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저)

프랭크 밀러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300’은 기원전 480년에 벌어진 페르시아와 스파르타의 전쟁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300’은 한때 남성들 사이에서 복근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단단한 근육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시종일관 등장해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지만 이야기의 힘은 약한 편이다.

또 서양인의 시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가 동양인들이 보기에는 불편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페르시아 군대를 괴물로 그리고 있어 이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내용은 조금 생소하다. 스파르타 군을 배신하는 에피알테스를 장애인으로 설정하면서 장애인은 비장애인 집단에 속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DVD 부가영상에서는 “에피알테스는 역사에 의해 악마화 됐기 때문에 영화가 그를 꼽추로 묘사한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에피알테스가 장애인이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두식 교수가 펴낸 「불편해도 괜찮아」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를 부제에 걸맞게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인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출되는 장면들이 어떻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에서 여태껏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장면은 때로는 연출자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알리는 영화로 알려진 ‘오아시스’가 사실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뇌성마비장애인으로 등장하는 ‘한공주’(문소리)는 전과자인 ‘홍종두’(설경구)와 사랑에 빠져 함께 잠을 자게 되지만 ‘한공주’의 오빠는 종두가 공주를 강간하는 것으로 오해해 종두를 경찰에 신고하고, 공주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려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결국 종두는 다시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나 공주는 분명히 보다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릴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 체념해버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으로 장애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시각 자체가 더 큰 편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노골적으로 비하한 ‘300’보다 ‘오아시스’ 같은 영화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이밖에도 청소년·성소수자·여성·노동자·양심적병역거부자·인종차별 등의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함은 결국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다.

또 저자가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얘기하면서 ‘레즈비언’의 성행위가 나오는 영화에는 큰 거부감이 없지만 ‘게이’의 성행위가 나오는 영화는 공감이나 몰입이 어려웠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이는 남자인 자신이 레즈비언이 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게이’ 장면에서는 혹시 누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고 그로인해 차별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마음속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누군가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세상에서는 나 자신도 차별받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만3800원 | 창비)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