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망대]지지도 낮은 후보 선택, 쉽게 이해 안 가

김재윤 “많이 가진 쪽이 내려놔야”…민주당 측이 포기한 듯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로 신구범 예비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제주도내 대부분은 예상을 깬 일이라며 의아해 하고 있다. 신구범 예비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나 후보 적합도에서 다른 후보군들에 비해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새정치민주연합은 신구범 예비후보를 선택했을까?

새정치연합은 제주도지사 경선일정을 잡았지만 마침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이슈에 부딪혔다. 전 국민이 비통하고 슬픔에 잠긴 마당에 세몰이 경선이라는 이벤트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모든 일정과 선거운동, 정책발표 등도 모두 중단했다. 새정치연합만이 아니라 도내 모든 정치권이 정치일정을 올 스톱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도지사 경선은 수면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결국 합의 추대를 포함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경선은 안 된다는 여론을 수렴한 도당은 고희범·신구범 두 예비후보가 추대형식을 제안하자 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21일부터 22일 새벽까지 마라톤회의를 거쳤고, 22일 오전에 다시 만나 협의를 했다. 그 결과 ‘신구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의외의 결과다. 제주 정가나 일반인들도 대부분 합의 추대를 하더라도 가장 지지도가 높은 김우남 의원이나 오랜 기간 선거를 준비해온 고희범 예비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신구범, 고희범에도 밀려

사실 최근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더라도 신 예비후보는 새누리당 원희룡 예비후보와 가상 대결에서 모두 김 의원과 고 예비후보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달 7일 YTN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원 예비후보와의 가상 대결 결과 김우남, 고희범, 신구범 순이었다. 신 예비후보의 경우와 고 예비후보의 경우를 비교하면 오차범위를 넘어선다. 22일 한라일보와 KCTV의 합동여론조사에서도 김우남, 고희범, 신구범 순이었다.

특히 두 여론조사를 보면 김 의원과 고 예비후보가 원 예비후보와 맞붙을 경우의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고 예비후보와 신 예비후보의 경우에는 다소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새정치연합 제주지사 후보 적합도에서도 22일 한라일보 등의 여론조사에서는 김우남, 고희범, 신구범의 순이다. 단순 지지도 역시 그렇다.

때문에 신 예비후보로 합의 추대된 것에 대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재윤 도당 공동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역할론과 경쟁력·연륜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김우남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데 소관 상임위(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책임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한·중FTA를 포함한 해당 위원회에 제주 현안이 많다. 이 분야에 지속적으로 의정활동을 해온 김 의원이 제주를 위해 국회에서 활동하는데 공감을 가졌다. 특히 하반기에는 위원장 1순위로 꼽힌다”며 도지사 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 제주 발전에 기여할 역할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또 신 예비후보로 합의 추대한 것에 대해 “신 예비후보는 제주를 잘 알고 있다. 또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삼다수와 컨벤션센터 등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놓았다”며 원희룡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경륜과 지혜도 고려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후보 지지율이 매우 중요한 평가지표이긴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지지율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는 않는다”며 신 예비후보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우려를 차단했다.

낮은 지지도·세대교체·새정치 표방 새정치연합, 신구범 선택 여전히 의문

하지만 낮은 지지도와 세대교체, 새정치를 표방했던 새정치연합이 신 예비후보를 선택한데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제주정가 일각에서는 중앙당에서 ‘안철수 측 몫’으로 제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 후보와 두 명의 도당 공동위원장의 마라톤 회의에서 일찌감치 김 의원은 추대대상에서 제외됐다. 역할론을 들었지만 이는 굳이 국회 3선 의원이라는 김 의원을 내세우면서까지 의석수를 일부러 줄일 필요는 없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고 예비후보와 신 예비후보의 격론이 벌어졌고,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고희범·신구범 예비후보의 경쟁력은 치열한 논쟁 끝에 신 예비후보로 결정했다”고 말한 것이 그 이유다.

격론 끝에 신 예비후보가 됐다지만 결국은 중앙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신 예비후보 합의 추대가 새정치에 걸맞으냐’는 질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새정치연합은 내려놓기를 많이 했다. 민주당이 조직적 기반과 당원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며 민주당 측의 세력이 세다는 점을 은근히 내비쳤다.

그는 특히 “아름다운 추대라는 입장에서는 누군가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없이는 추대가 어렵다. 당원 등이 많이 가진 쪽이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주당 측이 포기했다는 것이다.

제주정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구성되면서 제주지사는 안철수 측 지분이라는 얘기가 간간히 흘러나왔다”며 “중앙당의 뜻대로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지사 후보로 지지도나 적합도가 떨어지는 신 예비후보를 선택한 것은 중앙당의 뜻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새정치연합 제주도당 당사에는 신 예비후보와 김 의원은 참석했지만 고 예비후보는 불참했다. 고 예비후보의 불참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고 예비후보가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연락을 끊은 상태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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