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욱 <트위터@pponyopapa/블로그 blog.naver.com/pporco25>

▲ 제주마 캐릭터 따꾸, 나를 제주로 불러온 영물이다.
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라. ‘우리 우야는 말도 아닌데 왜 제주로 내려왔을까?’라는 이야기를 어머니, 누나들에게서 종종 우스갯소리로 듣는다. 피식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제주말과 나의 인연은 남다른 편이다.

나는 현재 제주문화 콘텐츠를 제작, 서비스,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핵심적인 콘텐츠가 바로 제주말이다. 한번은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과 제주에 내려와 우연히 통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화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3차 산업에서 가장 정점의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씀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콘텐츠 사업은 창의력이 기본이 되는 사업으로 국민 소득과 수준이 높아야 발전하는 산업군에 속한다.

또한 창작 기반 및 관련 산업이 집적되어야 발전할 수 있기에 서울지역 회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끔은 국내든 해외든 전시에 나가 관련 업체들을 만나면 “제주에도 콘텐츠 회사가 있군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지방으로 통하듯 콘텐츠 회사 또한 철저히 서울과 비서울로 나뉘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로 이주해오며 다시 서울과의 네트워킹이 절실히 필요한 일을 선택한 것이 한때는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네트워킹이야말로 나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제주로 내려오며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보단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이주를 결심했고 그러한 생각에 나는 말을 공부했다. 말과 관련된 국내 출판물들은 모두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오래된 책, 절판된 책은 중고서적으로, 신간은 모두 사서 읽었던 것이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엔 체면도 부끄럼도 없었다.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경험을 전해 들으려고 전문가를 찾아 갔을 땐 면전에서 창피를 당한 일도,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뭐가 그리 대수인가라며 내 얼굴은 더욱 두꺼워져 지금은 모기 침이 부러질 정도가 되었다.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 수업료를 내어야 하는데, 되려 돈을 받고 배우고 있어 황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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