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시인 첫 시집...‘사라진 존재에 대한 그리움’ 고백

[사진=도서출판 각 제공] 시집 「꽃울음」 표지.

자연 속 오색영롱한 빛을 자랑하는 화려한 꽃들. 그래서일까. 그 꽃을 보며 누군가는 곧 바스락 거리며 숨을 거둘 것만 같은 쓸쓸함을 떠올린다.

꽃도 울 수 있을까. 꽃의 울음은 어떤 빛깔일까. 이 꽃울음을 검정 잉크로 적어내린 시집 「꽃울음」이 발간됐다.

시집 「꽃울음」은 2014년 ‘시세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한경희 작가의 첫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당선작인 ‘꽃울음’, ‘요즘 나는’, ‘진혼’ 세 편을 포함한 총 50편의 시가 담겼다. 봄이 연상되는 제목과 달리, 시집은 쓸쓸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의 계절과 어울린다.

시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시는 사라진 존재에 대한 심정과 감상을 표현한다. 자신의 곁에 잠시 머물다 간 대상에 대한 그리움, 짧은 만남인지도 모르고 오래도록 자기 곁에 있을 거라 여겼던 점에 대한 후회를 보여주기도 한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뒤로 생명이 사라진다는 점에 관한 생각, 세월호를 바라보며 작가 자신이 가지는 감정 또한 담겼다.

이렇듯 감정의 흐름을 비집고 피어나는 것은 ‘꽃’이라는 시어이다. 작가는 ‘꽃’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한다. 이렇듯 시어 자체가 가진 이미지로 만든 시는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자아낸다.

무너진 꽃무덤 갈색 꽃대궁 뜨거운 정념에 몸 태우던 슬픈 꽃넋/등 기댈 한 뼘 미련도 없이/뿌리 얕은 나무들 비탈에 서고/가녀린 꽃잎 하늘 오른다. -시 ‘꽃울음’ 중-

한 시인이 고된 사유 속 꽃 피워낸 이 시집을 통해, 그러나 찬 기온 속 움트는 작은 온기를 기억해 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글 한경희/123쪽/1만원/도서출판 각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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