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나이티드가 27일 저녁 7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쏘나타 K-리그 27운드 FC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했다.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 답게 리그 1·2위간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2점차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 양팀모두 승점 3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선제골은 서울에게서 나왔다. 전반 24분 제파로프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이 데얀을 거쳐 이승렬의 슈팅으로 이어졌고, 제주의 골키퍼 김호준의 손에맞고 흐른 공을 문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태욱이 가볍게 성공시키며 1-0으로 앞서나갔다.
1위를 지키키 위한 제주는 반격을 시도했지만 서울의 골 문을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제주는 이날 경기에 앞서 간판수비수 홍정호를 비롯, 강민혁, 이상호, 마철준, 김영신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줄줄이 결장,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초반 이현호의 슈팅(전반 8분)에 이어 전반 22분 산토스의 헤딩슛이 연달아 골대를 맞는 불운에 선제골까지 내주며 서울에 끌려갔다.
위기의 제주를 구한건 박경훈 감독의 용병술이었다. 양 팀은 후반 중반에 나란히 교체 카드를 활용했지만, 반박자 빠른 박 감독의 선수교체 타이밍이 절묘하게맞아 떨어지면서 후반전 분위기는 완전히 제주로 넘어왔다.
박 감독은 후반 23분 이현호를 빼고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던 브라질 공격수 네코를 전격 투입했다. 교체 2분 만에 응원석에서 팬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구자철이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밀어준 볼을 이어받은 네코가 가볍게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경기의 흐름은 제주로 넘어왔고 쌀쌀한 날씨속에 경기장을 찾은 6000여 팬들의 함성까지 더해지면서 제주의 공세가 이어졌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서울 빙가다 감독도 교체카드를 꺼냈다. 후반 31분 선제골의 주인공인 최태욱 대신 정조국을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했지만 리그 1·2위팀 답게 경기 막판까지 밀고 밀리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승부는 가리지 못했다.
앞선 두번의 맞대결에서 2연패를 당한 제주로서는 주전선수들의 없는 상황에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오늘 경기는 올해 들어 가장 힘든 여건이었다”고 밝힌 박경훈 감독은 “부상으로 인해 11명의 베스트 멤버를 꾸리기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앞선 경기에서 서울에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여러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부분이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과의 선두 경쟁에 대해 박 감독은 “우리가 남은 2경기 다 이겨도 서울이 남은 3경기 다 이긴다면 서울이 정규리그 1위가 된다. 우리도 정규리그 1위를 하면 좋겠지만 경기의 승패를 떠나 훌륭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무승부로 이번 시즌 홈 15경기 무패행진(11승4무)과 최근 10경기 연속 무패(7승3무) 등의 기록을 이어가며 1위(16승 7무 3패 승점 55점)를 지켰다. 하지만 제주보다 1경기를 덜 치른 서울과는 여전히 2점차 간극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까지 피말리는 순위싸움을 예고했다.
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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