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도지사 등 위계적 구조서 은밀히 행해져

도구적 지식 도배한 매체 역할·책임 반성해야

지역언론의 성숙된 민주화 아쉬워

▲ 지난달 30일 열린 지역언론연구 2011 세미나에서 고영철 교수는 세계7대 자연경관 캠페인의 성공 비결은 상상적 권력과 환상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세계7대 자연경관 캠페인의 성공은 상상적 권력과 환상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엔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열린 ‘지역언론 2011’세미나에서 고영철 교수(제주대 언론홍보학과)는 캠페인의 성공요인은 상상적 권력과 환상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적 권력이란 대통령·장관·도지사 등과 같은 권위 하의 위계적인 구조에서 은밀히 행사되는 힘을 말한다.

고 교수는 이런 상상의 힘이 세계7대 자연경관을 성공시킨 주요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단체와 조직체를 동원하고 상징과 표어를 세우는 등 외부시각 효과가 상상의 힘을 키웠고 여기엔 언론매체의 책임도 컸다는 지적이다.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캠페인 보도 분석’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고 교수는 중앙일간지(조·중·동·한겨레·경향)의 사례를 들었다. 2008년 8월3일부터 2011년 11월11일까지 약 3년3개월 동안 국내 중앙일간지에 실린 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기사는 총 68건.

이는 한 개 신문사에서 월 평균 0.5개 정도의 기사를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까지 나서 인터넷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캠페인이었지만 중앙일간지에서는 뉴스가치가 없는 일개 행사였던 것이다.

고 교수는 그나마 보도된 기사들마저도 도구적 지식(인터넷투표, 전화투표 참여 방법)이 대부분이고 원리지식(왜 투표해야하는가)을 실은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중앙일간지들이 세계7대자연경관과 관련해 실은 기사들은 대부분 홍보대사위촉과 같은 동정기사(36.8%)나 캠페인 관련 행사 내용(48.5%)이 절대적으로 많았다”며 “반면 뉴세븐원더스를 다룬 기사는 단 2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이벤트나 캠페인의 성공여부는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데 주류 언론들은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 교수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될 경우의 파급효과를 다룬 기사도 전체기사의 5.9%에 달하는 4건에 불과했다. 중앙일간지는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가 강조했던 대한민국 국격과 브랜드가치 상승, 경제적 파급효과의 내용에 별 관심이 없거나 신뢰하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고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뉴세븐원더스나 경쟁상대에 대해 모른 채 무조건 캠페인 주최측의 지시대로 ‘묻지마 전화투표’를 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사별 보도태도의 차이도 컸다. 조·중·동의 경우 ‘긍정적인 기사’가 절반 이상이었다. 이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부정적인 기사가 단 한건도 없었다.

경향신문의 경우 중립적인 기사와 긍정적인 기사가 각각 절반가량 차지했고 한겨레의 경우 타 신문사와 비교해 ‘부정적인 기사’가 가장 많았다. 긍정적인 기사는 1건이었다.

지역언론의 세계7대자연경관 관련 보도행태도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김철웅 국장(제민일보)은 이번 캠페인 성공은 침묵의 소용돌이 현상이 주요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침묵의 소용돌이 현상이란 이슈에 대해 특정한 의견을 펴거나 주장할 경우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일단 언론의 보도를 대세로 판단한다는 것.결국 언론보도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침묵으로 빠져들고 같은 의견인 사람들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보이므로 언론사의 의견이 지배적 여론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김 국장은 중앙일간지는 물론 제주지역 언론들이 이 침묵의 소용돌이 현상에서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영후교수 (제주대 언론홍보학과)는 지방언론의 민주화가 성숙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지역기관장들이 업적과시용 행사로 돈을 낭비하는 일들에는 견제세력으로 언론이 나서줘야 하는 데 이번에는 언론이 무기력했다”며 “마치 전두환 정권의 평화의 댐 시절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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