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15>인터넷 게임 중독
부모 무관심에 중독될 가능성 높아
무조건 강압적인 ‘윽박’은 부작용 초래
함께 대화 나누고, 전문기관 도움 청하기

전문>주부 현미진씨(37·가명)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며칠전 겨울방학을 시작으로 인터넷 게임에 푹 빠진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때문이다.

현씨는 평소에도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아들과 싸움이 잦은 편이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방학엔 싸움은 ‘전쟁’이 되곤 한다. 화도 내고, 타일러도 보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현씨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방학이 되면 많은 부모들은 평소보다 더 자녀의 인터넷 중독 문제가 걱정스럽다. 학교를 다닐때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고, 날씨가 추워 특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 기간 아이들은 온라인 게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인터넷 게임 중독의 원인과 치유방법을 살펴보자.

사진/뉴시스
△왜 빠져들까
다음의 사례는 인터넷 게임 중독 사례집에 나오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얘기다.

종민(가명·중2)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락기를 끼고 살았다. 유난히 게임을 좋아했던 종민이는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살았다. 성적은 자꾸 떨어졌고,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늘어갔다. 종민이 아버지 A씨는 처음에는 타이르다가 참다 못해 매를 들었다. 그러나 종민이의 게임에 대한 집착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던 종민이는 성격까지 공격적으로 변했다. 아버지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았고 심지어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왜 인터넷 게임에 빠져들까.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원인은 연령대별로 다르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학생들 중에서는 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쉽게 빠진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는 우울증이 게임중독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성격보다 가정환경이 게임 중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 무관심한 가정에서 게임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게임 중독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상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성향이 짙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등 생활환경이 달라질 때도 게임중독을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중독 전문치료기관 ‘보라매 아이윌센터’ 박혜경 팀장은 “환경 변화는 게임중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아이들의 심리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게임중독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중독 단계별 증상은?
게임 중독은 어떤 단계를 거쳐 진행될까. 게임에 호기심을 갖고 주변 친구들과 관련 정보를 나눈다면 초기 ‘호기심 단계’다. 이 시기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졸거나 지각을 하고 성적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때 부모가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중기 ‘대리만족’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중기 단계는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을 게임으로 맛보는 시기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은 가상현실의 돈, 게임머니에 집착한다. 게임머니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부모 지갑에 손을 대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서 더 진전하면 ‘후기 단계’에 이른다. 이 시기는 아이들이 현실과 게임 속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단계다. 가상의 세계에만 머물러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도 포기하기 쉽다. 이때는 입원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표-첨부> 청소년 자가진단표

△부모는 어떻게
“게임을 하지 말라”는 부모와 “하고 싶다”는 아이. 게임 때문에 자식과 싸우는 부모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게임중독은 일부 청소년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도 게임에 중독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얼마나 해야 중독인지, 게임중독의 원인, 예방 및 치유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과 지나치게 감정 대립을 하거나 반대로 방치하면 아이들의 게임중독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게임을 못하게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강압적으로 게임을 중단시키기보다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박혜경 팀장은 “아이들이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라면 게임을 허락하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간’으로 게임중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많은 부모가 오해를 하는 부분이다.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게임에 몰입하느라 포기하는 일상생활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중독 증세가 가름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생때부터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시간외에 반복성과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중독 증세를 진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를 부모부터 잘 알아야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아이가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홈페이지(http://www.iapc.or.kr)에서 중독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전화(1599-0075)로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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