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창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전략연구본부장>

지난 4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개막된 유엔(UN)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제18차 전권회의(PP-10)`가 지난 22일 폐회되었다.

ITU 전권회의는 4년마다 개최되는 전기통신분야 총회에 해당되는 것으로, 금번 회의에는 190여개국의 약 2500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통신과 전파 및 개발 분야의 국장을 선발하였으며, 전세계 5개 지역별로 주요사항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48개 상임이사국을 선출하였다.

우리나라는 금번 회의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5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여 상임이사국 6선 진출에 성공하였고, 제19차 전권회의(pp-14) 개최를 요청하여 승인을 받았다.

인력·시설 점검 먼저

PP(Plenipotentiary)-14의 유치로 이제부터 국내 각 지역간 PP-14 유치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MICE산업 육성을 내걸고 각 지역은 경쟁적으로 다양한 컨벤션센터를 구축하였으나 그 활용실적은 대단히 저조한 형편이므로, 2000명이 넘는 대규모 해외 대표들이 참여하는 PP-14 유치에 각 지역이 전력투구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4년 후의 일이어서 어느 지역이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할지 불확실하지만, 제주도의 경우에도 이의 유치에 소극적일 수만은 없는 일이다.

PP-14 회의 유치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다국가 대표들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안전문제, 회의장과 숙박시설은 물론 각국별로 주최하는 오찬 및 만찬장의 확보와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는 인력 인프라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안전문제는 전국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므로 논외의 대상이다.

컨벤션룸은 전체 참가인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메인 홀과 소규모의 미팅룸, 서비스룸 등이 필요하다. 과달라하라 엑스포 컨벤션센터의 경우 2500석 규모의 메인홀과 200석 규모의 미팅룸 3~4개, 지원을 위한 20여개의 서비스룸, 30석 규모의 컴퓨터룸 등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여 국내 대표단들의 부러움을 샀다.

언어·숙박, 상대의 선호 점검도

숙박시설 문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ITU 회원국들이 거의 대부분 참여하므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한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업소가 PP-14 회의장과 근접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경우 수십명에 이르는 대표단들이 특급 호텔에 투숙할 수 있지만, 많은 국가들의 경우 3~4명 또는 1~2명의 대표밖에 파견할 수 없는 형편이며, 이들의 경우 대부분 100달러 이하의 숙박시설에 투숙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인력의 확보문제는 MICE 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육성시키려 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PP 회의의 경우 6개 국어로 동시통역이 되는데, 이들에 대한 경비가 전체 회의개최 경비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여전히 관광이나 국제관계에서 상호간의 의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언어구사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양한 관광코스의 개발도 필요하다. 세계속의 제주도라는 인식을 강하게 남기기 위해서는 자연경관에 기반한 관광은 물론 다양한 공연을 통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MICE산업 육성을 위해 제주도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제주도에서 PP-14 회의를 유치한다는 것은 세계 정상급 회의 유치와는 또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각국 대표들의 경우 대부분 통신전문가들이므로 민간차원에서 전세계에 제주도를 널리 홍보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4년 남은 기간을 잘 준비하여 제주도가 PP-14 회의를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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