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두 번째 추진하는 전남 생각…시큰둥한 제주 생각

각 지자체장 입장부터 확연 차…제주-전남 정서도 달라

최근 제주와 육지를 잇는 연륙 교통수단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해저고속철도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중 제주공항 인프라는 제주와 중앙정부와 풀어야할 실타레지만 해저고속철도는 제주와 다른 지자체, 중앙정부, 정치권, 민간기업이 얽혀있는 문제다.

해저고속철도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해저터널’이 전신이다. 당시 김 지사는 항공편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연륙교통수단의 다양화를 들어 해저터널에 대해 필요성을 역설했다.

1년 뒤 박준영 당시 전남지사가 완도와 제주를 잇는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밝히면서 제주와 전남은 이 사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불을 지폈다. 이후 제주와 전남은 국가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그저 논의로만 그쳤을 뿐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토교통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용역결과를 내놓으면서 흐지부지됐다.

연륙교통수단의 다양화를 노리던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반영되는 해저터널보다는 신공항이 실현 가능성을 높게 봐 신공항에 올인하게 된다. 여론도 이미 신공항으로 쏠려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난데없이 또 다시 해저고속철도가 불거졌다. 그것도 연륙교통수단이 절신한 제주도가 아닌 전남에서 해저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들고 나온 것이다.

반면 제주도는 해저고속철도에 관심이 없다. 왜 연륙교통수단이 필요한 제주는 관심이 없고, 전남에서는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일까?

▲ [그래픽=뉴시스] 목포-제주간 해저터널 건설 구상안
이는 지난 22일 이낙연 전남지사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이낙연 지사는 김현정 앵커가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제주가 기상변화가 심한 곳이다. 1년 중에서 날씨 때문에 비행기 결항과 지연되는 날이 50일이 넘는다. 더구나 관광객의 폭증현상이 있다. 중국 관광객의 증가를 포함해서 10년 사이에 관광객이 2배로 늘어나는 그런 전망이 나와 있다”며 “그래서 공항만으로는 안 된다. KTX를 놓는 것이 제주를 위해서도 좋고 육지를 위해서도 좋다”고 말했다.

해저고속철도가 제주만이 아니라 육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해저터널 효과에 대해 “16조원 규모의 해저터널을 만들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도약하는 그런 전기가 될 것이다. 국가균형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까지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이 충청도까지 넓어진 것 외에는 없다”며 “제주까지 연결되면 남해안벨트도 자극을 받아 발전에 동력을 맞게 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의 진정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해저고속철도가 민간업계에서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450만 정도였는데 80%가 서울로 갔고 10% 정도가 제주도로 갔다. 중국 관광객을 좀 분산시킬 필요가 있고 또 분산돼야만 국내의 균형발전뿐 아니라 여타 지역의 관광자원의 개발이라든가 하는 데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게 국토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대부분의 길은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며 “전남의 2200개 섬 하나하나가 제2, 제3의 제주도처럼 충분히 매력 있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제주와 육지를 잇는 해저고속철도의 지점이 전남이 되면 전남은 제주를 오가는 경유지로서 중국 관광객은 물론 관광객들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제주는 생각이 이 지사의 생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번 제주와 전남이 추진할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제주가 갖는 특수성과 신공항과 동시에 추진되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제주도민들 차원에서는 해저고속철도가 뭍 나들이를 위해 기상여건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주의 전체적인 미래를 봤을 때는 하늘 길이 넓어지는 것이 크다는 여론이 높다.

우선 제주는 정치권은 물론 도민사회 전체가 동북아의 중심이 되길 원한다.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은 물론 동남아권까지도 연결하는 하늘길이 필수다. 때문에 단순히 육지와 잇는 해저터널보다는 하늘 길을 넓히는 것이 제주의 미래를 위한 자원이다.

물론 두 가지 동시에 이뤄진다면야 바랄 것도 없다. 하지만 해저고속철도 추진으로 인해 신공항 건설이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도 높다는 것이 제주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제주공항의 확충 또는 신공항 건설이 필요성이 해저고속철도보다는 절실하다고 지금껏 외치고 있다.

두 번째로 제주가 갖는 섬의 특수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섬이 갖는 매력, 섬이 갖는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루 호남권과 연결된 관광코스가 될 경우 제주의 관광 집중도는 떨어져 자연스럽게 제주관광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낙연 지사는 일본 아오모리에서 하코다테를 잇는 세이칸터널(해저터널)의 예를 들며 “그것 때문에 홋카이도가 당일치기 관광지로 전락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날씨 때문에 붙잡히는 관광객들에게 제주가 매력적이냐? 오히려 가야 할 일은 사람은 가게 해 주는 것이 또 매력일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주도가 신공항을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뜨는 것은 공항이 2~3개 생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 지사의 단호한 입장에도 분위기는 예전 김태환 도정과 같지 않다.

지난 21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들과 만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문제에 대해 “확인결과 국토부나 포스코도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해명했다”며 “지자체의 의견을 듣고 있고 결론은 안 났다는 것이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원희룡 지사는 오히려 제주공항 확충 문제를 거론하며 “국토부 용역결과 2018년이면 제주공항이 포화상태가 된다”며 “당장 공항확충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론은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더욱이 “앞으로 1년 뒤에 나오는 정부의 용역은 신공항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기존 공항 확충이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공항인프라 확충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반가운 소식임을 표출한 것이다.

그는 선거 당시에도 ‘공항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러한 두 지자체장의 입장과 지역정서를 보면 제주와 전남은 꿈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 해저터널이 현실화되기에는 아직도 멀어보인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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