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인터뷰
"크레인 내려오면 꼭 강정마을 찾고 싶다”조남호 회장, 해고 노동자들 눈빛 확인했으면 좋겠다
국회 단호하길…투쟁의 승리는 싸우는 사람에게 달려

<인터뷰>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 농성 김진숙씨

김진숙(5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25일 부산 영도에 자리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겨우 물어 찾은 타워크레인 85호. 크레인 기둥에는 큼지막하게 ‘정리해고 철회 크레인 농성 171일째’라는 문구가 또렷이 적혀있었다. 35m 높이의 크레인 조종실 안. 김진숙 위원은 1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노조원 170명에 대한 회사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7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영도조선소는 파업 노조원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 집행이 시작돼 경비가 삼엄했다. 조선소 주변을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진을 치고 철저한 감시망을 작동하고 있었다. 인터뷰는 고사하고, 김 위원의 사진을 찍는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인터뷰는 전화와 서면을 번갈아가며 할 수 밖에 없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마치 어떤 통제도 불가능한 ‘치외법권’ 같았다. 해군기지 건설을 통해 해군과 대기업이 무소불위 권력의 영역을 서서히 넓히는 제주사회가 겹칠 수 밖에 없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멀리서 카메라 프레임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크레인 조종실 앞에서 우산을 들고 손을 흔드는 김 위원의 모습이 보인다. / 이정원 기자

1. 26일로 크레인에 몸을 실은지 172일째다. 하지만 많은 제주도민들이 김진숙 위원의 투쟁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고공투쟁을 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 한진중공업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영업이익 1700억의 흑자기업이다. 그런데도 경영상의 이유로 400명의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리해고 통보 그 다음날 경영진은 174억의 주식배당금을 챙겼고, 임원들의 연봉을 인상했다.

한진중공업은 국내 조선소를 폐쇄하고 필리핀 수빅으로 조선소를 옮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2010년에서 현재까지 수빅조선소에서는 36척의 배를 수주받은 반면, 부산 영도에서는 한척도 못 받았다는 것을 정리해고의 이유로 댄다.

수주를 책임진 건 조남호 회장과 수주담당 상무인 조원국(33세, 조남호 회장의 아들) 상무다.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걸 몽땅 노동자에게 지우려는데 분노하는 것이다.

2. 김 위원은 25년째 한진중공업 해고자 신분이다. 해고는 어떻게 당하게 됐는지.

-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노동조합은 거의 다 어용노조였다. 조선소가 작업환경이 열악해서 1년에 5~6명이 사망하고 숱한 사고가 발생하는데도 산재처리도 안됐다.

점심은 물론 작업에 필요한 소모품들도 전부 자기 돈으로 사서 써야 했다. 이런 일들을 바로잡겠다고 노조대의원에 출마했다 당선된 후 대공분실 끌려 다녔다. 이어 부서이동 당하고, 결국 해고됐다.

3. 크레인 위에서는 보통 뭘 하고 지내나. 지금같은 여름이나 추운 겨울은 어떻게 견디는지.

- 주로 트위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전에는 책을 보기도 했는데 용역 깡패들이 투입돼 조합원들이 폭행당하고, 특공대가 바로 옆 크레인까지 와서 진압에 대한 사전조사들을 하는 걸 본 이후로는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특히 트위터를 통해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한진중공업의 부당한 정리해고 문제를 알려내기도 하고 세상의 소식을 듣기도 한다.

트위터를 통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진중공업 사태가 외신에 알려지기도 하고, 희망버스가 오면서 전국적으로 여론화되기도 했다. 지난 겨울이 많이 추웠는데 지나고 보니 잘 견뎌낸 것 같다.

조선소에서 55도가 넘는 밀폐된 탱크 안에서도 일을 했었기 때문에 여름도 잘 견딜 것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4. 투쟁 200일이 다 돼서야 국회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청문회에 세우게 됐다. 하지만 정작 청문대상인 조남호 회장은 청문회에 불참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만약 조남호 회장을 직접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 조남호 회장이 해고하겠다는 노동자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한 가정만이라도 방문해서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어떤 삶을 사는지 직접 보라고, 당신이 하고자 하는 정리해고가 그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게 될지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5. 이번 국회 청문회가 한진중공업 사태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조남호 회장은 애초 청문회 출석을 예고했다가 갑자기 도피성 출장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29일 청문회 역시 불참할 걸로 예상된다. 고발당하더라도 벌금 몇 푼 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오만함과 무책임함이 사태를 여기까지 확대시킨 근본원임을 알아야 한다. 환노위 위원들은 여야를 떠나 국회마저도 무시하는 조남호 회장에게 단호하길 바란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 하면서 수 천명의 생존과 고용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에 대해서 국회가 심각성을 가지고 대해주길 당부한다.

6.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문제는 현안도 많고 문제를 양산하는 구조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도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비정규직 문제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데도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희망없는 삶을 살아가는 비정규직이 900만에 육박하는 나라에선 민주주의도,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7. 한진중공업 사태처럼 제주해군기지도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견디며 4년 이상 투쟁을 한 끝에 이제야 전국적으로 문제가 알려지고 있다. 투쟁하는 주민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 해군기지에 맞서 4년을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다만 어떤 싸움이든 끝이 있고, 어떤 결과로 끝날 것인가는 싸우는 사람들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한 사람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 잘 마무리돼서 크레인을 내려오게 된다면 몇 년전 방문했던 강정마을을 꼭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8. 김 위원의 저서 <소금꽃나무>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중 ‘봄이오면 무얼하고 싶으세요’란 제목의 글이 있다. 김 위원이 꿈꾸는 ‘봄’은 무엇인지. 그리고 봄이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 내게 봄은 청춘이다. 영화 보러 다니고, 여행도 가고, 며칠이고 산에 들어가 나무들, 풀들, 바람들, 지켜보며 앉아있는 일. 내가 청춘의 시절에 못해본 일상들을 해보는 그 것이 봄일 것이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