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치영 JDC감사, “정치인·낙하산 잊어달라”…제주도민 돼
“‘소통·배려·품격’ 원칙 어머니 같은 감사…퇴임 땐 ‘덕분’ 말 듣고파”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왔지만 그는 이제 정치와는 담을 쌓았다. ‘외지인’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 이상 외지인도 아니다. 비록 2년이라는 짧은 임기지만 제주도민이 됐다.

고난을 겪을 때마다 제주서 마음의 치유를 하고 돌아갔지만 이제 그 치유의 땅을 위해 제주에 정착했다.

▲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김치영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가 감사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11일 임명된 김치영(61)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

대구출신으로 1988년부터 14년간 국회 정책보좌관 및 대한민국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이사, 감사위원장을 맡았다.

JDC의 경영을 감시하고 제대로 된 방향성을 제시 하기 위해 내려왔다. 하지만 마침 JDC가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 그의 고민이 깊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공기업의 감사를 책임져보기도 했지만 새로운 감사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는 김 상임감사를 JDC 본사 감사실에서 만나봤다.

그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감사로서 보는 입장, 그리고 JDC의 방향성 등에 대해 자신의 소견을 털어왔다.  

소감은?

“3월11일 임명을 받는 날 부부모두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했다. 집도 살림도 모두 처분했다. 아예 제주로 이주해 온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데 성당도 제주로 바꿔버렸다. 돌아가려면 새로 집도, 살림도 장만해야할 판이다. 쉬는 날이면 아내와 함께 제주올레길, 사려니숲길 등을 걸으면서 여유도 즐긴다.”
“사실 아내가 가장 기뻐한다. 3번의 정치적 역경이 있었는데 뒷바라지 하면서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며칠 전 장생의 숲길을 걷는데 아내가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말없이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20여년 만에 보는 표정이다. 이신전심이라고, ‘이런 시간을 줘서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작은 기쁨을 줄 수 있어서 좋다”
“주변에서 제주가 배타적이라고 많이 한다. 그런데 내려오기 전 각종 정보를 훑어보니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제주도민들이 먹고 살기에 힘들고 바쁘게 살다보니 관광객이나 이주민들이 와도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직원들을 마주하다보니 직원들은 무척이나 순수했다. 진정성이 있고 세속적이지도 않다.”

정치인? 낙하산?

“여권의 인사로 임기를 마치면 곧바로 제주를 떠날 것이라는 나그네 격 ‘낙하산’이라는 비판의 기사를 봤다. 또 ‘제주홀대’라는 기사도 봤다. 사실 3번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인연이 없었던지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제주에서 10여일을 머물다 가곤 했다. 마음의 치유를 하고 갔다. 저에게는 제주가 치유의 땅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제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공모했고 치유의 땅을 위해 할 소임을 달라고 했다. 오히려 홀대받을까 걱정이다. ‘감사를 하는 대상은 인간이다’, ‘사랑을 준만큼 돌아온다’, ‘잃은 만큼 동화된다’, ‘기본적인 자세로 보여주고 던져주라’ 등의 다짐을 한다.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최소 5년 이상은 제주도에 있을 예정이다. 그 이상도 될 수 있다. JDC를 떠날 때에는 ‘덕분’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60세가 넘었다. 앞으로 정치의 ‘정’자도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려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제발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과 협박(?)을 했다. 30~40세이면 해보겠지만 제 나이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재산도 없다. 장인이 대구에서 유명한 정치인이다. 그 뜻을 이어받아 정치를 하려 했지만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국회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둘째가 정치를 하고 싶어 한다. 선거운동 할 당시 둘째가 공부를 하다가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내년에는 보좌관으로 임명될 것 같다. 아버지 대신에 정치하겠다고 하는데 ‘아버지처럼은 안 하겠다’고 한다. 시의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커나가겠다는 것이 둘째의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감사?

“JDC는 제주도민을 위한 공기업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하는 면이 있다. 다른 공기업과 달리 공기업 간의 교류도 많지 않다. 행정시스템도 정비돼야 한다. 지금도 충분하지만 TF팀을 통해서 행정적인 시스템으로 정비해야 한다. 경영정상화와 행정 밑바닥 정비 등 감사를 통해 업무의 질적 향상을 높이려 한다. 직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해서 직원들이 ‘감사를 잘 받았다’고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소통’·‘배려’·‘감사의 품격’을 키워드로 삼겠다. 김한욱 이사장이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높게 평가한다. 직원들에게 김 이사장이 믿고 따르는 아버지라면 감사는 어머니 같이 소통하고 배려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 어머니 같은 감사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련되고 품격 있는 감사를 하고 예방감사를 해야 한다. 적발사항 등 드러난 문제점을 빨리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JDC에서 감사의 새로운 개념을 적립하고 싶다.”

▲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김치영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상임감사
예래동?

“JDC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다. 사업 규모에 비해 적은 인원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보니 시행착오가 생긴 것이다. 사전 타당성과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려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더욱이 진행사업도 면밀히 시행하는 검토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음에는 시행착오가 번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JDC에 자체적인 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JDC의 사업은 제주특별법, 행정안전부, 국토부와 연계돼 있다. 사실상 JDC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도 편을 들어 같이 왔는데 ‘당신들이 해결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안타깝다. JDC의 자체법도 없고 위에서 정책결정을 하는 큰 기관이 있기에 눈치를 보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모색하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정도면 기재부장관인 부총리도 나서야 한다. 제주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다. 투자자들은 국제변호사를 선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잘못하면 국제적 소송이 우려된다. 투자금 2500억 원에 플러스 α까지 변상해야 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자신들의 주가가 내려가는 부정적인 일이 생기면 소송으로 넘길 수도 있다. 문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오히려 TF팀을 구성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제주도, 국토부, 기재부가 같이 문제를 공유해서 나가야 한다.”

개발사업 위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개발사업을 위주로 하다 보니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하고 시행착오를 밝혀서 재발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주민과 소통을 통해 국가의 사업을 대행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나랏일을 하는 시행사라는 느낌을 도민들에게 느끼게 할 수 있도록 도민들에게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취임식 때 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은 거대 프로젝트를 몸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갖고 있는 행운을 갖고 있다. 그 개발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기르면 앞으로 통일이 될 때는 선도적인 공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시점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

“JDC 감사는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감사 파트와 청렴 파트가 있는데 이 두 파트는 언제나 같이 하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제주도지사의 사람이 있을 경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능밖에 할 수 없다고 본다. JDC 감사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에 필요한 기관이 돼야 한다. 감사라는 것은 공적인 책무다. 자율성을 가져야 충분히 감사 기능을 할 수 있다. JDC 감사실과 언제든지 교류도 가능하다고 본다”

도민들에게

“중앙에서 내려올 때에는 심부름을 하겠다고 했다. JDC의 감사지만 공기업의 몫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민들의 심부름 역할을 하겠다. 앞으로 임기를 마치더라도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JDC가 선도적인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도민여러분께서 많이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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