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유통업자 박지훈씨

▲ 박지훈씨
한평생 갈치잡이 하시는 아버지 위해
혼자 힘으로 창업자금 마련 가게 오픈

박지훈씨(29)는 2년전만 해도 대기업 계열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던 사원이었다. 수산물 유통업으로 직업을 바꾼건 갈치값 폭락 때문이다. 그는 수개월 간 고민 끝에 창업 준비에 돌입했다.

“몇년 전 갈치값이 폭락했죠. 그런데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 그대로 사먹고 있더군요. 중간 유통과정에서 폭리를 취한거죠”

어떤 중간 유통과정도 거치지 않고 바로 직송하는 다이렉트 유통. 지훈씨가 생각해 낸 묘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산지(제주)직송 판매를 시작했다.

지훈씨는 모 보증기금에서 시행하는 청년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차곡차곡 모은 돈 모두 창업에 쏟아부었다. 오로지 혼자 힘으로 지금의 가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왔다. 창업 후 갈치값이 폭등한 것이다. 설상가상 경기침체까지 불어닥쳤다.

“힘들었죠. 갈치잡이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기도한데 도움은 커녕 내 밥벌이까지 위태로웠어요”

전라도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20년 전 경남 삼천포에서 뱃일을 하셨단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합원 가입을 못하는 등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제주에 오신지 벌써 20년이 흘렀어요. 차별대우 없이 성실히 일만 할수 있었다고 하셨죠. 덕분에 3년 연속 ‘최고 어부상’도 받으셨어요”

갈치를 잡기 위해 떠난 아버지의 배는 한달간 돌아오지 않아 얼굴보기 힘들단다. 선원 구하기가 어려워 선불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 그 돈을 떼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기당한 액수만해도 무려 1~2억이 넘는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육지업체들이 중국산 갈치를 제주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키는 한편 덤핑처리를 해서 힘들다고 한다. 제주도의 수산물 정책도 미흡해서 어민들의 시름은 날로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농산물 지원 비중이 크고 수산물 지원은 등한시되는 것 같아요. 정책에서도 밀리죠.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협상력만 보더라도 일본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지훈씨처럼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요구는 큰 게 아니다. 다른 지역 업체들과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비싼 택배비라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는 쌍둥이 형들도 있는데 제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야죠. 많은 시민들이 제주산 은갈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는 것이 저에겐 커다란 고마움이랍니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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