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호림박물관 보유 170점 제주로…“전무후무”전시 기대
국립제주박물관, 7월 3일부터 ‘고려 철화청자’ 특별전 개최

완도 어두리 해저 출토 철화청자. /사진=국립제주박물관.

베일에 싸여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시대 철화청자가 제주를 찾아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특히 호림박물관이 소장중인 철화청자와 전국 국립박물관이 보유중인 철화청자 170여점이 제주를 찾아 도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철화청자란 산화철(Fe₂O₃) 물감을 사용해서 표면에 무늬를 그린 청자를 말한다. 하늘빛 비색청자나 화려한 상감청자와는 달리 녹갈색이나 황갈색, 녹청색의 바탕에 검정색으로 그린 문양이 주는 강렬함이 특징이다.

철화청자는 녹색 바탕과 검은색 문양이 주는 흑백의 대비가 작품 전체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붓을 사용해서 무늬를 그렸기 때문에 표현이 대범하고 자유로워 마치 도자기를 화폭으로 삼은 현대 회화 작품을 보는 듯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중론이다.

철화청자는 비색청자와 상감청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청자다. 12~13세기 고려시대 지식인들이 사용했던 철화청자는 일종의 상감청자와 비교하면 ‘돌연변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감청자’와 색깔과 기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철화청자는 상감기법과 다르게 서민들과 지식인들이 술병, 물병, 유병, 저장용기로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투박한 바깥 모습에 검푸른 빛 철화안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왕족, 귀족들이 사용한 상감청자와는 다르게 표현 또한 자유로운 것도 눈여겨 볼만한 비교점이다.

철화청자는 상감청자와 같게 유약을 입힌 뒤 가마에서 구워낸다. 하지만 차이는 색과 무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감청자는 익히 알고 있듯 비취색을 보이지만, 철화청자는 빚는 재료 특징상 검푸른색을 보인다.

꽃 가지 무늬 매병.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상감청자는 표면을 ‘파내고’ 다른 색감의 흙을 넣는 상감기법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철화청자는 철분이 함유된 철사안료를 붓에 묻혀 ‘그려’낸다.

‘철화청자’는 그 동안 학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색, 상감청자가 주류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그 마저도 1980년대 초 전남 완도 앞 바다에서 청자 3만점 정도가 발견 됐지만, 이 가운데 철화청자가 15점 정도에 그쳤다. 이를 계기로 ‘철화청자’가 연구 되긴 했지만 여전히 비색과 상감청자에 비하면 연구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철화청자’가 최근들어 비색, 상감청자와 다르게 주목 받는 이유는 현대적 감각 때문이다. 양수미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빚는 방법은 다른 청자와 비슷하지만 시각적으로 보면 ‘철화청자’에 사용하는 안료가 달라서 요즘 사람 눈에 보기엔 정교한 느낌 보다는 현대 회화적 느낌이 많이 난다”며 “이 점이 철화청자가 갖는 매력인 만큼 관람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람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 같은 특징을 갖는 ‘철화청자’를 제주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국립제주박물관은 7월 3일부터 8월 2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려 철화청자鐵畫靑磁’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철화청자의 발달과정을 소개한다. 1부 ‘철화청자의 등장’에서는 철화청자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의 상황을 조명한다. 초기 철화청자를 대표하는 전라남도 완도 어두리 해저 출토 철화청자와 강진 사당리, 용운리에서 수습된 초기의 예들이 전시된다.

2부 ‘철화청자의 성행과 확산’에서는 전성기를 맞은 철화청자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철화청자는 고려 12~13세기에 기술적으로 가장 발달하게 되는데, 2부에서는 이러한 면모를 살필 수 있도록 다양한 기종과 품질, 문양의 철화청자들을 전시한다.

3부 ‘철화청자의 쇠퇴와 영향’에서는 시대적 상황이 변하면서 점차 쇠퇴해갔던 철화청자 양상과 제작 전통이 조선시대의 분청사기로 전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시 구성 이외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꽃가지무늬 매병’, 호림박물관 소장 ‘국화 넝쿨무늬 매병’등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명품들은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국화 무늬 매병. /사진=국립제주박물관.

한편 국립제주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올해 1월 기획전시를 위해 (재)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 측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업무협약 당시 제주박물관은 호림박물관측이 소장하고 있는 철화청자 120여점과 국립광주박물관 30점을 더해 총150여점을 전시에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특별전 전시 준비 과정에서 20점이 더해져 ‘철화청자’ 총170여점이 제주를 찾는다.

이번 특별전은 기획 당시부터 호림박물관 측이 보유하고 있는 ‘철화청자’를 내놓는 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호림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에 130점을 내놓는다.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는 “철화청자는 비색청자, 상감청자와 더불어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도자기다. 전시에는 최상급의 철화청자부터 일반인들이 썼음직한 품질의 청자까지 다양한 품질과 종류가 소개돼 철화청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며 “철화청자가 이 처럼 대규모로 제주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름을 맞아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과 도민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란 넝쿨무늬 난간 장식. /사진=국립제주박물관.
구름 학무늬 매병. /사진=국립제주박물관.
보상 학무늬 매병. /사진=국립제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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