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권보석허가도 '주거제한' 조건…국제행사 참석도 결국 불발

  ▲ 사진 왼쪽부터 송강호 박사, 박도현 신부.
"순진하게도 직권보석이라면 아무 조건없이 내보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주거제한'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구속 재판중인 송강호 박사와 박도현 수사가 법원의 보석허가를 거부한데는 결국 재판부의 때늦은 조건부 결정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종 국제행사에 참석 예정이었던 송 박사 입장에선 이미 주요행사들이 다 끝난 뒤 뒤늦게 내린 보석허가라는 점에서 의미도 크게 퇴색됐다.

앞서 제주지방법원은 형사 3단독 최복규 판사는 지난 27일 1인당 1000만원씩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송 박사와 박 수사에 대한 보석허가를 인정했다.

지난 10월 초 송 박사의 보석신청이 이뤄진지 약 두달여 만이며, 수감 150여일 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판부의 보석허가를 거부하고 제주교도소에 머물 뜻을 밝힌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이미 검찰 최대 구속일(6개월)이 오는 2014년 1월로 다가온 만큼 40여일만 있으면 석방상태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데다 보석금도 1000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는 점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보석금을 내더라도 1심 판결에서 실형이 내려지면 다시 법정 구속되는 문제점도 안고있다.

그러나 보석허가를 거부한 실제 이유는 조금 다르다.

그동안 송 박사는 재판과정에서 재판부에 보석허가를 요청한 주된 이유로 채증자료(동영상) 등을 확인하기 위한 반론권 확보를 주장해 왔다.

  ▲ 강정마을회와 강정인권위워회가 법원 앞에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벌이는 모습. 제주도민일보 DB.
사실 그 이면에는 송 박사가 공식 초청된 국제 행사 참석이 큰 목적이었다.

우선 하나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WCC(World Council of Christian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에서 '참여마당' 참석이다.

송 박사는 이 행사에서 부대행사를 맡아 발표자 5명 중 한명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어 지난 21~26일 대만에서 열린 국제인권행사 초청 강연차 참석도 송 박사가 보석허가를 원했던 주된 이유였다.

이를 위해 송 박사 부인인 조정래씨(56)는 10월 21일자로 탄원서까지 내면서 행사참석을 설명하며 재차 보석허가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보석허가는 주요 두 행사가 모두 끝난 27일에서야 결정됐다. 더구나 보석허가가 났더라도 거주제한이라는 단서가 달려 실제 행사 참석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송 박사 입장에서 굳이 뒤늦게 보석금을 내고 나올 필요성을 못 느낀 것.

또 박 수사의 경우는 송 박사와는 달리 애초에 보석신청을 원치 않았고 남은 기간을 채우고 나와 깔끔하게 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보석허가가 난 것도 박 수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변호사가 보석허가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해 이뤄진 것이고 또 법원이 1000만원의 보석금까지 요구하는 이상 보석허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 박사의 부인 조정래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남편과 내가 직권보석이라면 자유롭게 재판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거주제한 등 제약이 뒤따랐고 탄원서를 제출할 때도 관계기관은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며 "그동안 전례를 보면 수감하고 나와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돼 버린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강정과 관련해 서울에 사는 한 분이 재판을 받았는데 재판날짜보다 5일 먼저왔다고 결국 문제가 됐다. 당시 재판부는 당사자에게 제주도에 3일 이상 머물지 말 것을 명령한 상태였다"며 "강정과 관련돼 재판을 받는 분들은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위험에 처하는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방법원 측은 "보석허가를 할 때 '주거제한'을 두는 것은 집밖을 나오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재판 출석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으로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선 안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피고인이 출국하거나 3일 이상 머물 경우엔 미리 법원의 허가를 통해 허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원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끝난 뒤 보석허가를 낸 것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판단은 해당 판사가 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민일보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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