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중심 아닌 공격형 전술 들어 맞아

“비록 예상하지 못한 점수차로 패했지만 오늘의 결과는 우리에게 보약이 될 것이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4로 대패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허정무 감독(55)의 말이었다.

변명 같이 들릴 수 있었던 이 말은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현실로 증명됐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4-2-3-1 전형을 사용,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경기를 운영하려고 했다.
그러나 리오넬 메시(23. 바르셀로나), 카를로스 테베스(26. 맨체스터시티)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고, 한국은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앙헬 디 마리아(22. 벤피카)를 막기 위해 차두리(30. SC프라이부르크) 대신 오범석(26. 울산)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완패였다.

그리스전에서 4-4-2 전형을 들고 나와 완승을 거뒀던 결과와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자, 외신들은 허 감독의 전략적 실수로 한국이 아르헨티나전을 망쳤다고 비난했다.

공격적인 색깔을 무시한 채 수비에 집중해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허 감독으로서는 뼈 아픈 비판이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4-4-2 전형을 다시 가동하며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투톱을 앞세운 공격적인 전술과 전방압박, 협력수비 등 그리스전에서 드러났던 장점들을 되살린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벼랑 끝까지 몰렸던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따내면서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대열에 합류, 한국축구 최초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대업 달성에 성공했다.

전략적 준비뿐만이 아니라 허 감독 및 선수단의 정신력 강화도 눈에 띈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을 마친 뒤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을 강조했다.

‘솥가마를 깨고 배를 가라앉힌 뒤 적진에 뛰어든다’는 이 사자성어에는 나이지리아전을 앞둔 허 감독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리스전 이후 잠시 풀어지는듯 했던 선수들도 아르헨티나전을 마친 뒤 무승부가 아닌 무조건 승리를 강조하며 결의를 다졌고, 결국 이는 그라운드에서의 투혼으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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