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학력갖추기평가 고? 스톱? ‘갑론을박(甲論乙駁)’…①
기초학력 취약학생 파악 지도 목적…도의회·교육계 반발 속 ‘굳건’

내년부터 ‘제학력갖추기평가’ 표집집단이 3%로 축소된다. 성적에 얽매인 아이들을 풀어주고 잠재적인 소질을 발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석문 교육행정의 설명이다. 하지만 입시문화 속에서 학력 하향평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임 양성언 교육행정에서는 강행에 따른 논란이 있었다. 여전히 ‘제학력평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되고 있다. 이석문 교육행정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과연 제주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이석문 교육행정이 추진하는 ‘제학력평가’ 축소가 타당한지, 아니면 여전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를 진단해보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02년 제주도교육청은 제학년에 맞는 학습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제학년 제학력갖추기평가’를 실시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치러진 것이다.

공통된 척도로 학교 급별·교과목별(국어·수학·사회·과학·영어) 성취수준을 연 2회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른 학생의 제학력 도달여부를 파악해 단위학교별 맞춤식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04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간 제주교육의 ‘수장’을 맡아온 양성언 교육감은 당초의 취지를 살려 ‘제학력갖추기평가’ 시행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해왔다.

취약학생의 교육격차를 해소해 ‘학력신장’을 이루고자 하는 양성언 교육감의 교육방침에 따라 제학력평가는 평가대상과 과목 등을 바꿔가며 꾸준히 진행돼왔다.

2004년에는 ‘제주교육과학연구원’으로 업무를 이관, 평가대상에서 고등학교 2학년을 제외했다. 이어 2006년에는 고등학교 1학년을 제외했다.

대상은 점점 축소됐다. 2007년에는 평가대상에서 중학교 3학년을 제외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연 1회 국어와 수학 과목에 한해 실시하는 것으로 평가방식을 전환했다.

이후 2008년에는 ‘제학력갖추기평가’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중학교 시행 횟수 또한 연 1회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듬해 평가 횟수가 부족하다고 판단, 시행횟수를 다시 2회로 늘렸다.

2010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은 연 1회 시행하는 것을 그대로 두되, 4~6학년에 한해서는 국어·수학·사회·과학으로 평가과목을 늘려 연 2회 실시했다.

이후 2011년부터는 초등학년 3학년이 아예 평가대상에서 제외됐고 중학교 1학년 평가과목에서 사회과목이 빠졌다.

▲ 제주도민일보DB.
이 과정에서 ‘제학력갖추기평가’를 놓고 교육계 일각에서 ‘제주형 일제고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채점 결과를 취합해 학교와 학생들을 줄세우면서 시험 대비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도록 하고 사교육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찬성측은 “제학력 평가의 목적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관리”라고 강조하며 “학교를 평가하거나 학생들을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2012년 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추경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더욱 점화됐다.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도의원들은 요구했다. 더불어 초등학교 4학년을 평가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을 촉구했다.

결국 도교육청과 도의회는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 끝에 2012년 9월 초등학교 평가방법을 전면 개선키로 했다. 평과과목은 국어·수학·영어 등 3과목으로 축소하고, 전수로 실시하되 30%의 학교를 표집해 통계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초등학교 4학년은 그대로 포함시키고, 중학교 1~2학년은 종전대로 전수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일제고사’로 불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키로 확정하면서 ‘제주형 일제고사’로 불리는 제학력평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 양성언 전 제주도교육감.
이에 양성언 교육감은 “새 정부의 업무보고에 따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 또는 축소해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도의회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개선안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의 질 관리와 기초 학력 보장 등을 위해 제학력평가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양 교육감은 이어 “추후 개선할 점이 있으면 제주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반영해 나가겠다”면서 평가 시행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도교육청은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2학년 모두 국어·수학·영어 등 3과목으로 평가과목을 통일하는 것으로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이에 따라 제주는 현재 ‘일제고사’ 형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중3·고2)는 물론 교과학습 진단평가(초3~6·중1~2)에 더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학력평가’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 학기에도 수차례의 시험을 치르게 하는 제도 때문인걸까? 제주도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전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제학력갖추기 평가가 있었다며 평가의 지속적인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 역시 여전히 높다.

하지만 지난 7월 양 교육감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석문 교육감은 내년부터 제학력평가의 대폭 축소를 예고했다. 표집집단을 현행 30%에서 3%만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교육감이 강력하게 ‘제학력평가 축소’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얼까? <2부에 계속> / 제주도민일보 안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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