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53>미혼모 복지제도
덴마크, 교육 기회 제공하고 자립도와
미국, 부모·학교 자녀·학생 선택 존중
일본, 미혼모와 자녀 지원정책 함께

[제주도민일보 오경희 기자] 청소년 한부모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도내 미혼모 복지시설인 애서원에서 생활하는 청소년 한부모 지난해 기준 17명(전체 35명). 이들 모두 10대 미성년이고, 이중 14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덴마크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에 대해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혼모 가족을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정하고,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애서원은 7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미혼모와 혼외자의 차별없는 세상 만들기’ 세미나를 열고, 각국의 미혼모 복지제도를 살펴보고 한부모 가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 영화 <주노> 포스터
△덴마크: 미혼모는 일반적인 가족형태
덴마크에서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 중 한부모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5%이다. 이 중 독신모 가족이 17.6%이고 독신부 가족은 2.9%를 차지한다. 2009년 1월 현재 미성년 자녀와 동거하는 한부모 가족 수는 16만4367명으로 전체 미성년 자녀 동거 가족 수 76만1577명의 21.7%에 해당한다.

덴마크는 미혼모를 가족 형태로 인정한다. 덴마크 통계청은 미혼모, 미혼부의 동거를 결혼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미혼모는 모성보호법, 임신보호법 등 일반 결혼여성과 똑같은 법적용 및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부모 가족정책 역시 일반적인 가족정책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3살때 덴마크에 입양된 티느씨(Tine, 최영숙, 44)는 “한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이 보편적인 덴마크 가족정책의 특징”이라며 “미성년 자녀가 임신 및 출산을 하는 경우 부모의 부양의무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덴마크 가족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당장 자립 능력이 없는 한부모 가족, 즉 10대 한부모 가족을 위해 1930년대부터 ‘어머니의 도움(Mothers Help)’이라는 공공 조직을 통해 10대 미혼모를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10대 한부모 가족의 경우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급여에 장기적으로 의존하며 생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데, 덴마크는 이러한 의존적인 가족이 만들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이는 자칫 사회적 보호 대상으로만 전락하기 쉬운 젊은 독신모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 복지 급여에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실제 유럽연합 국가 내 여성 취업률은 2004년 이후 덴마크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덴마크 여성 취업률은 73.2%이다(statistics Denmark, 2009). 한부모의 역할로서 돌봄노동만이 강조되는 것이 아닌 취업노동을 중시하는 정책적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 10대 양육프로그램 TAPP
“미국의 내 친구들도 미혼모였어요”

지난 1년동안 미국버지니아주 포츠머쓰의 우드로우윌슨 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낸 김현양(중앙여고 2)은 한국과 다른 미국 교실 풍경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김현양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제 또래 여학생이 임신한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고 부모들은 딸아이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친구들은 스스로가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모와 학교 역시 딸과 학생의 현실과 선택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놀라웠다”고 말했다.

미국은 십대의 미혼모가 증가함에 따라 예방대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것이 학교에서 수행되고 있는 ‘10대 양육프로그램(TAPP)’이다.

주요 목적은 임신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방지하고, 임신동한 학업과정을 수행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육을 위한 준비, 아동에 대한 질적인 보호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십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절제교육, 기술교육, 피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사후대책으로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혼모들을 모자가정으로 책정, 공적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미혼모 관련 서비스에는 종교단체를 비롯한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상담서비스와 쉼터가 있으며, 미혼모들에게 입양 또는 양육을 선택하도록 하고, 주거보호, 상담, 교육,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선택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미혼모 시설인 ‘뉴 비기닝스’는 14세 이상 미혼모가 부모가 되거나 입양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 교육을 원할경우 지역 고등학교·대학교와 협력 학업을 계혹할 수 있으며 구직서비스센터를 통해 자활을 돕는다. 부모나 후원자가 없는 경우 입소비는 무료다.

△일본: 한부모+아동 지원정책
일본은 20세 미만 여성의 낙태율이 높아지고 미혼모가 출산한 아동의 수가 일본의 출산아동의 3%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한부모 정책과 아동정책 내 미혼모와 그 자녀의 지원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 아동지원 사업은 주로 ‘모자 및 과부 복지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십대의 임신 예방을 위해 사춘기 건강 교실, 사춘기 임신위기센터 등을 운영, 미혼모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을 위해 아동부양수당과 아동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 주택 지원 사업으로 모자생활지원 시설 이용을 위한 모자료와 모자 아파트 등이 있다.

모자세대 아동을 위한 보육시설은 ‘신엔젤플랜’에 근거해 ‘다기능보육소’를 정비하고, 입소를 못해 대기하고 있는 아동이 없도록 보육소를 신설, 증축하고 있다. 홈헬퍼(가정생활지원자) 파견 서비스, 아동방문원조사업, 모부자가정원조사업 등을 운영, 부모를 대신한 학교 방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2007년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기를 돌볼 수 없는 부모가 몰래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신생아 포스트’가 설치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생아 포스트’는 건물 외벽에 설치한 우편함과 같은 모양의 시설로 부모가 아기를 이곳에 넣게 되면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린다. 아기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이 돌보게 된다.

20년동안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조희란씨는 “최근 일본사회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냉대하고 사회의 문제를 개인에게만 전가해버린다며 가정의 해체-아동 유기-학대 등으로 연결돼 새로운 사회 문제에 노출될 위험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미혼모의 문제는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책임질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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