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67.학습능력 저하, 혹시 난독증?

인내심 갖고, 낮은 단계부터 천천히 연습

증상별 난독증 구분부터…해답은 역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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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이는 곧 다가올 시험이 두렵다. 매번 노력은 하지만 이상하게 책앞에만 앉으면 머리가 멍해진다. 읽던 문장을 반복해 읽고 또 읽고, 금새 머리가 어지럽고 무기력해진다. 방문 너머 엄마의 "왜 그렇게 집중을 못해!" 잔소리가 또 들릴까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수업시간에도 어떻게든 집중하고, 기억하려 애쓰는데, 집중한지 10여분만에 자기도 모르게 딴 생각에 빠진다. 가끔은 '자전거'를 '자건저'로 '선생님'을 '선님생'으로 말해 아이들이 비웃는 일도 있다. 말이 느려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이 어렵다. 친구의 말을 집중해 들었는데도, 기억하기가 어렵다. 조금의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자꾸만 포기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 중 20%정도가 '난독증'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있었다.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의외로 '난독증'이 흔하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양쪽 뇌의 불균형'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별히 큰 장애도, 지적 능력의 차이도 아니지만, 난독증을 가진 이들에겐 보통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읽기'도 '듣기'도 어렵다. 때문에 '장애'로 '지능'의 문제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반복되는 읽기, 듣기의 실패로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이어질 때 "공부를 그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어?" "가만히 좀 앉아서 해라" 등 꾸중이 이어지면, 부정적 피드백으로 압박감은 더욱 커진다.

말을 늦게 텄거나 더듬고, 어눌하거나 발음이 명확치 않은 경우.
단어의 순서를 바꿔 말하거나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문장을 읽어도 뜻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비슷한 소리를 구분하거나 글씨를 쓸 때 손의 움직임 방향을 헷갈려 하는 경우.

무엇보다 이런 예시가 반복적으로 이뤄질 때, 내 아이의 '학습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에 앞서 '난독증'을 의심해 볼만 하다. 난독증은 지능 저하로 인한 학습장애와는 다르다. 언어기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지만, 남들과 속도가 같지 않다고 '조들릴' 필요는 없다. 증상을 분석하고, 아이에 대한 이해를 먼저 앞세울 때, 진짜 능력이 나타난다.

△난독증이란?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읽기' 행위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난독증을 갖는 이들에겐 이 단순한 행위가 다른 어떤 행위들보다 어렵다. 하나의 문장을 읽어내는 처리속도가 느리고, 이해하는 것은 더욱 느리다. 난독증은 그래서 '읽기 장애'로도 불려지지만, 그러나 장애가 아니다. 지능과 관련한 학습장애는 더욱 아니다. 난독증을 가진 이들 중에는 암산이나 기계조작, 예술 분야의 창의력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난독증은 이해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읽기나 듣기, 운동능력 등에 어려움을 갖는 경우다.

△난독증, 증상별 구분먼저!

캐나다의 난독증학회는 난독증을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단어를 보고 이를 소리로 연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각적 난독증, 듣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각적 난독증, 쓰기나 어설픈 동작 등의 행동에 관계된 운동성 난독증이 있다.

▲시각적 난독증
단어가 말소리로 빠르게 변환되지 못하면, 그 말소리에 맞는 그림 또는 의미를 기억에서 찾아내는 데 시간이 지체된다. 때문에 단어를 보고도 의미를 재빨리 알지 못하는 경우, 시각적 난독증을 의심해 볼만 하다.

+대표 증상
1)공놀이를 잘 못하거나 색칠하기나 퍼즐맞추기와 같은 세밀한 활동을 피한다.
2)때론 한쪽 눈을 가리고 읽고, 눈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머리를 움직여 읽는다.
3)학교 수업시간에는 칠판을 보고 적거나 책을 노트에 옮길 때 자주 위치를 읽어버린다.
4)책을 읽을 때 줄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손가락·자 등을 사용한다.
5)책을 오래 읽지 못하고, 쉽게 졸리거나 어지럽고, 두통이 생긴다.

▲청각적 난독증
집중해서 들어야 할 소리에 집중하는 '선택적 경청'과 다른 필요없는 소리들을 걸러내는 '소리방어'에 문제가 있으면 '청각적 난독증이라고 한다. 청각적 난독증은 가장 많은 난독증 유형으로, 읽기에도 크게 관여한다. 듣고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글을 읽고 소리로 바꾸는 능력에서 어려움을 갖는다.

+대표증상
1)빨리 말하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2)배경이 시끄러우면 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3)말하는 이의 얼굴과 표정을 안 보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4)크고 조용한 강당에서는 오히려 말이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5)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자주 되묻는다.

▲운동성 난독증
동작의 순차적 정리와 움직임이 잘 조절 안 되는 경우를 운동성 난독증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춤이나 태권도의 품세를 몇번을 배워도 동작의 순서를 기억하기 어렵거나, 자세가 영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운동성 난독증을 가진 이들이 제일 어려워 하는 운동 중 하나는 줄넘기다. 하나 이상의 동작이 일치돼야 하고 연속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증상
1)걸려서 잘 넘어지거나 물건을 쳐서 자주 넘어뜨린다.
2)자전거 타기, 평균대 등 균형잡기가 서툴다.
3)배드민턴이나 야구 등 빠른 공을 치기가 어렵다.
4)단추 잠그기, 종이접기 등 미세운동신경 활동이 어렵다.
5)태권도 품세 등 순서가 복잡한 동작 배우기가 어렵다.

△난독증 해결, 이렇게…

*반복훈련, 천천히 꾸준히
난독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방식은 과제 훈련이다.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직접적으로 훈련하게 되는 데, 일반적으로 쉬운 것에서 점차 어려운 것으로 과제가 진행된다. 동일한 글자들이 다양한 맥락과 형식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읽기 처리 속도가 느린 난독증은 작은 문장 단위부터 반복하는 이런 훈련들로 문자 정보를 점차적으로 크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감각을 깨워라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오감을 깨우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다. 청각·시각·촉각 등 여러 감각을 활용하면 아이의 정보처리 능력도 쑥쑥 큰다. 단어 습득능력이 어려운 난독증을 가진 아이의 경우 단어의 윤곽을 손가락을 따라가면서 단어를 듣고 동시에 말하게 하거나, 거울 앞에서 자기 입 모양을 보면서 음을 만들어내는 것을 연습할 수도 있다. 플래시 카드를 사용하거나, 녹음된 테이프를 듣는 것 등도 오감으로 학습력을 키우는 대표 보조방법이다.

*스트레스 해소하기
난독증 아이들은 내면에 쌓인 스트레스가 보통 애들보다 많다. 또래의 아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걸 자각할 경우,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 외향적인 아이는 야외활동으로, 내성적인 아이는 개인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재충전을 가진 여유를 줘야 한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는, 아이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생활패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가사일 분담해주기
난독증 아이들은 충분히 일상생활에서 기본적 사고로 활동이 가능하다. 아이가 매사 서툴거라는 인식으로, 앞서 아이를 과잉보호 했다가는 부정적 결과만 낳게 된다. 아이가 특별히 잘하는 일을 권하고, 충분히 칭찬하고 격려하고 지지해줄 때 아이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자라난다.

△난독증을 극복한 사람들
*레오나르도 다빈치-그가 쓴 원고를 보면, 난독증의 특징인 철자 오류가 종종 나타난다.

*파블로 피카소-글자와 숫자 외우기를 어려워했고, 청소년기까지 글을 읽지 못했다. 그림은 일기를 쓰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조지 부시-초등학교 때 난독증 증상이 나타났다.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정치적 실수는 그의 난독증에 기인했다고 한다.

*톰 크루즈-난독증 때문에 대본을 읽어주는 개인코치를 따로 두고 있다. 대부분의 연기는 모두 대본을 귀로 듣고 외운 것이라고 한다.

*존 호너(고생물학자)-학창시절 난독증·학습장애 등으로 줄곧 낙제를 했다. 그러나 공룡 화석에 관심을 두고 독자적인 연구에 몰두, 박사학위까지 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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