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강제출국 때문에 양육권 고집”…법원 “고모 아닌 엄마가 키워야”

▲ 제주지방법원.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외국 국적을 가진 결혼이주여성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부여하는 이례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1가사부(재판장 허명욱 부장판사)는 베트남 여성 A(28)씨가 한국인 남편 B(50)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배우자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2009년 9월 B씨와 결혼하고 2010년 딸을 출산했다. 출산을 앞둔 상태에서 베트남에 있는 부모 역시 한국에 들어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A씨가 2012년 4월부터 모 항구 내 공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함께 일하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과 A씨가 친하게 지내자 B씨가 A씨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것이다.

결국 A씨는 2014년 5월29일 딸을 데리고 이주여성 보호시설에 들어가 생활하면서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소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A씨는 이혼소송에서 양육권과 친권 보장, 위자료 2000만원, 양육비 월 50만원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양측 모두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음으로 보고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고 베트남 국적의 A씨에게 양육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남편과 함께 딸의 공동친권자로 지정하는 한편 이례적으로 양육권자도 남편이 아닌 외국인 아내를 지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고 양육권을 주장하면서 한국어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면서 “반면 피고는 본인이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 있는 고모에게 아이를 맡길 예정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비록 외국국적이기는 하나 현재 부모가 모두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며 “부모를 비롯한 주위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임에 비춰보면 원고가 양육권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남편 B씨는 “원고가 양육권도 갖지 못하면 강제 출국명령을 받을 것을 염려해서 양육권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와 이혼하게 되면 원고에 대한 출국명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가능성만으로 원고가 딸을 양육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친권에 대해서는 “외국인인 아내가 아직 한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고 딸의 양육을 위해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두 사람을 공동 친권자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에게 매월 양육비 5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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