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피 와인' 최초로 탄생시킨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
"반복된 실패는 도전할 수 있게 한 힘…와인·브랜디 수출이 목표"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대정에 위치한 커피농장인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

쨍하게 떠오른 태양, 기분좋은 가을 바람, 드넓은 초원과 제주의 자연 그대로를 담고 있는 대정 향교 앞 '커피 농장'.

그곳에는 누구도 생각해본 적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해 세계 최초로 '커피 와인'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70).

김영한 대표는 삼성전자 이사와 프리랜서 강사, 컨설턴트, 대학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걸고 승승장구하며 남부럽지 않은 소위 '잘 나가는' 시절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는 "제주로 이주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지식산업사회에서 자신의 '유통기한'이 다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제주에 오기 전 여러가지 지식산업에 몸을 담았었다. 하지만 내 나이 60을 넘기니 그 분야에서 나의 유통기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꼈다"며 "디지털 지식사회에서 내가 변화해야 만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세계로 가서 내 나이가 핸디캡이 되지 않는 삶을 살리라"고 결심했던 김 대표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됐을 때, 더이상 제주도가 신혼여행지나 골프장을 위해 찾는 관광지가 아님을 느꼈다"며 "이곳에 뭔가 내가 할 일이 있을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가 커피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런 김 대표는 새로운 삶을 위해 꿈을 품고 기회의 땅인 '제주'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인생의 프레임을 100세로 설정했다. 하지만 100세까지 살기 위해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지식산업에서의 유통기한은 끝나가니 건강과 값어치를 위해 육체노동에 뛰어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라론 지식과 막연히 그려온 사업모델 뿐이었던 그는 사계리 앞 탁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웨딩포토샵을 열었다. 하지만 관련된 기본 지식과 기술조차도 없던 그의 사업은 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그는 "웨딩사진 사업이 망하고 어떤 일이든 기본적인 기술은 갖고 있어야 응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이후 그 곳에 카페를 열었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제주시내 바리스타 학원에 등록하고는 이곳을 오가며 커피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 경치가 좋은 곳의 통유리로 된 그의 2층짜리 카페에는 제주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대정에 위치한 커피농장에서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가 커피 열매를 보고 있다.

그는 카페의 운영이 잘 돼 기분이 좋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이후 '커피'라는 원천기술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김 대표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커피 농장'을 운영하겠다고 하니 내 아내가 나에게 미쳤다고 하더라. 나의 무모한 도전 때문에 아내와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며 "고집 부리며 시작한 커피 농장이 잘 됐으면 또 모를까 공을 들인 만큼 수확도 없고 생산도 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좌절'과 '실패'는 그를 더 독하게 만들었다.

그는 커피 원두를 단지 볶는 것이 아니라 응용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탄생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커피 잎을 이용한 녹차, 열매 껍질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와인 등을 구상했다. 그는 열매 껍질을 이용한 와인에 도전하기 위해 아내에게 와인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김 대표는 "아내에게 야단을 맞으니 더 하고싶더라"며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직접 찾아가 부탁했다. 교수가 내 제안을 듣고 커피열매 껍질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피식 웃더라. 교수를 하며 제주에 있는 모든 과일로 술을 만들어봤지만 커피열매 껍질은 생각도 안해봤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 대표는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함께 성분검사 등을 통해 커피열매 껍질에 당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주대학 LINC 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초로 '커피 껍질 와인'을 만들어냈다.

[제주도민일보=송민경 기자]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가 커피와인과 브렌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와인을 제조해 판매하기 위해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국세청에 주류제조매매 신청을 했다. 국세청에서 온 답변은 '불가'였다. 이유는 '커피열매 껍질'이 식약청 식용가능 식품 리스트에 없었기 때문.

커피열매 껍질이 식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입증하기 위해선 비용이 2억원에서 3억원, 기간도 2~3년정도 걸리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또 한번의 좌절은 그에게 극적인 발상의 전환을 불러일으켰다. 커피 껍질이 안된다면 식용 가능한 커피 알갱이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커피열매 껍질과는 다르게 커피 알맹이는 곡식에 가까워 발효가 될 지 자체가 의문이었다. 커피 알맹이로 와인을 만들겠다는 것은 돌을 갖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없었다.

그는 "이판사판이었다. 알맹이를 갖고 직접 당도 측정을 실시해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26브릭스. 감귤이 13~15브릭스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높은 수치였다"며 "그 결과 생두로 와인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커피 생두로 만든 와인은 과실주가 아니라는 국세청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는 국세청에 10번 이상을 찾아가 설명하고 그 끝에 결국 주류판매 허가를 받아냈다.

그는 "노자가 이런 말을 했다. '하늘이 더 큰일을 시키기 위해 먼저 고통을 준다' 어떤 고통과 시련이 있어도 이 말을 가슴에 다시 한번 새기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70세가 된 지금 나는 '칠순 청년'이다. 항상 희망과 꿈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며 강한 도전의식을 내비췄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그는 "지금까지 연구한 커피로 와인과 브랜디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응용을 통해 커피가 얼마나 많은 시장으로 나아갈수 있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나갈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몬순커피 김영한 대표가 칠순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커피농장 밭담에서 칠순잔치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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