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

지금은 대학생인 둘째와 셋째 아이가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 일반계 학교를 보낼 것인지 외국어 고등학교를 보낼 것인지 고심한 적이 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갈 때는 제주에 외국어 고등학교가 없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고민을 둘째와 셋째 때는 해야 했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는 영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중에서 특정한 한 가지 언어를 일반계 고등학교보다는 더 많이 배워 장차 대학에서 어떤 분야를 전공하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지닌 학생들이 모여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좀 더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수학이나 과학 수업시간은 적어 자연계 적성을 지닌 학생에게 부적합한 편이다. 결국 인문계 성향의 둘째는 외국어고로 진학했고, 자연계 성향의 셋째는 일반계 공립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서울의 학부모들은 자립형사립고, 자율형학교, 예체능학교 등이 있어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하여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돈따라 교육도 서열화

하지만 자녀가 진학할 고등학교의 선택이 해당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소비자의 선호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선호해도 해당 학교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거나, 학생의 실력이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또 실력을 쌓으려면 공교육만이 아니라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역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 때문이다.

2010년 서울지역 고등학교 진학자 중 중학교 때 학급석차가 1-2등인 학생들의 비율을 고등학교 유형별로 살펴보면(동국대 박부권교수 연구), 외국어고가 83.7%로 가장 많고, 과학고 55.5%, 자율형사립고 19.1%, 자율형공립고 16.6%, 예체능고 4.7%, 일반계고 4.4%, 전문계고 0.3%, 기타 2%였다.

고등학교의 성격은 다양하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몰려있는 학교는 외고와 과학고였고, 최근 등장한 자율형학교도 일반계학교보다 4배 정도 많았다.

또 올해부터는 서울시 안에서 원하는 일반계고등학교 4곳을 선택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 지역에 따라 높으면 6.7:1, 낮으면 2.2;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제 일반계 학교 간에도 신입생 성적의 격차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그 결과 고등학교가 특목고-자율고-일반계선호교- 일반계비선호교 순으로 서열화되고 말 것이다.

수치에만 집착한 균등

제주지역의 경우 과학고를 제외하곤, 외고가 공립으로 운영되고 제주시내 일반계 고교는 성적에 의해 균등 할당하기에 학교간 신입생의 성적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고교 서열화의 문제도 서울보다는 덜 할 것이다.  

하지만 제주지역 고교간 서열화가 덜하다고 서울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지녔다고 말할 수 없다. 고교 입학 전 중학교 교육 단계에서 인성교육에 성공적이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제주지역 학생들을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특단의 프로그램을 가진 것도 아니다. 어정쩡하게 일반계 고등학교간 비교를 좀 덜 하게 되어, 오히려 고등학교의 다양화, 특성화를 제한한 셈이다.  

제주지역 고등학교 평준화의 신화는 성적 균등 할당에 의해 배정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할할 때가 되면 곧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고등학교간 대학 진학 지도 노력과 역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한 학생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신입생을 균등 할당하는 제도는 조만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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