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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산소캔’사업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

[좌승훈 칼럼]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공기질은 이미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이 공기질 개선에 힘쓰지 않으면, 40여 년 후인 2060년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과 경제적 피해가 가장 높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하루의 시작이 대기정보 확인하기가 될 정도다.

‘청정’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로 본 건강생활과 환경에 대한 의식' 결과, ‘황사·미세먼지 유입이 불안하다’고 응답한 도민이 71.8%나 된다.

# 대기오염 심각…지리산 공기 상업화

인간은 하루에 2만ℓ의 공기를 마시며, 1분당 16차례 호흡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기 청정기, 스팀 청소기는 혼수 가전 필수품이 될 정도다. 뿐 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근로자의 날부터 부처님 오신 날, 대통령 선거일까지 황금연휴가 최장 11일이나 됐음에도 소비 판매는 되레 위축됐다. 미세먼지가 야외 활동에 발목을 잡으면서 쇼핑 수요를 떨어뜨린 탓이다.

뿐 만 아니라, 이제는 공기도 생수처럼 돈을 주고 사 마셔야 할 시대가 돼 버렸다.

국내서도 이미 경남 하동군이 지리산 자락 해발 해발 700∼800m의 화개면 의산마을에서 포집한 공기를 상품화한 ‘JIRI AIR(지리 에어)’를 지난 7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공기 캔 뚜껑 속 에 내장된 마스크를 꺼내 코에 대고 공기를 마시는 구조이다.

가격은 8ℓ 1캔에 1만5000원. 1초씩 나눠 마시면 모두 160번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바꿔 말해, 한 번 숨 쉴 때마다 94원이 든다는 거다. 물론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9500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어쨌거나 적지 않은 돈이다.

산청군도 지리산 청정공기 판매사업에 나섰다. 삼장면 유평리 ‘무재치기’ 폭포 주변 공기를 연내 상품화 한다는 계획이다. ‘무재치기’ 폭포는 기관지 환자가 이곳 공기를 마셨더니 재채기가 멈췄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산청군은 공기 자원을 상품화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텔링화해 관광자원으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JIRI AIR(지리 에어)’와 '내츄럴 에어 제주 삼다 맑은 공기'. 그리고 최근 국내시장에 출시된 캐나다 바이탈리티에어사의 휴대용 산소캔.

# 시대를 앞서간 제주도 산소캔 사업

공기캔 또는 산소캔 사업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낳은 신종 사업이다. 물론 청정공기 상품화 사업이 이번이 최초는 아니다. 산소 장사하면 제주도가 먼저다. 한 수 위다.

제주도는 지난 2002년 ㈜제일제당(CJ)와 손잡고 산소캔을 상업화했다. 어느 덧 15년 전 일이다. 당시 이를 두고, 봉이 김선달의 ‘최고봉’이라는 말도 나왔다.

상품명은 '내츄럴 에어 제주 삼다 맑은 공기'다. 한라산 천아오름(해발 700m) 속칭 'Y계곡'에서 맑은 공기를 채취해 구상나무에서 추출한 항균성 물질을 첨가한 후, 10분의 1로 압축해 캔에 담은 것이다.

당시 환자용 압축 산소는 있었지만, 청정지역 공기를 압축해 상품화한 것은 제주도가 처음이다.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도 꾀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기존 산소제품과 달리 자연 그대로의 공기를 상품화한 것이다.

당시로선 먹는 샘물 시장이 보편화되는 것처럼,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안착시켜 내심 산소시장의 ‘삼다수’를 기대했다.

돌이켜보건대, 1988년 상품화된 생수가 처음 나왔을 때 이처럼 성공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나간 탓인지 수요가 따르지 않아 3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만다. 사업이란 게 시대의 흐름도 잘 맞고, 운도 좀 따라야 하는 것 같다.

더욱이 산소캔 사업은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가 낳은 신종 사업이다. 당시로선 주 타깃이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나 수험생 피로 회복이다.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폐해는커녕 개념 정립조차 없던 시기였다.

# 사업재개 ‘가치’ 충분…문제는 사업성

산소캔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공기질이 최악인 중국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도 하동군・산청군 말고도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채취한 산소캔 제품도 나와 있다.

산소캔 사업은 최근 미세먼지, 스모그, 황사, 매연과 같은 대기환경 위해요소가 증가하고, 휠링(feeling)과 웰빙(well-being)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충분히 다시 시도 해볼 가치가 있다.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지향하는 제주의 이미지와도 맞다.

좌승훈 주필.

문제는 공기 채집 환경이다. 중국발 스모그가 국내에 유입되면, 제주에도 대기오염 경보가 같이 내려진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채집하기 위해 예전보다 공을 더 들여야 할 처지다. 바꿔 말해 사업 추진에 따른 타당성(경제성) 검토가 보다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공기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실패는 경험이 되고, 경험은 성공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15년 전 제주도 산소캔 사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좌승훈 주필  domi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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