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학력갖추기평가 고? 스톱? ‘갑론을박(甲論乙駁)’…②
교육의원 시절부터 전수평가 지적…“학업수준 올리기보다 부담만↑”

내년부터 ‘제학력갖추기평가’ 표집집단이 3%로 축소된다.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주고 잠재적인 소질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석문 교육행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시문화 속에서 학력 하향평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양성언 교육행정에서는 강행에 따른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제학력평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석문 교육행정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과연 제주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이석문 교육행정이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타당한지, 아니면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 제15대 이석문 교육감은 취임 하자마자 내년부터 '제학력평가' 표집집단을 현행 30%에서 3%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공포했다.

지난 6월 제주교육 수장에 오른 이석문 교육감은 당선이 되자마자 내년부터 ‘제학력평가’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공포했다.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필요한만큼 아예 폐지할 순 없지만, 표집집단을 현행 30%에서 3%만으로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초등학교 4~6년, 중학교 1~2학년으로 현재와 같지만 시험을 치르는 학생수는 학년별 180명(8~9학급) 내외로 줄어들게 된다.

표집 대상이 아닌 학교는 평가 실시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며, 도교육청은 일선학교가 요청할 때 평가 문제지를 배부키로 했다.

이 교육감은 왜 이토록 ‘제학력평가’를 지양하는 걸까?

“기출문제풀이식 수업에만 치중…창의성 키우는 평가방식 개발해야”

이 교육감의 ‘고집’은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역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당시 제주도의회 예결위원이었던 이 교육감은 ‘제학력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평가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예결위나 추경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학력평가가 제주에서 10년 동안 이어져 내려왔지만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제학력평가가 시행되면서 제주 초등교육은 기출문제 풀이식 수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사교육이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1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초등학생의 보통 이상 학력비율은 16개 시·도 중 국어(10위), 수학(7위), 영어(12위)였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제학력평가 시험일 1~2주 전부터 기출문제 풀이 등 문제풀이식 수업이 일상이 됐고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수강률 또한 75.6%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 당시 이 교육감의 설명이었다.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제학력평가의 당위성을 꼬집은 이 교육감은 “제주도교육청은 제학력평가를 시행하지 않으면 초등교육이 무너진다는 식의 과장을 하고 있다”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석문 교육감은 2011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제학력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평가방법을 바꿀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따라 도의회 교육위는 도교육청의 2012학년도 제학력평가 관련 예산 1억9144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막판에 승인조건을 달고 절반의 예산을 되살렸다.

평가대상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제외시키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수평가를 지양해 표집평가를 실시하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창의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평가문항을 개발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수순이 원만히 진행되는가 싶더니 도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던 도교육청이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도교육청은 줄곧 초등학교 역시 ‘전수평가’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학력평가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용역보고서에 대해 “관련 설문조사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전수평가 옹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짜맞추기식 졸속·엉터리 용역”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도의회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끝에 2012년 9월 초등학교 평가방법을 전면 개선키로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은 그대로 포함시키되 30%의 학교를 표집해 통계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1~2학년은 종전대로 전수평가를 실시했다.

이 같은 기싸움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행감이며 예산심사에서 반복되는 지적과 그에 대한 대답은 늘 똑같았으며, 도의회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듯 하다가 막판 예산 부활이라는 공식을 반복했다.

▲ 이 교육감은 제주교육의 문제점으로 획일화된 평가방식을 꼽으며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줄 것"이라는 의지를 확고히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과대한 경쟁압박 풀어줄 것”…도의회 “급속한 변화 불안”

결국 이 교육감은 제15대 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제학력평가 평가방식 개선이라는 끈질긴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했다.

후보 시절 이 교육감은 “제주교육이 성과에 몰두하는 동안 아이들은 과대한 경쟁교육에 치여 몸과 마음이 병들어갔다”고 꼬집으며 “일괄식 평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아이들의 교육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제주교육 수장에 오르자마자 지난 7월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주고, 잠재적 소질·적성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제학력평가 축소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제학력평가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입시문화 속에서 학력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

김광수 교육의원은 “부진한 학생을 알아내는 방법은 제학력평가밖에 없다”며 “표집집단을 3%로만 하면 도대체 어떻게 알아낼거냐. 이해가 안 간다”고 몰아세웠다.

김희현 의원 역시 “평가가 전혀 안되버리면 앞으로 수능 등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것은 맞긴 하지만 급속한 변화는 제주교육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17일 진행된 정례회에서도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천문 의원은 “제학력을 둘러싼 사안들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이해 여부에 따라 찬반이 엇갈릴 수 있다”며 “제학력평가를 축소하겠다면 왜 축소해야 (하는지 납득시켜야) 하며 향후 느낄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당장 축소하겠다는 전제를 제시하기 보다는 대화와 설문조사 등 객관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도의회의 동의는 물론 또 다시 갈등의 씨앗을 키우는 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과거에 매달려서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며 축소 방침을 고수할 것을 단언했다.

그러면서 “현행 30% 표집에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학급수의 5%만 표집할 방침”이라며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경향을 분석하고, 학력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의 참고자료로 삼는 등 시행방법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교육현장에 있는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3부에 계속>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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