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 기사 한동욱씨

▲ 시설관리 기사 한동욱씨
회계학도에서 전기시설 기사로 전향
직장 다니며 아버지 밭일 도우는 효자

서귀포시내 대형마트에서 전기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한동욱(31)씨. 늦은 오후 그는 작업복 차림으로 건물 내 안전점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동욱씨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힘든 점도 있지만 남들만큼 ‘뼈빠지게’ 고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청에 동욱씨는 곧 퇴근시간이라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초저녁 서귀포 거리는 쌀쌀했다. 20여분 후 동욱씨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평상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와의 대화는 계속됐다. 일하면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일보다 사람 관계가 어렵죠. 어떤 직장이든 그렇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일은 적성에 맞아 비교적 재밌다고 했다.

동욱씨는 오히려 번듯한 직업이 있어 마음이 놓이고, 퇴근 후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단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두 살배기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랑스런 아내도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 놓고 동욱씨를 맞이한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그에겐 가장 큰 낙이다.

동욱씨의 “주어진 환경이 어려울수록 인내심은 늘고, 삶의 방향은 행복에 맞춰지더라”는 말과 함께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의 얘기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누나 넷을 둔 육남매의 다섯째이자 장남인 동욱씨.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는 아버지와 남매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밭일로 홀로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궂은 일은 도맡아 했다.

지금도 직장에 매인 몸이지만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 대신 과수원 일을 하고는 출근한다. “아버지는 연세도 있으신데 젊어서 힘 넘치는 제가 해야죠. 직장생활과 밭일을 함께 하니 부지런하다는 소리들어서 기분 좋아요”

한동안 꿈을 위해 공부에만 매달린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아이를 갖게 되자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직장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회계학을 전공한 동욱씨는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게 됐지만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전기 관련 자격증도 두개씩이나 땄다. 지금은 ‘산업기사’ 자격증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 ‘기사’ 자격증을 따는 게 그의 목표다.

“성공을 목적으로 두었더니 힘겨움만 가득했어요. 목적을 행복으로 바꿨더니 작은 일상 하나 하나에 감사의 마음이 생기더군요”

동욱씨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1시간 남짓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표정은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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