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수협 김미자 조합장, 국내 첫 여성 당선 이후의 포부
공제사업 위판고 등 숱한 첫기록 보유 향후 활동보폭 '주목'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해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오래 전부터 해녀를 비롯한 어업인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꿈을 품고 ‘한길’을 걸어온 게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같다”

지난 6월29일 치러진 서귀포수협 조합장 선거에서 경쟁후보인 전직 조합장을 누르고 국내 수협중에선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당당히 당선된 김미자 조합장.

여성이 수협 조합장에 당선된 건 전국 수협 사상 전무후무 하다.

김 조합장은 “(남녀를 구분하는데 있어선) 가장 보수적 조직중 하나인 수협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는 숱한 사연도 안고 있다”며 그동안 겪어온 사정을 웃어넘기는 듯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이제는 남성이 아닌 여성도 열심히 하고 잘하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밝힌 김 조합장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웃음이 나오지 않는 만큼, 앞으로 수협 직원들이 행복하고, 또 조합원들이 행복한 웃음이 넘쳐나는 수협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이를 위해 “직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며 “직원들끼리 소통하는 조합이 되도록 있는 힘을 다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조합장은 지난 1983년 4월 2일자로 서귀포수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조합장은 직원 당시부터 두드러진 두각을 보여온 인물이다.

평사원 때도 그랬지만, 대리에 오른 이후 남자 직원들을 뒤로하고 무조건 1등이라는 기록을 연이어 세워왔다.

김 조합장이 몸담던 지점의 수신고는 물론 공제사업에 있어선 김 조합장 개인은 국내 내로라하는 수협의 직원들을 뒤로하고 전국 수협중 1등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 조합장이 가는 지점마다 수신고 1등을 기록할 정도였다.

이런 활동으로, 김 조합장은 국내 수협중에선 처음으로 수협 경제상무에 오르는 기염을 보이기도 했다.

수협 경제상무라면 여성으로선 엄두도 못낼 상황이었다. 고기 위판을 관리하고 어민들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등 여성이 감당하기란 그리 녹록하지만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상황이 김 조합장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여성으로 수협 경제상무를 맡는다는 게 힘든 현실이었지만 어민들을 위한 마음은 김 조합장을 버티게 했다.

경제상무를 지내면서도 김 조합장은 서귀포수협에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위판고 10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전 서귀포수협 위판고가 700억~800억원, 900억원 수준에 머둘던 것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서귀포수협 김미자 조합장은 인터뷰 내내 바빴다. 김 조합장은 서귀포수협 한 조합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긴급하게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김 조합장이 당선되자 마자, 예년과 달리 전례없던 갈치 풍년이 들면서 전년보다 한달 사이에 위판고가 100억원 가량 순증, 올해 위판고가 무려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직원과 대리 등 당시에도 수신고는 물론 공제사업, 위판고 등이 그랬듯 김 조합장이 당선된 이후 갈치까지 풍년이 들면서 이른바 ‘돈이 김 조합장’을 따라붙는 게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게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얘기다.

김 조합장은 수협 상무를 끝으로 만 31년만에 아쉬움을 접고 수협을 떠났었지만 몇 년만에 다시 서귀포 수협 조합장으로 돌아왔다.

김 조합장은 “어민들을 위한 길, 수협이란 ‘한길’로 가자고 마음을 다잡고 조합장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워 꿈을 키워온 게 현실이 됐다”며 “어렵게 이 자리에 온 만큼 앞으로 수협 직원들과 조합원들을 위한 일에 차곡차곡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김 조합장은 “서귀포수협은 지금도 1등급 수협으로 직원들 모두가 잘 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사업이 커지다보니 직원들은 사실상 막노동 수준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수협으로 탈바꿈시켜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김 조합장은 “그동안 치러진 선거과정에서 직원들간 ‘내편 네편’으로 나눠진 갈등이 상당히 내재돼 있다”며 “이를 훌훌 털고 직원들 모두가 하나 된 조합으로 거듭나도록 해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수협 김미자 조합장.

‘물은 고이면 썩는 법으로, 물 흐르듯 모든 건 순리대로 가야 한다’는 게 신조라고 밝힌 김 조합장은 그 일환으로 소통하는 조합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김 조합장은 “최근 갈치 풍년으로 어민들은 가격이 떨어질 걱정에, 수협은 원활한 유통이 걱정이어서 이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일환으로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가운데 오는 27일부터 8월2일까지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어민들의 어려움을 감안, 제주도민들과 온 국민들이 소비촉진에 나서줬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김 조합장은 “원희룡 지사께서 갈치 풍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을 위해 최근 서귀포수협 위판장을 새벽부터 찾아 격려해준데 대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조합장은 지난 6월29일 치러진 서귀포수협 조합장 선거에서 경쟁 후보인 전직 조합장을 130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서귀포수협 조합원은 2000여명이다.

국내선 첫 여성 수협조합장에 당당히 오른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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