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설계업체간 마찰…JDC “문제없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설 국제학교 건물 공사가 더딘 흐름을 보이며 내년 9월 정상적인 개교에 빨간불이 커졌다. 지난 8월 착공식을 가졌지만 학교건물 설계가 완료되지 않아 졸속으로 진행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명문사학 NLCS-Jeju(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제주)는 제주영어교육도시 10만4385㎡ 부지에 기숙사를 합쳐 총 8만7382㎡의 연면적으로 건축되며 실내수영장과 체육관, 공연장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총 공사비는 1100억원이 투입되며 이 중 설계비는 30억원 수준이다.

본지 취재결과 NLCS 설계를 맡은 업체들이 설계방식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으며 최종 설계도면은 발주사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제출하지 않았다.

국내의 S건축사가 설계를 주관하고 있지만 영국의 N사를 비롯해 일본업체, 로컬(도내)업체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사마다 건축물 설계를 자사의 방식으로 고집하기 때문이다.

S건축사 관계자는 “설계업체를 여럿 지정하면서 명확한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아 의견 조율이 안되는 실정”이라며 “일이 더딘 것도 문제지만 설계도면 없이 시공이 늦어지면 완공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JDC 관계자는 “설계가 완료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본 틀은 지난해에 이미 완료됐기 때문에 시공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공사 입장은 다르다. H건설 관계자는 “페스트 트랙(Fast Track)방식을 채용해 내년 9월 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사실 공사기간이 짧아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공사로 참여할 때부터 각오한 상태라 불평은 없다”면서 “설계가 완료되면 공사 진행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영어교육도시 내 정주민을 위한 주거시설이나 공공·민간시설이 착공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JDC는 1조원에 가까운 민자를 유치해 주거·상업시설, 복합문화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단 한 곳의 민간 기업도 투자를 희망하지 않고 있다.

내년 9월 개교를 시작으로 영어교육도시를 동북아 교육허브로 육성·추진할 방침이지만 미완 상태의 설계도면을 비롯해 JDC의 졸속진행 방식에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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