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1>성교육 ⑧ 성교육 어떻게

형식적이고 생물학적인 교육은 이제 그만
외국에선 사후예방 교육·처벌보다 합리적 해결

[글 싣는 순서]
<1>성교육
① 성교육 적정기
② 우리아이 성고민
③ 이성교제
④ 순결vs자기결정권
⑤ 미혼모들의 이야기
⑥ 성폭력
⑦ [현장] 성교육
⑧ 성교육 어떻게

[전문] ‘키스할 때 기분은, 성감대는 어디일까….’ 1955년 청소년 성교육을 의무화한 스웨덴의 성교육 교과서에 등장하는 교육내용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성교육은 ‘아직도’ 생물학적 지식 전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교육은 ‘제자리 걸음’중
한국의 성교육이 태동한 것은 1960년대다. 정부는 가족계획사업의 하나로 ‘순결방침’을 발표,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주기를 가르치는 성교육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정부는 2006년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연간 10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각 학교에 보건교과가 도입됐으나 담당교사가 없는 학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출신인 김영심 의원이 제272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에서 밝힌 제주지역 보건교사 배치율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김의원에 따르면 도내 초등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33.6%에 그치고 있다. 김 의원은 “일선학교에 보건교사가 적고, 미비치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나 가정교사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며 “사회적 성인식이 배제된 형식적이고 생물학적인 성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교재도 부족해 성교육 비디오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건교과에는 폭력예방, 전염병 등 성교육과는 관련 없는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어 현실적으로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은 ‘형식에만 치우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실의 성교육은 성행동을 금기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적으로 성이 점차 개방화되면서 청소년의 성행동도 급격히 개방화되고 있으나 그에 비해 교육을 담당해야 할 가정과 학교의 교육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 성교육 선별적 도입 필요
때문에 성교육 전문가들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외국의 성교육 시스템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10대들의 성(性)문화보다 훨씬 개방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나 부모들도 학생들의 데이트에 관대하다. 다만 이들 국가는 학생들에게 철저한 성교육으로 청소년들의 조기 임신, 성병 발병 방지 등 사후 예방에 주력한다. 학교는 처벌보다 합리적 해결을 돕는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최초로 성교육을 전 아동에게 의무 교육화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남녀 양성의 차이, 수정과 임신, 출산, 태아의 발달, 성기의 구조와 기능, 임신과 태아의 발달, 출산에 관한 내용을 중복해서 자세히 가르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연유산, 인공조산, 성병, 피임법, 성적이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교육한다. 스웨덴에선 무료로 배포하는 콘돔을 학생들이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의사 처방 없이 피임약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실제 피임기술을 배운다. 학교에서 상담실을 설치해 성에 대한 고민거리를 심리사나 보건교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청소년이 성관계 또는 임신을 했을 경우 학교 측에서 중벌을 내려 퇴학처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미국은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성교육용 인형키우기’ 실습을 한다. 여학생들에게 신생아와 똑같은 아기인형을 직접 키우게 한다. 학생들은 육아일지도 쓴다. ‘성교육용 인형키우기’를 경험한 학생은 결혼 전 무분별한 성관계시 피임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덴마크는 학생이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동일한 교사에게 성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대만은 임신한 10대 여학생이 끝까지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양율리아 제주여성인권연대 성교육센터 SING 센터장은 “외국의 사례처럼 연령별 조기 성교육의 정착과 성행동에 직면했을 때, 성행동이 이뤄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사후예방교육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가정과 학교에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성에 대한 정보를 주고 아이들이 성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제대로운 성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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