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16>왕따
‘장난으로’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
당하는 아이는 두려워 말못하고
피해자↔가해자 ‘왕따 악순환’

왕따: 두 사람 이상이 집단을 이뤄 특정인을 소외시켜 반복적으로 인격적인 무시 또는 음해하는 언어적·신체적 일체의 행위.

사전에 등록된 왕따의 의미다. 왕따는 주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어떤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이를 벌주기 위한 의도적 또는 따돌리는 집단의 압력에 동조해 같이 괴롭히는 행동을 말한다. 흔히 “왕따”, 줄여서 “따” 또는 “따를 당하다”라고도 불린다.

지난 23일 한 중학생이 자신의 집 아파트에서 투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0일만에 숨을 거뒀다. 사고후 부모는 A군의 죽음에 ‘집단따돌림’이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금 누군가는 학교 교실에서 ‘왕따’에 신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난으로, 멍드는 마음
인터넷 검색창에 ‘제주&왕따’를 검색해봤다. 2011년 1월1일 ‘예비중학생입니다’란 제목으로 쓰인 글은 “S여중, J여중 선배님들한테 안찍히는 방법, 친구 잘사귀는 방법, 왕따 안 당하는 방법”을 불특정 다수에게 묻고 있었다. 또 다른 예비중의 글 역시 “J여중엔 혹시 혼자다니는(왕따)가 있나요?”라는 내용이었다. ‘왕따’가 두려운 아이들의 고민이 지금 학교 교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진짜 자존심 상하게 친구들이 막 “야 내 가방이나 책상뒤져서 빗 갖고 와”이러면 저는 그 친구 가방에서 빗을 꺼내옵니다. 그러면 친구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저를 보고 웃어요. 그 애들의 말을 듣기 싫지만 다른 친구들한테도 벌써 그애들이 저랑 놀면 괴롭히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어요. 선생님은 제가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몰라요. 도와주세요. 만약 제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제발. 제발. 저 진짜 자살을 생각해본적도 많아요. 도와주세요” 지난해 온라인 상담센터에 올라온 A군의 사례다. A군을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는 ‘재밌어서’다. 친구들의 심부름 강요를 거부하고 싶어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는 ‘외모가 이상하다, 잘난 체하고 나서기를 좋아한다,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고자질한다, 분위기를 못 맞춘다,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 등이다. 때로는 ‘재밌어서’ ‘장난으로’ 등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돌림은 대개 신체나 언어폭력, 시비걸기, 소문내기, 별명부르기, 빈정거리기, 대화거부, 심부름 강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협박을 당해도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쉽게 알리지 못한다. 그래서 주위에서 알지 못한 채 ‘속앓이’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진다.

△왕따의 악순환
최근의 ‘왕따’는 점점 집단화되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며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아동(초등학생)의 8.3%, 청소년(중·고등학생)의 3.9%가 집단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따돌림을 낳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배타적인 또래집단의 영향이 크다. 문화자기와 성향이 다른 친구에 대해 낙인을 찍고 괴롭히는 집단 압력과 동조 현상이 일어난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도 자기 역시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2009년) 조사결과 “친구들 사이에 폭력이 발생해도 모른 척한다”는 학생이 57%나 됐다.

특히 가해 학생 스스로가 왕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가해학생의 55%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장난’이나 ‘이유 없다’고 답해 왕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왕따’의 심각성은 ‘악순환’ 된다는 것이다.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이 되고, 다시 새로운 피해학생이 나타난다.

왕따를 당한 학생이 오히려 다른 학생을 왕따시키거나 공격적 성향을 갖는 문제아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왕따를 당하게 되면 무기력하거나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쉽다.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는 (복수심에)‘자신이 당한 그대로’를 다른 대상에게 표출한다.

△개인 아닌 한 사회의 문제
집단 따돌림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왕따로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제주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제주지역 청소년생활실태조사’ 결과(2008)를 보면 21.8%가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자살시도’를 경험한 청소년도 5%에 이른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학교 내에서는 피해학생을 돕는 상담 프로그램, 전담교사, 보호조치를 확대해야 한다. 공정한 규칙에 따라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예방교육을 정규 교과과정과 연계하고,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특히 상담 등을 통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왕따 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마련, 학교 또는 상담기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사회에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왕따는 우리 문화의 두 축을 이루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기형적으로 결합된 현상이다. 타자를 배려하지 않은 개인주의는 폭력성을 수반한 자기중심주의로 나타나고, 차이를 존중하지 않은 공동체주의는 소외 또는 따돌림을 수반한 배타적인 집단 문화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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