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린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거행되고 있다.
[뉴시스] 독재 타도, 민주화 투쟁의 기수, '문민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이 차가운 눈발을 뚫고 영면에 들어갔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됐다. 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가 이날 오후 1시55분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 도착하면서 영결식은 진행됐다.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종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25분만인 1시 55분께 국회 정문에 도착했다. 운구행렬은 율곡로-광화문-새문안로-충정로-마포대로-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운구차량이 국회 정문을 통과하자 사열해있던 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의 구호로 예를 표시하고, 조악대의 조곡 연주가 시작됐다. 김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내빈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고인의 마지막 길에 예를 표시했다.

정부에서는 이날 영결식장에 참석하는 내빈으로 장례위원 2222명을 포함해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80여명, 유가족 관련 인사 100여명, 각계인사 7900명 등 총 1만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 탓에 참석인원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건강상 이유'로 불참, MB 내외-권양숙 여사는 참석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4분,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됐다.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할 땐, 부인 손명순 여사가 무표정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귀빈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첫 줄에 자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영결식장에 불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차가운 날씨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도 불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위원회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총리는 '조사(弔辭)'를 통해 "우리 국민이 사랑한 김영삼 전 대통령님,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빈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해오신 대통령님의 발자취를 우리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황 총리는 이어 "우리는 오늘 우리나라 민주화의 큰 산이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있다"며 고인의 생전 업적을 열거했다.

황 총리는 특히 "대통령님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노력하셨다"고 평가했다.

또 "오늘 우리들이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이곳 국회의사당은 대통령님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님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2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故김영삼 대통령의 영정이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이어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있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고인에 대한 추도사를 이어갔다.

김 전 의장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섬겨오신, 진정한 문민 정치가였다"고 우리 헌정사 최초의 '문민 대통령'이 가는 길을 애도했다.

김 전 의장은 "그렇게 사랑하던 조국, 그렇게 사랑하던 국민, 그렇게 사랑하던 동지들을 남겨놓고 이렇게 홀연히 가셨나"라며 울먹이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해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치신, 희생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 실로 대통령의 생애는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민주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거짓과 위계, 음해와 사술을 배격하고 한결같이 '대도무문'의 정도를 걸어왔다. 뿐만 아니라 퇴임 후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의 앞에 단호한 대통령이었지만, 이웃들에게는, 동지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 지난 5일간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화로 소탈하고 가식없었던 대통령의 따뜻한 면모를 새삼 추억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이 모처럼 하나가 됐다"고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의장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말씀드린다. 참으로 참으로 수고 많으셨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 전 의장은 추도사 후 고인의 영정 앞에 분향하면서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어 고인과 유족의 종교인 기독교를 시작으로 불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파의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기독교 예배는 이날 장례식장에서 발인예배를 집전한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목사의 집전 아래,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등이 진행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현철씨 오열하기도, 장남 은철씨도 나와

고인의 생전영상이 상영되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故김영삼 대통령의 영정과 유해가 운구차에 실린 후 차남 현철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특히 고인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투쟁하며 내뱉은,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85년 전두환 정권에서 가택연금 당시 경찰앞에서 "날 감금할 수는 있어. 이런 식으로 힘으로 막을 순 있어. 그러나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은, 마음은 전두환이 빼앗지는 못해" 라는 고인의 육성 녹음이 흘러나올 땐,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차남 현철씨는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손명순 여사의 헌화와 분향을 시작으로 장남 은철씨, 차남 현철 씨 등 가족들의 분향이 시작됐다.

특히 장남 은철씨는 선글라스와 중절모를 쓰고 장례식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은철씨는 언론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도 언론을 비롯 주요 인사들도 은철씨의 생김새를 몰라 유가족이 은철씨를 안내하기도 했다.

추모공연은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청산에 살리라'를 불렀다.

3군(육·해·공군) 조총대의 조총 21발이 발사된 후, 김 전 대통령을 실은 운구차는 장지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출발하면서 1시간20여분의 영결식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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