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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 숨비소리가 들리나요”제주도립미술관, 22일까지 ‘해녀 물때의 시간’ 전시
그림·사진·설치미술 등 전시, 해녀의 삶과 모습 그려
이지유의 유영

“살암시믄 살아진다……. 요왕 할마님, 하영 잡게 해줍서 소망일게 해줍서……들때는 욜로 들라! 날 때는 요짝 팡으로 나오라!”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물에 떠있기 위해 발을 쉼 없이 움직이고, 더 많은 해산물을 캐기 위해 숨을 참아야 했다. 해녀는 그렇게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삶을 이어갔다.

깊고, 긴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며 내는 ‘숨비소리’가 바다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숨비소리가 멈출 때면 그들의 모습은 물 위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시 바다 밑 저승의 길로 기꺼이 몸을 들이 밀었다.

제주를 대표하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해녀. 모진 역경과 거센 제주의 바람과 파도를 이겨내고 묵묵히 삶을 일궈온 그녀들의 삶은 여태껏 조명 받지 못하는 듯 했다. 제주해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활동이 시작되면서 세상에 빛을 냈다.

그런 해녀의 삶과 모습을 담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해녀의 시간, 물때’를 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에서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해녀는 테왁 하나만을 들고 맨몸으로 거친 파도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해 왔다. 과거부터 외지인의 이목을 끌고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그래서 해녀는 제주의 상징적 존재다.

이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은 달과 바람이 정해주는 ‘물때’를 주제로 삼았다. 참여 작가들은 제주 해녀들의 오랜 역사적 과정에서 구성해 온 일상적 삶, 문화 그리고 그들의 해녀 공동체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했다.

제주출신 이가희 작가는 삶의 무게를 벗어던진 웃는 모습의 해녀를 표현하고 있다. 이가희 작가는 밑그림 없이 물감을 칠하고 사포질하는 과정을 반복해 서서히 형체가 드러나도록 하는 수작업을 통해 해녀 초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제주 해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웃는 초상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참여작가 이지유는 ‘유영’이란 작품을 통해 해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수면아래 표현된 몸통과 팔, 다리는 억척스럽게 버티려는 해녀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수면위에 떠 있을 입에서는 마치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특히 작품 ‘유영’은 다큐멘터리 ‘해녀 양씨’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해녀 양씨’는 제주 출신으로 일본에서 생을 마감한 양씨 할머니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4.3사건 발발로 제주에서 일본으로 피신했던 양씨 할머니의 출가물질은 오사카에서 대마도로 이어진다. 작가가 해녀 양씨의 삶에 시선을 돌린 것은 자신이 발 디딘 장소인 제주의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연장으로 보인다.

서재철 작가, 제주해녀.

서재철 작가의 ‘제주해녀’ 흑백사진은 해녀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돈을 많이 벌어 오란 뜻인지, 돈을 벌게 해달란 뜻인지 모를 수경안의 지폐는 해녀들의 간절한 소망을 보여주고 있다. 해녀 얼굴 곳곳에 자리 잡은 주름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대로 설명한다.

이가희의 이녘들 속암수다예
이지유의 유영

 

최병근 기자  whiteworld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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