야”

박원철=감귤혁신안과 같은 중요정책을 발표할 때에는 현장, 도의회와 논의를 해야 맞다. 그렇지 않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허창옥 위원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FTA대응특별위원장)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FTA특별대응위원장)=농업정책이 어느 게 맞고 틀리다는 정답은 없다. 농업정책은 주체들이 얼마나 잘하느냐에 있다. 결국 농업정책의 주체는 농민이다. 근데 농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정책에 반영됐는지 묻고 싶다.

두 번째는 생산자단체인 농협·감협의 역할이다. 그 다음 지방자치단체·의회가 나서야 한다. 이렇게 4주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민선6기 들어서 농정을 혁신하기 위해서 고생하고 있다. 고맙다. 상당히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현장 농민들은 알아주지 않더라. 원희룡 지사 발언에 매몰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고생을 농민들도 알아야 하는데 농민들과 충분한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 아닌가 싶다.

우선 살펴보면 농정분야 예산을 보면 품목별 예산이 편중돼 있다. 전체를 혁신한다고 하지만 제두도의 농업예산 관련해서는 상당히 편중돼 있다.

두 번째는 제주도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

세 번째는 감귤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현재가 1995년보다 당도가 더 낮다. 고민이 더 있어야 한다.

아쉽지만 제주도가 전국에서 농가부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이후 농업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가부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탕감이 아니라 농사를 지어서 이 부채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제주도는 물류비가 많이 든다. 생산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농산물이 뭍으로 소비자들에게까지 가려면 5~6단계를 거친다. 제주의 직거래 비율은 전체 물량의 4%밖에 안 된다. 소비자는 낮은 가격, 생산자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성보 교수님의 말씀 맞다. 농업은 공공재로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농지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제주도는 난개발을 중심으로 한 투기 붐이 일어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 농지가 44%나 전용됐다.

고 교수님 말마따나 환경친화적 농업과 더불어 다원적 기능, 휴양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농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는 제주 전체가 사는 길이다. 제주도내 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농지비율이 80%가 안 된다. 외지인들이 나머지를 갖고 있고 이 또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책 고민을 해야 한다.

“농민이 대접받는 사회,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농촌 만들어야”

▲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
박원철=충남을 보면 3농(농업·농민·농촌)혁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취임할 때부터 추진해오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유효하더라. 안촌을 추가하자는 이야기를 하더라. 안촌은 농촌 복지를 의미한다. 농사를 편리하게 짓고 농민들의 소득이 많아야 한다. 농민이 대접받아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찌 보일지 모르지만 선진국은 농촌으로 젊은층들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농업은 이미 구조조정 됐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농사지을 수 있게 하고 농사지어서 대접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학교 보낼 수 있어야 하고 가까운 병원에도 갈 수 있어야 한다.

도의회에서 예산을 심사할 때 보면 특정 품목 또는 부분에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좀 예산을 편성할 때도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고품질 가공산업으로 전환한다면 감산 효과도 누릴 것”

고성보=감귤을 일단 보면 감귤 밭에서 나는 감귤만 팔아서 소득을 2만~3만 불 얻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허 의원님 말씀처럼 농지를 아무리 유지하고 싶어도 유지할 수 없다. 땅 값이 엄청 높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땅을 팔면 수익이 많기 때문에 땅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면 밭을 어떻게 볼 것이냐. 감귤 생과만 생각하면 현재 적정 생산량인 55만 톤에서 10만 톤을 줄여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10만 톤 감축하면 그 다음 대안이 없다. 내가 보기엔 55만 톤을 그대로 두고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이 원하고 전 국민이 원하는 것으로 만들 것인지 정책방향을 재편해야 한다.

고성효 위원장님도 말씀했지만 가공감귤 수매 보조금 1kg에 50원 주겠다, 말겠다는 것은 치사하다. 감귤농가도 그렇고 다른 마늘 농가 입장에서도 치사하다. 제주도 입장에서 보면 3조원 예산에서 50원 준다, 만다는 것도 참 그렇다.

문제는 초점을 어디다 맞추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고 위원장님의 입장에 백번 동감한다. 신구범 전 지사님은 생과중심으로 가겠다고 해서 가공공장이 없어졌다. 당시엔 오렌지 원액 수입 등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상황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간에 농사짓는 과정에서 상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게 얼마나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게 농업이고 농사다.

단순가공으로 가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보자. 한남리 공장에서 나온 감귤 주스 원액을 가지고 주스를 만들어 먹어보면 프리미엄 주스는 아니다. 중·저급 수준이다. 이러니까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만들 것인지 이에 대한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귤농가도 더 이상 승강이를 벌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공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착즙으로 갈 것이냐. 아니다. 가공산업을 고부가가치로 가야한다. 기술적인 수준은 이미 파일럿 수준에서 검증됐다. 제주도에서 완제품 을 판매하면서 발생, 예상되는 리스크만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다. 가공산업 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또 다른 산업이 될 수 있다.

지금 보면 감귤을 가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귤 청과는 완숙된 것보다 5배 효능이 좋다고 한다. 이게 감귤 감산 또는 생산조절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청과를 1kg에 200원 수준으로 수매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과를 감귤가공 공장에서 가공하면 9월부터 청과 수확이 가능하다.

생과중심으로 하면 적정 생산량은 55만 톤이다. 하지만 감귤 밭을 감귤 기능성 원료를 만들어 내는 곳으로 봐야 한다. 10만 톤 감축하지 않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공산업 입장에서 생각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철=제주도에서 발표한 혁신안 내용으로 보면 가능한가?

고성보=가능이라기보다는 그 정도 수준으로 갈 것이다. 감귤농가가 힘들기 때문에 자연 감산이 될 것이다. 감귤농가는 상당한 고통을 받으면서 자진폐원 할 것이다. 정책은 정확한 진단 속에서 농민들이 고통스럽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이게 제주도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도민일보가 12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있다.
“폐지되는 비상품 감귤 보조금은 결국 고품질 생산 농가에 돌아가는 것”

양치석=정책을 만드는 방법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전체 정책을 아울러서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원칙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 수정보완 하는 것이다.

이번 감귤혁신안을 만들어 갈 때에 선택한 방법은 두 번째다. 사실 감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을 만나면 100이면 100색이다. 다른 작물에 비해 감귤이 전체 농산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의견을 모아가는 것이 복잡하다. 그래서 대원칙을 발표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보조금 50원 문제는 어폐가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보조금 50원 주니까 부작용이 많이 생겼다. 보조금 50원을 주면 수급조절이 돼야 하는데 안됐다. 결국 보조금을 주니까 전량수매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저급품을 갖고 주스를 만들기 때문에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 농정당국도 해보니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 효율적으로 바꿔보자, 생산적으로 바꿔보자고 해서 이야기 된 것이다.

자조금 조성, 의무할당물량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되고 있다. 제안된 아이디어들을 잘 다듬어서 다시 농가들을 찾아가겠다. 전국을 찾아봐도 비상품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품목이 없다. 이걸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돈을 생산적인 것에 쓰자고 했다. 50원은 구조혁신 가운데 일부 가지일 뿐이다. 50원을 보조해주는 것도 WTO규정을 위반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결론적으로 보조금 폐지는 치사한 게 아니고 생산적으로 잘 쓰자는 것이다. 바꾸자는 것이다.

고성보=농가가 달라는 말을 하려니까 치사하다는 의미다. 잘못 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양치석=감귤 기능성에 대해서는 대 찬성이다. 청과·감귤 기능성 제품 개발에 신경 쓰고 있다.

“중·결점과만 수매를 하면 가공설비에 문제…선과료 낮춰야”

박원철=정책발표를 할 때는 고민됐던 부분들을 망라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현장에서도 혼선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허창옥=고성보 교수님도 말씀했지만 가공산업 육성은 다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하고 있다. 근데 가공사업이 사실 수급조절을 하기 위함도 있지만 정말 제주도에서 이야기하는 중·결점과만 수매를 하면 가공설비의 문제가 있다. 기술의 문제가 있다. 고품질 감귤주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설비를 바꿔야 한다. 2013년산 감귤 수매하는데 아무문제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제주도에서 나온 정책은 가공용 감귤 가공공장 안정화다. 일정량이 들어와야 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2014년 비상품 감귤이 15만 톤 생산되면서 문제가 됐다. 감귤뿐만 아니라 밭작물 전체에 대한 가공산업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감귤 물량이 많아서 곤란하다고 한다.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예산과 관련해서 제주도의 2015년 예산을 보면 오류가 있다. 실제 예산을 보면 그렇지 않다. 감귤예산이 전체의 32%, 밭작물이 12%, 친환경까지 포함하면 감귤은 50%다. 이 예산을 과거 답습하듯 예산이 짜이고 있다.

가공용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를 바꿔야 한다면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식품 산업 예산이 오히려 줄었다. 전체 농업예산에서 보면 3.9%밖에 안 된다. 실질적으로 제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지만 이에 문제가 있다. 실질적으로 감귤 가공이 어떻게 가고 있나. 예산편성에 드러난다.

보조금 50원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제주도는 전체 비상품 감귤 15만 톤 가운데 중·결점과인 1만8000톤 정도만 수매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책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것만 선별해 갈 농가는 없다. 1만8000톤 수매해서 가공공장 유지될 것 같으냐. 절대 안 된다.

지금 고품질을 이야기하는데 선과하는 과정에서 보면 선과료가 출고량을 기준으로 한다. 1000kg이 선과하고 나머지가 가공공장으로 간다.

이렇게 하지 말고 일본과 같이 입고를 해서 입고량으로 선과 수수료를 내는 대신 선과료를 낮춰라. 가격을 낮추면 진짜 고품질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가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훨씬 이득이 된다. 이를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돌발적 발언, 기자회견을 하면서 도가 현장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지만 8~10월에 청과음료가 나오고 있다. 이것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10년 전부터 감산정책을 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맞추려면 2015년산 감귤에 두 가공공장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계산해서 농가들에게 수매량을 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도 행정이 한 번에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 논의도 하고 데이터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농가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우리도 이런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 밀수 단속·검역 제대로 못해…정부에 요구해야”

고성효=양 국장님이 토론을 통해서 다시 완성시켜가겠다는 말은 도민들의 말을 듣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제주도가 50원 보조금 폐지 발표 이후 지역순회 토론회를 하고 있다.

양 국장님에게 바꿀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최근 의미 있는 광고가 나온다. 배우 고두심 씨가 감귤 주스광고를 한다. 감귤주스 먹는게 제주농민들 도와주는 길이라는 내용의 대사가 너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근데 롯데가 그냥 광고를 하겠냐. 돈이 되니까 광고를 하는 것이다.

경북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10만 명이 안 되는 도시에서 4000억 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가공용으로 수매하고 있다. 성주도 하고 있는데 왜 제주도가 못한다는 것인지, 누가 문제인지 살펴야 한다.

농산물 관세관리에 제주도가 손을 놓고 있다고 본다. 밀수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안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 하자는 것 아니다. 일을 더 만들자는 게 아니다. 지금 들어오는 것을 정확하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검역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농민들은 이에 대한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농민들은 정말 열심히 제주도의 정책을 따랐다. 우리나라 농민들이 질 좋은 농산물 만들어 내는 데는 전 세계에서 1등이다. 근데 더 이상 만들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고품질을 거론하며 다시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듯 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양을 줄이고 상품성을 높여서 제값 받는 쪽으로 전략 수정”

박원철=제주도가 의견수렴을 한다고 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이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양치석=가공용 감귤은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알고 있다. 우리가 지금 보조금 50원 폐지하는 것은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가공용 수매 중단이 아니다. 감귤 가공용 수매량을 8만 톤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생산적인 분야에 50원을 재투자하겠다. 기능성 제품 개발은 적극 반영하겠다.

현재 신규 과수원에 감귤 나무를 심고 있다.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5년 동안 구조혁신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를 정리하자는 뜻이다. 양을 줄이고 상품성을 높여서 제값 받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감귤박 폐기물보다는 원료로 봐야…청과 가공으로 적자 메꿔야”

고성보=가공용으로 처리하면 기본적으로 1kg 100원 미만에서 수매를 해서 처리할 경우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이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도 입장에서 보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매량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감귤박이 가장 큰 문제 아니냐. 지금 감귤박이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조차 모른다. 심각하다. 감귤박은 지금 보면 산업폐기물이다. 하지만 연구자 입장에서 보면 기능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료다. 축산사료로 전량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하지 않고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원료화 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귤박 처리해서는 이득이 안 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청과다. 청과 가공을 통해 적자를 메꿔야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산업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 청과를 가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설비가 필요하다. 100억 원 정도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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