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8개월 아내 두고 돈벌러 왔는데 알고보니 불법캠프
“중개인 알면서 연결해 더 화나. 전액 다 받아낼 것”

▲ 호주인 루크씨가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도착장 입구에 서 있다. 문정임 기자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2m의 장신 남성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름은 루크 맥키. 오는 3월이면 아빠가 될 서른셋의 뉴질랜드인이다.

지난해 12월, 제주국제영어마을(무등록 영어캠프)의 원어민 강사로 제주에 왔다. 지난 13일, 근무를 시작한 지 20일이 채 안 된 상태에서 짐도 싸지 못한 채 캠프 밖으로 나왔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는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캠프측 관계자가 폭행을 했다.

당시 그는 구좌읍 하도리에서 제주시 동부경찰서로 건너와 야간 당직자에게 폭행신고를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임금을 못 받게 된 것이다.

루크의 입을 빌리면 캠프측은 루크와 여러차례 나눈 통화에서 조건부 임금지불을 약속했다. 캠프 대표자에 대한 사과와 계속 근무 그리고 월급에서 그가 하도리 캠프장을 나간 뒤의 방세(그의 짐이 방에 있었기 때문에)와 무단이탈에 따른 벌금을 제외한 액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20일께 캠프측이 제시한 액수는 180만원 선의 임금중 110만원을 제외한 70여만원이었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후에도 캠프 측이 여러차례 말을 바꿔 매번 다른 조건을 제시하고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루크는 계약기간(2011년 12월 26일~2012년 2월 1일) 일하고 받은 돈으로 3월 태어날 아기의 출산비를 댈 예정이었다. 루크는 “아내와 떨어져 제주로 온 것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캠프 측이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루크를 정작 더 화나게 한 것은 캠프에 원어민 강사를 소개한 중개인이 영어마을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루크는 “중개인 J씨가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라고 말을 했다”며 “하지만 캠프장과 문제가 생긴 후 그와 나눈 통화에서 그가 이미 불법캠프임을 알고 있었음을 확신하게 됐고 심지어 내가 불법캠프라고 알려준 뒤에도 원어민 강사를 캠프 측에 소개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공항에 서 있는 이유는 새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올 또다른 강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4일 도착장을 통해 들어온 원어민 강사가 그의 글을 보고 돌아갔다.  

이날 그의 손에 들려있던 피켓에는 자신을 ‘불법영어캠프 가는 원어민에 경고하는 사람’이라고 써 있었다. 피켓에는 또 ‘모든 친한 외국인들이 월급을 못 받았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었다. 

한편 중개인 J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어제(24일) 원어민 강사 1명이 제주로 갔다가 공항에서 되돌아온 것은 사실”이라며 “캠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앞으로 보내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마을 대표 이모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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