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명분용 ? 아니면 우 지사 불출마 압박용 ?

[편집국장의 편지] 김태환 전 지사님

부디 진심이길 바랍니다.

일각에서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내년 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니라 신구범-우근민-김태환,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의 한 축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음 세대에게 맡기겠다는 진정성 어린 ‘선언’이기를 소망합니다.

해서 지난 30일 출판기념회때 ‘제주판 3김’ 동반 불출마 선언 공동기자회견 제안을 하시면서 토는 달지 않는게 좋았습니다. ‘저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주사회의 통합과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모든 도민과 함께 힘을 모으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말씀은 ‘우근민 지사가 내년 선거에 나오면 나도 할수없이 나오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느니 말입니다.

▲ 신구범 전 지사, 우근민 지사, 김태환 전 지사(왼쪽부터).

세대교체 도도한 물결

말씀하신 것처럼,지난 1995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신구범 전 지사와 우근민 지사,그리고 김 전 지사 세분이 제주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사회 전분야에 걸쳐 편가르기 병패가 심화되고 통합과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불어 "이제는 사회적으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이번 기회에 저를 비롯한 전·현직 세명의 도지사가 제주사회 세대교체와 사회통합,특별자치도의 지속발전을 위해 도지사 선거에 불출마 할 것을 제안한다"며 공동 기자회견을 하자고 하셨지요.

신 전 지사님이야 오래전부터 내년 선거 불출마를 공언해오셨으니,김 전 지사님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해서 김 전지사님의 제안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밀어붙이며 내년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우 지사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되겠지요.

부탁드리건데, ‘제주판 3김 동반 불출마’ 제안이 진정이시라면 우 지사의 출마 여부에 괘념치 마시고 순수하게 선거판에서 ‘퇴장’하심이 어떠하신지요.우 지사가 세대교체라는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고 내년 선거에 출마한다면,그에 대한 심판은 도민들의 몫이라는 믿음을 가지시라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우 지사가 동반 불출마 제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김 전지사님이나 신 전 지사님이 출마해서 또한번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결전을 치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제주판 3김 시대’가 도민사회에 남긴 생채기가 워낙 넓고 깊은 까닭이지요.

재임시절 유치했던 제주해군기지로 인해 삶의 터전과 환경·평화를 지키겠다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공권력의 폭압과 ‘벌금폭탄’으로 ‘제2의 4.3’을 마주하고 있고,판례 변경으로 운좋게 살아나셨지만 공무원 선거 동원,친인척 비리 등의 그림자도 아직 드리워져 있습니다.

▲ 지난달 30일 열린 김태환 전 지사의 출판기념회.

제주 미래는 다음 세대의 몫

걱정하시는 특별자치도 제주의 미래 또한 다음세대의 몫입니다.

‘어렵게 탄생시킨 특별자치도가 최근들어 엉거주춤하고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출범시킨 장본인으로서 '정말 이건 아니지 않느냐',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를 일으켜 세우고 완성시켜서 제주의 미래를 여는 것’은 더 이상 김 전 지사님을 비롯한 ‘제주판 3김’ 세분의 몫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우 지사가 밀어붙이는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체제 개편 논의로 특별자치도가 중병이 걸렸다는 말씀 또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특별자치도의 본질은 행정체제가 아니라 참여정부가 공언했던 미국 연방주에 버금가는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동북아 최고의 국제자유도시가 아닌지요.해서 모델로 삼았던 포르투갈 마데이라나 홍콩 특별행정구와 같은 지위를 보장받을수 있게 헌법을 개정하는 일이 특별자치도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이지요.

게다가 ‘제왕적 도정’과 주민자치권 훼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낳은 제주도 단일자치-2개 행정시-읍면동이라는 ‘1자치계층 3행정계층’의 기형적인 행정체제는 김 전 지사님의 ‘작품’이 아닌지요.그것도 우 지사가 지난 2003년부터 추진했던 행정체제 개편 바통을 이어받아서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낸 것임을 도민들이 어찌 잊겠습니까.

이제 그럴듯한 구호정치나 수직적 리더십이 지배하는 ‘주군정치’의 시대는 끝났습니다.각 영역 주체들과의 협치,소통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수평적 리더십이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동력의 원천이며,이 시대 도민들이 바라는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마음으로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길 거듭 소망합니다.그래야 또다른 축에 선 분 또한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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