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교육] <1>성교육 ⑦ [현장] 성교육

신체 변화·상황별 대처법
체험하며 배우는 올바른 ‘성’

[글 싣는 순서]
<1>성교육
① 성교육 적정기
② 우리아이 성고민
③ 이성교제
④ 순결vs자기결정권
⑤ 미혼모들의 이야기
⑥ 성폭력
⑦ [현장] 성교육
⑧ 성교육 어떻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세딸을 둔 김선민씨(46)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아동 성폭력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성교육 상담기관에는 김씨와 같은 불안감을 가진 부모들의 성교육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성교육은 ‘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성교육은 대부분 형식적이거나 아이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3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 현장을 찾았다.

△좋은 느낌, 싫은 느낌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어린이집. 15명 남짓의 6살난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았다.
“어린이 여러분~우리 재밌는 놀이 할까요”
장난끼 가득한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에 눈과 귀를 모은다.
김채현 성교육 강사는 이날 아이들에게 성과 관련된 감정들을 구분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이미 한차례 ‘소중한 내 몸 알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였다.
첫 시작은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놀이.
15명의 아이들이 손을 마주잡고 원을 그린다. 아이들은 함께 노래에 맟줘 다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멈출때 친구들끼리 서로 꼭 껴안기도 하고 (장난스레) 여자친구 치마를 들춰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자 김 강사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서로를 꼭 안아주는 느낌과 치마를 들췄을때)느낌이 어때요?”
“(아이들) 좋았어요. 나빴어요”
김 강사는 놀이 후 몇가지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낯선 아저씨가 아이들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모습, 엄마가 잠잘때 뽀뽀해주는 모습 등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을 구분짓게 하기 위한 그림 교육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좋고 싫음’을 씩씩하게 대답했다.

△“안돼요! 하지마세요“
이어진 교육은 ‘자기주장 훈련’. 아이들의 일상생활 중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에 처할때 ‘거부’의 표현을 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다.
이웃집 아저씨가 ‘예쁘다’며 몸을 만진다. 그냥 애정표현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김 강사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를 외치게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싫은 느낌을 주는 어른들에게 자신의 느낌을 용감하게 전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는 “아이가 동의(허락)하지 않는다면 가벼운 신체 접촉이라도 거부하거나 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상당수가 지인(면식범)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성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을 위해서는 성폭력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 능력을 키워주는 성교육이 필요하다.

△애들아,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철수가 집에 혼자 있어요. 그런데 초인종이 울려요. 어떤 아저씨가 아빠 친구라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네요. 어떻게 해야 해요?“
김 강사가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자 아이들의 대답은 “엄마한테 물어봐요”.
강사가 재차 다시 묻자 이승환군(6)이 “지금은 아빠가 없어요. 나중에 오세요”라고 똘똘하게 대답했다.
이어 김 강사가 “할아버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골목길까지만 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골목 앞까지만 도와줘요”라고 말했다.
김 강사는 “혼자 있을 때는 절대 문을 열어주면 안 돼요. 부모님이 계실 때 다시 오라고 해야죠. 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아요. 이럴 땐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세요”라며 대응 요령을 가르쳤다.
김 강사와 아이들은 싫은 느낌을 주는 어른들이 부모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는 약속은 지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싫은 느낌이 드는 경우 부모님, 선생님께 꼭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도 약속했다.

△성교육 “서두르세요”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교육 시기를 고민한다. 유아기부터 성교육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그 시기를 미루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린다. 제대로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김 강사는 “성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성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는 3세부터 7세까지 유아기는 성교육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은 시기”라며 “부모가 먼저 관심을 갖고 항상 생활 속에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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