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20년만에 조혈모세포 기증 제주도 강은영 주무관
“용기 낼 필요조차도 없다”며 보다 많이 동참하자 호소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주무관이 1일 오후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용기낼 필요조차도 없는 일이에요.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주무관(48)은 자신의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을 설명하며 이 점을 강조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강 주무관은 지난해 뜻밖의 전화를 한 통 받은 뒤로 흔히 말하는 ‘골수’, 즉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게 됐다.

20년 전, 기억에서도 사라졌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서명했던 기증 동의서가 세월을 뛰어넘어 인연을 찾은 것이다.

20년만에 자신의 골수와 맞는 수혜자가 나타났고, 강 주무관은 망설임 없이 기증할 뜻을 밝혔다.

기증 당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찍은 동영상을 보면 연락한 협회 직원이 ‘가족들 동의를 얻는 게 어떻겠느냐’고 조언할 정도로 재빠른 결정이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주무관이 1일 오후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힘들지 않겠느냐’는 가족들의 우려는 기우였다. 강 주무관이 협회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기증방법은 2가지였다.

엉덩이뼈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집하는 ‘골수 조혈모세포채집’과 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집하는 ‘말초혈관 조혈모세포채집’(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안내 참조)이었다.

강 주무관이 선택한 말초혈관 채집법은 준비과정에서 주사를 맞고 기증 후 입원도 필요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통증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강 주무관은 자신의 조혈모세포 기증이 무슨 커다란 선의를 베푸는 것처럼 비쳐질까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오히려 ‘이렇게 쉽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알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저의 경우도 수혜자를 찾는 데 20년이 걸렸어요. 기증도 어렵지 않고, 기증의사를 밝혀도 수십 년은 걸리니 젊었을 때 동참하면 좋겠어요.”

“한 번씩 힘들 때면 ‘내가 이런 일도 했구나’ 하며 위안도 된다”는 건 덤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오해를 풀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진정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청 문화정책과 강은영 주무관이 신청한 조혈모세포 기증안내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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