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변호사, 제주대축제 ‘청춘과 통하다’에 원희룡 지사와 함께 초청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7개 여성단체 ‘발끈’…“총학생회, 실망”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대학교 축제인 ‘2015 제라진 아라대동제’에 강용석 변호사가 강연자로 나선 것을 놓고 제주지역 여성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7개 제주지역 여성단체는 26일 논평을 내고 “여대생에 대한 성희롱 발언 가해자가 청춘의 멘토로 참여하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청년 멘토 프로그램인 ‘청춘과 通하다’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함께 초청된 강 변호사는 오후 4시부터 ‘청춘에게 한마디’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제주여성단체는 “강연에 강 변호사를 초청한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성희롱 가해자를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 내에 발을 딛게 하는 것은 제주도민으로서 용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이어 “아무리 좋은 취지와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 대상과 취지에 맞지 않는 강사를 초대했을 때는 이후 그에 대한 책임과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강연자는 주제와 취지에 맞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단순 유명세만을 따라 강연에 세우는 것은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를 나무라기도 했다.

제주여성단체에 따르면 강 변호사는 지난 2010년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회에서 ‘사실 심사위원들은 내용은 안 듣고 참가자 얼굴만 본다. 토론할 때 패널 구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구성해야 시선이 집중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강 변호사는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 그럴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안되더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여성단체는 “당시 여성 아나운서들과의 맞소송으로 대응하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성희롱 가해자가 과연 청춘과 소통할 수 있는 지, 그런 자격이 되는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에 묻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또 “더군다나 이 자리가 제주도지사와 함께하는 자리라서 더욱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원 지사를 향해서도 책임도 물었다.

이들은 “제주도의 청춘들과 만나는 자리인만큼 도지사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십분 이해하지만 도지사는 제주도의 어른으로서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인만큼 함께하는 패널에 대한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근 불거진 강 변호사 개인 신변과 관련한 문제들을 굳이 문제 삼지 않더라도, 대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람이 대학생들과의 소통의 자리에서 멘토가 될 수 있는지 학생회에 재차 묻고 싶다”고 거듭 잘못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언행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있는 사람이 과연 ‘청춘의 멘토’로서 청춘과 소통할 수 있을지 기대조차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오늘 강연의 장에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 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논평에는 민주노총제주본부 여성위원회, 서귀포여성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성회 등 7개 제주지역 여성단체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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