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양말 노점상 김명식씨

아버지 건강위해 제주도행 결심
집, 일자리 구하기 쉽지 않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게 삶의 목표

김명식씨(38·세화리)가 제주도에 정착한지도 어느덧 3개월이 됐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무작정 내려와 집을 구하려고, 직장을 구하려고 뛰어다니다보니 3개월이 짧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명식씨가 입도를 결심한 것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건강하시던 명식씨의 아버지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져 뇌졸증을 앓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에 두차례 정도 여행을 왔던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명식씨도 공기도 좋고, 깨끗한 환경이 아버지의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제주도행을 선택했다.

“아버지 연세가 올해로 72세 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제주도에서는 아직 젊은 나이니까 열심히 운동하시라고 했죠”(웃음)

그렇게 아버지, 아내, 15개월된 아들과 제주도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지만 이를 위해 1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또 ‘신구간’ 문화 때문인지 당장 제주도에서 살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간신히 집을 구하고 나니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 만만치 않았다.

서울에서 대형마트 구매부에 근무하던 명식씨는 제주도의 몇몇 마트를 찾아가 봤지만 그동안 받아오던 급여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명식씨가 주로 담당하던 구매부 일이 제주도 마트에서는 역할이 작았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도 대부분 급여가 터무니 없이 적었다.

“제주도는 물가가 꽤 비싼 편이에요. 대부분의 상품이 육지에서 건너오다보니 물류비가 많이 들어서 그런것 같아요. 그런데 임금은 또 너무 적더라고요. 그래서 장사를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대 때 부터 8년 정도 노점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명식씨는 오일장 등을 돌아다니며 장사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양말과 애견 옷을 팔기로 했다. 서울에서 노점 장사를 위한 차량을 구입하고 부산에서 물건을 구해 지난 금요일 제주도에 입도, 장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지난 25일 첫 장사에 나섰다. 오전에는 세화 오일장에서 장사를 하고 오후에 제주시 제원아파트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은 때마침 기습 한파가 몰아쳤지만 명식씨는 첫 장사치고 나쁘지 않은 매출을 올려 추운지도 모르고 일했다고 한다.

명식씨는 앞으로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이 자리에 나올 생각이다. 또 다른 괜찮은 자리가 없는지 매일 매일 찾아 나설 것이다. 그에게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사는게 삶의 목표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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