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라기’에 동남아·내국인 관광객 줄줄이 발길 외면
지난해 내국인 반짝 늘었지만, 올해는 또 다시 감소 우려
관광시장 다변화 구호 수년째, 각종 지표 및 현실은 ‘암울’

제주도와 관광공사 등 도내 관광업계가 수년 째 관광시장 다변화를 외치며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정작 수치와 결과로 나타난 체감경기는 최악으로 나타나는 등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이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지표를 보면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발 사드 후폭풍 영향도 있지만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 수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약 15% 감소하는 등 좀처럼 외국인 관광객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빠진 자리를 중국인이 채웠지만, 사드 보복 등 한중관계 냉각에 따라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중국 바라기’ 관광정책이 이미 한계에 다 달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를 찾은 관광객 현황을 보면 내국인은 2016년 1585만명에서 2017년 1475만명으로 6.9% 줄었다. 외국인을 보면 2016년 360만명에서 123만여명으로 65.8%나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반 토막 난 셈이다.

국적별로 보면 같은 기간 중국인은 2016년 300만명에서 74만명으로, 싱가폴은 5만명에서 3만여명, 말레이시아는 6만여명에서 4만9천여명, 인도네시아는 3만여명에서 2만여명, 베트남은 2만5천여명에서 2만4천여명으로 줄었다.

일본 관광객 수도 2011년 17만명에서 2012년 18만명, 2013년에는 12만8천명, 2015년 5만9천명, 2016년 4만7천명, 2017년 5만5천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일본,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빈자리를 중국인들이 채우면서 제주 해외관광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올라갔다. 시장다변화를 외친지 수년이 지났지만 중국만 늘어나고 오히려 동남아시아 관광객은 줄어들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2017년은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던 점을 감안해서 2016년 최 정점을 맞았던 시기를 놓고 봐도 중국에 크게 의존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러 전문가는 지난해 사드로 인해 해외 관광객이 줄어든 틈을 국내 관광객으로 일부 채웠지만 올해는 국내 관광객 마저 발길을 줄이고 있어 제주관광시장이 암울하다고 우려한다.

실제 올해 7월 24일까지 관광객을 살펴봐도 내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보다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30만명이 제주를 찾았지만 올해는 790만명에 그치고 있다. 자세히 보면 내국인은 지난해 742만명에서 739만명, 외국인은 87만명에서 57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 같이 관광시장을 덮치는 우울한 변화는 제주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달 12일 발표한 ‘제주지역 관광객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2017년 제주지역 관광수입은 5조6천억원으로 2016년 5조5천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하지만 관광 부가가치는 2016년 1조7천억원에서 2017년 1조6천억원으로 떨어졌고, 관광 부가가치율도 2015년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관광산업 비중(총부가가치 기준)은 10%로 2015년 이후 떨어지는 등 핵심산업이란 명성을 건설업에 내줬다. 관광산업은 지난 2015년까지 농림어업에 이어 2위(공공 행정 국방 제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제주 건설시장 활황으로 2016년 이후에는 건설업 비중보다도 낮아졌다.

관광산업 성장률이 줄면서 실질성장률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다가 2017년에는 -6.1%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사드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 업체 간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경영여건이 악화된 것도 관광산업 위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관광 성수기를 맞았지만 도내 일부 콘도와 펜션에서 하룻밤 묵는 값이 5만원 수준에 그친다. 성수기 20만원을 호가하던 값이 1/4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는 게 관광업계 종사자들 목소리다. 더욱이 우후죽순 들어선 호텔, 분양형호텔이 너도나도 앞 다퉈 낮은 값에 방을 내놓으면서 관광객들이 콘도와 펜션에서 발길을 돌린다.

일부 숙박업소는 장사가 되지 않자 사직을 권고하기도 한다. 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구좌읍 세화리, 월정리 펜션 여러 업주가 22만원에 방을 내놨는데 찾는 사람이 없었다. 일부는 5만원으로 값을 내려 내놓기도 한다”며 “도내 호텔 등이 비수기 수준에서 값을 올리지 않는 등 출혈경쟁 모습이 나타난다. 분양형 호텔은 분양이 안돼서 투숙객 예약도 받지 않는가 하면 일부는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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