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큰 예산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어선 감척사업이 ‘갈아타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어민들이 예산 지원을 받아 감척한후 다른 어선을 구입해 다시 바다로 나서는 것은 어자원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어업·어민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이 그야말로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주시만 해도 지난 2005년부터 262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올상반기까지 566척의 어선을 감축했고, 올 하반기에도 16억5000만원을 확보해 연안어선 감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선주들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감척대상을 6년이상의 어선에서 3년이상으로 완화하고, 조업실적이 없는 어선주도 보상액의 일부를 받을수 있게 하는 등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고 한다.

문제는 돈을 받고 어선을 감척한 상당수 선주들이 다른 어선을 사서 어업에 나섬으로써 본래 사업취지가 완전히 무색해져, 결과적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실적을 올리는데만 급급해 다른 어선을 사서 다시 바다로 나가는 감척 어선주들을 차단하는 등 후속조치에는 눈감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행태 때문이다.

2.5t 어선을 감척하고 10t 어선을 산 어떤 어민의 “정책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는 이 사업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이가 많은 선주에 우선권을 주고, 감척한후 몇년간은 어선을 사지 못하게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 어민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책이든 부작용이나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시행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정책을 가다듬고, 정책취지에 어긋남이 없도록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 도민들이 세금을 내서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이유는 일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