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컨설턴트 구현철씨

제주사람에게 도움 주는 게 기쁨
먼 훗날 제주에서의 삶을 꿈꾸며

구현철(42)씨는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제주섬 풍경이 멀어질 때마다 마음속에 담아 놓은 목표 하나를 꺼내본다. ‘내 나이 오십 전에는 꼭 제주에 돌아오리라’

현철씨가 제주를 벗어나 생활한지도 살아온 날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현철씨는 수차례 제주를 오가며 다가올 제주에서의 삶을 설계해 놓고 있다.

그는 현재 병원 개원이나 운영에 관해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수년 간 국내 굴지의 의료기기 회사에서 몸담은 경험과 그동안 쌓아 온 인맥을 통해 스스로 만든 직업이다. 최근에는 제주에 있는 병원과 진행되는 업무로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모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오랜 시간 원양어선을 탔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사업도 했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인생의 쓴맛 단맛 다 봤다.

“수억대의 자산가였을 때나 빈털터리였을 때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다르더군요. 그래서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하는 저만의 인생철학을 쌓기 시작했어요”

사람에게서 행복을 느끼고 아픔도 겪었지만 결코 미움의 대상은 아니란다. 현철씨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만나는 제주인을 볼 때면 항상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제가 20대 초반 제주를 떠났을 때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만 했어요. 친척도 없고 대학선배, 고등학교 선배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그런 설움을 뼈저리게 느낀 탓인지 객지 나와 고생하는 제주사람을 보면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 졸업 후 무작정 상경한 후배(제주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렇게 부른다)가 여관방에서 전전긍긍하며 일자리를 알아볼 때 집으로 데리고 와 취업할 때까지 숙식을 제공했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제주모임을 통해 후배들에게 일자리 연결도 많이 시켰다.

“제주 출신 중에는 집에서 귤농사 짓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아마 제가 한라봉, 천혜향, 감귤을 수천 박스 팔아줬을 거예요. 지인들에게 이왕이면 아는 후배네 농장을 소개해주면 좋잖아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먼저 나서서 도우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도움 받은 후배들이 그에게 와서 신세를 어떻게 갚냐고 늘 묻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현철씨는 이렇게 얘기한다고. “갚으려면 힘들어하는 제주 후배들을 도와라. 그게 갚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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