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전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 형사지원팀>

가을인가 싶더니 쌀쌀한 찬바람이 불고 어제는 뉴스에서 중부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어느덧 12월이 됐다. 이맘때면 눈오는 거리에서 불우이웃을 돕자며 자선냄비 앞에서 꼬깃꼬깃 돈을 넣는 엄마와 어린 아이의 모습이 정겹게 머리에 그려진다.

'불우이웃'. 내가 경찰에 들어오기 전에 머리에 그리던 불우이웃은 위문품을 건네 받고 고맙다며 선량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이웃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매일밤 남을 때리고 남의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들어오는 사람들, 각가지 한많은 사연들을 갖고 있는 불우이웃들이라는 것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어쩔 수 없이 범죄환경에 노출되거나, 아니면 사회의 무관심으로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되면서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늘어가는 '묻지마 범행'을 보자면 더더욱 불우한 환경이 얼마나 사람을 끝없이 추락시키는지 알 수 있다.

매년 나는 모금함에 몇푼의 돈을 쥐어 넣으면서 '내 도리를 다했다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몇푼의 돈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배려', '애정어린 손길'이 아닐까 싶다. 원초적으로 인간은 사랑과 관심, 따뜻한 손길 없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생명체임이 틀림없다.

불우한 이웃도 돌아보지 않으면서 그저 나와 가족의 피해만 없으면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은 우리들의 완전한 착각이다. 이런 이기주의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언젠가 우리들을 범죄의 피해자로 갈기갈기 찢어 놓을 수 있다.

법정스님의 말씀에 이런 글이 있다. '재물이 없어도 베풀수 있는 7가지. 첫째는 따뜻하고 온화한 눈길로 보며 베푸는 것, 둘째는 부드럽고 즐거운 얼굴로써 베푸는 것, 셋째는 부드럽고 즐거운 말씨로 베푸는 것, 넷째는 언제나 몸을 일어나 맞이하는 몸으로 베푸는 것, 다섯째는 마음으로써 베푸는 것, 여섯째는 자기자리를 양보하는 것, 일곱째는 집과 방으로써 베푸는 것이다. 나눔은 물질이 아니어도 좋다. 따뜻한 말. 고운 눈길. 좋은 시간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불우한 이웃에게 꼭 '재물'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마음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나눔'의 작은 실천이 가해자도 없고 그래서 피해자도 없는 살맛나는 세상을 오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이런 마음을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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