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고 있는 '위기관리대책회의'가 명확한 법적근거 없이 2년 동안이나 진행돼 왔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8년 7월10일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성격을 격상하고 지금까지 매주 1회 회의를 개최해 왔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 협의·조정 기구인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 이는 재정부가 주요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정책조정회의'의 명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재정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이와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의 명칭을 마음대로 변경한다고 법적 근거가 자동적으로 따라 오는 것은 아니다"며 "시행령을 바꾸든 회의 명칭을 바꾸든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회의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청와대가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며 명칭 개정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관리대책회의는 초기에는 경제 현안 및 경제정책과 관련해 관계부처 간 인식을 공유하고 금융위기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대응 방향을 협의하는 위기조정 기구적 성격이 짙었다.

논의하는 안건의 내용도 ▲성장,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의 동향 점검 및 대응 ▲유가동향 ▲물가동향 ▲금융시장 동향 ▲부동산시장 안정관련 사항 등 위기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위기와 관련 없는 안건들이 대다수라는 평가가 재정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는 위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명칭은 바꿔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느냐"면서 "청와대가 명칭을 아직 '비상경제대책회의'로 쓰고 있어 우리가 먼저 명칭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편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나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고 긴장을 늦출 단계가 아닌 만큼 당분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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