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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내’로 수소 유혹 ‘씨’ 받아 송아지 생산〈57〉 혼목(混牧)과 분목(分牧)

▲ 소의 교미(구좌읍 덕천리). 2007년 6월11일(촬영 강봉석·제주도청 학예연구사).

암소와 수소는 발정기 때만 교미를 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그렇듯이 이는 송아지의 생산을 위해서다.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된 외암마을(충북 아산시 송악면)에 사는 김효정씨(1930년생·남)로부터 암소와 수소의 교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암소는 생후 14개월이면 발정한다. 음부가 부어오르고 소리도 지른다. 발정기를 “암내를 낸다”고 한다. 암소의 암내는 수소를 유혹한다.

암소가 암내를 내기 시작해 3∼4일이 지나면 암소의 주인은 씨황소네 집으로 암소를 끌고 간다. 암소의 주인은 코뚜레를 잡고 씨황소 쪽으로 암소를 밀어넣는다. 씨황소는 암소의 등에 올라탄다. 생식(生殖)을 위한 교미가 이뤄진다. 이를 “암 붙었다”고 한다. 암소의 주인은 씨황소의 주인에게 씨를 제공받은 값으로 쌀 한 되를 지불한다. 이때 암을 붙이지 못하면 암소의 발정은 사그라지고 송아지도 생산하지 못한다.

혼목하는 암·수소 교미 사고위험

동물의 수컷들은 특히 암내에 대한 후각본능이 뛰어나다. 오산마을(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임○○씨(1942년생·남)로부터 이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개는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다. 조금만 소리가 나도 짖어댄다. 군사작전 중에 있는 군인들은 노출이 두려워 개를 죽인다. 그래서 6·25전쟁(1950년) 무렵에는 개의 숫자가 격감한다. 6·25전쟁 때 이 마을 암캐 한 마리가 발정한다. 어디선가 수캐 한 마리가 나타나서 교미를 한다. 그 수캐는 암캐네 집에서 떠나지 않는다. 암캐의 주인은 오랫동안 수캐를 먹여 살린다. 어느 날 수캐의 주인이 나타난다. 중마을(안성시 서운면)에 사는 사람이다. 수캐의 주인은 암캐 주인에게 양육비로 어느 정도의 보리쌀을 지불하고 수캐를 끌고 간다. 오산마을과 중마을의 직선거리는 4㎞다. 오산마을 암캐의 암내가 중마을 수캐의 후각을 자극시켰던 것일까.

제주도 사람들은 한 마을에 정주(定住)하면서 소를 방목한다. 방목에는 혼목(混牧)과 분목(分牧)이 있다. 혼목은 암소와 수소를 섞어 기르기고 분목은 암소와 수소를 나눠 기르기다. 혼목의 경우 암소와 수소의 교미는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사고의 위험이 높다. 서광마을(안덕면)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800정보의 목장을 마련한다. 이곳에 이 마을의 모든 우마를 풀어놓고 기른다. 여기서 암소 한 마리가 발정하면 수소 7∼8마리가 동시에 달려든다. 그 바람에 서로 겹쳐져 엉켜져버린다. 이런 모양을 ‘포 부떴다’고 한다. 말타기 놀이를 하는 식으로 암소 한 마리에 7∼8마리의 수소가 올라탄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른 암소는 깔려죽는다. 혼목일 경우는 한 마리의 암소에 여러 마리의 수소가 ‘포 부떠서’ 깔려죽는 일도 벌어진다. 그래서 고민이다. 소를 혼목할까, 분목할까.

암·수소 농우 비율따라 혼·분목 달라져

혼목과 분목의 사례를 소개한다.

①구좌읍 송당리 허정봉씨(1930년생·남)=이 마을은 암소 농우가 90% 안팎으로 절대 우세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목장을 소유한다. 하나의 목장을 동장(東場)과 서장(西場)으로 나눈다. 동장과 서장은 1년씩 농작과 방목을 교체한다. 동장에서 방목이 이뤄질 때는 서장에서는 농사를 짓는다. 서장에서 농작이 이뤄질 때는 동장에서는 우마를 기른다. 우마의 분(糞)은 농사를 짓는 동안에 거름으로 작용한다. 소의 방목은 입하(5월5일경)에서 상강(10월23일경)까지 이뤄진다. 이에 앞서 목장에 불을 놓아 태운다. 이를 ‘방애’라고 한다. 방화(放火)라는 말이다. 진드기를 구제(驅除)하려는 것이다. 울타리도 보수한다. 목감(牧監)을 한사람 선임한다. 목감은 수시로 목장의 울타리를 돌아본다. 암소와 수소는 목장의 울타리 안에서 혼목한다. 암소와 수소의 교미는 저절로 이뤄진다.

②표선면 세화리 김승두씨(1939년생·남)=표선면에 있는 세화마을과 토산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영아리오름(표고 516m)’ 앞쪽 일대에 98정보(1정보는 3,000평)의 목장을 마련한다. 두 마을은 암소 농우가 70% 정도로 우세하다. 소의 방목은 청명(4월5일경)에서 상강까지 이루어진다. 이에 앞서 목장에 방화를 하고 울타리도 보수한다. 목감을 두 사람 선임한다. 암소와 수소는 목장의 울타리 안에서 혼목한다. 암소와 수소의 생식활동이 순리롭게 이뤄진다.

③서귀포시 도순동 임남용씨(1927년생·남)=이 마을은 암수소 농우의 비율이 50% 정도로 균등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80정보의 목장을 마련한다. 이에 앞서 목장에 방화를 하고 울타리도 보수한다. 목감은 한 사람 선임한다. 이 마을에서는 목감을 ‘케파장’이라고 한다. 청명에서 상강까지 암소와 수소 농우를 혼목한다. 암소가 암내를 풍기면 수소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암소는 이를 피하려다가 건천으로 떨어져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1940년 무렵에 방목지를 둘로 나눠 분목한다. 동쪽의 목장을 ‘암소장’, 서쪽의 목장을 ‘수소장’이라고 한다. 암소장의 암소가 암내를 풍긴다. 수소장에 있는 수소 한 마리가 돌담을 넘는다. 교미가 이뤄진다. 케파장은 암소장으로 넘어온 수소를 수소장으로 다시 몰아넣는다.

④애월읍 고성리 강수관씨(1940년생·남)=이 마을은 수소 농우가 70% 정도로 우세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공동으로 130정보의 목장을 마련한다. 목장은 네 곳, ‘큰뱅디’ ‘비지남굴’ ‘배체기왓’ ‘산샘이오름’으로 나눈다. 암소의 방목장을 ‘암소통’, 수소의 방목장을 ‘수소통’이라 한다. 네 곳의 목장을 각각 암소통과 수소통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목감 두사람을 선임한다. 대서(7월24일경)에서 상강까지 암소 농우와 수소 농우를 분목한다. 암소통의 암소가 암내를 풍긴다. 수소통의 수소가 돌담을 넘어와 교미가 이뤄진다. 목감은 암소통의 수소를 수소통으로 다시 몰아넣는다.

암소 농우가 절대 우세한 송당마을(①), 그리고 암소 농우가 우세한 세화마을(②)과 토산마을에서는 암소와 수소를 혼목한다. 암소와 수소는 자연스럽게 교미가 이뤄진다.

암소 농우와 수소 농우가 균등한 도순마을(③)에서는 처음엔 암소와 수소를 혼목한다. 교미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암소와 수소를 나눠 분목한다. 수소 방목지에서 수소 한 마리가 넘어와 교미가 이뤄진다.

수소 농우가 우세한 고성마을(④)에서는 암소 방목지와 수소 방목지를 서로 나눠 분목한다. 암소 방목지에 있는 암소와 수소 방목지에서 넘어온 수소의 교미가 이뤄진다. <고광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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