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위, 추경 심의 중 원희룡 지사 KBS 인터뷰 내용에 강하게 성토
“도와 의회 간 관계개선 중 찬물 끼엊어…지사가 유언비어 퍼트린다”

▲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방송 인터뷰와 관련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최근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해 정리 추경은 물론 부결사태를 맞은 내년도 예산안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19일 오후 제주도의 소관부서에 대한 제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는 추경 심의보다는 원 지사의 이날 아침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의 인터뷰 내용을 놓고 도의원들의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

원 지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전체 금액으로는 증액이 안됐는데, 삭감한 금액들을 의회의 생각대로 여기저기 편성을 한 거다. 삭감한 금액은 저희 지방(제주도)이 중앙정부에서 받아온 국비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대거 깎아서, 무슨 단체들 여행 보내고 무슨 특정인들에게 보조금 주고 이런 부분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이거는 원칙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5일 제324회 제2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계수조정 과정에서 집행부의 참여를 거부했고 자기들끼리 그냥 다 예산을 짜놓고는 본회의장에서 예스냐, 노냐만 대답해라. 그러면서 동의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전부 부결을 시켜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0월에 도의회 의장께서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미리 의회랑 협의를 하자, 그래서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면서도 “당시에 의장님 자신은 좀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도의원들이 조금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의회가) 지금 사태를 왜곡시키고 있다. 예결위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들어가서 구두로 설명을 듣겠다. 항목별로 타당하면 우리가 동의를 해주고 도저히 예산편성 원칙이나 법 규정에 안 맞는 것에 대해서는 어차피 동의를 못하니까 그걸 우리가 명백히 밝히면, 그것을 심의과정에서부터 걸러서 동의된 것만 본회의에 올리면 서로 싸울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것에 대해서 저희가 수차례 요구를 몇 주 전부터 했는데 이걸 다 거부를 하고는 처리를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의 협의과정을 다 거부했으니까 그 내부에서 근거 자료가 있었을 테니 그거라도 달라고 제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지사는 진행자가 구 의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을 들며 ‘왜 잘 안 되느냐’고 묻자 “제주도는 정당정치적인 특성이 중앙정치랑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이 전해지자 오후 심의에서 행자위 의원들은 원 지사의 발언에 강한 비난을 성토했다. 특히 정회를 하며 추경 심의마저 중단했다.

김영보(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은 “저는 초선으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전체 도의원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지역에서 일하기가 힘들어진다”며 “도의원들이 상당히 잘못하고 있다고 전국적으로 말하면 도의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비판했다.

▲ 제주도의회 김경학 의원
이어 김경학(새정치민주연합·구좌읍·우도면) 의원은 발언 시간 동안 원 지사에 대한 성토로 일관했다.

김 의원은 “어제(18일) 의장이 개회사를 하면서 여러 말을 했다. 주목한 발언은 ‘의정과 도정 모두 지혜가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한다. 좋은 마음, 좋은 관계, 좋은 소통 속에 고요하게 잘 흘러야 올바른 지혜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못한 저부터 지혜가 모자랐음을 반성한다’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상당히 중요한 발언이다. 도민사회가 걱정하는 예산안 부결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솔직하게 말했다”며 “그런데 집행부를 대표하는 지사가 나름의 유감을 표명하고 자세전환이 일부 있어야 하는데 오늘 기사에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특히 “증액된 예산들은 읍·면·동에서 요구하지만 시에서 잘리고 도에서 잘린 예산들이 대부분이다. 1차 산업, 복지와 관련된 예산이 주를 이룬다”며 “중앙언론에서 큰 소리를 치는데 선심성 예산이 몇 건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예결위만 해도 수차례 고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증액된 내용들을 지사가 모르느냐? 실국에서 다 아는데”라며 “지사가 향한 제스처는 온당치 않은 것이다. 헐리웃 액션도 아니고 있을 수 없다. 의회의 의사진행은 의장에게 있다”고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의원들이 20억 원 요구했다고 중앙언론에 큰 소리를 쳤는데 의장이 요구했는지 누가 요구했는지 묻고 싶다”며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는데 중앙언론에 떠들면 의회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라고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그는 “제주도는 독특하다고 했다.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아직도 서울시민이냐”고 몰아세웠다.

그는 더불어 “의회를 공격하고 격리시키고 비난해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냐”며 “제주를 이끄는 도백으로서 부끄러운 것은 감출수도 있어야 한다.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솔로몬의 지혜에는 ‘진짜 생모는 자식이 잘못되는 것을 두려워 자신이 생모라는 것을 부정한다’고 했다. 원 지사가 제주도를 대표하는 수장이기에 제주도를 걱정하고 경제를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의장은 준예산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걱정하고 있는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주도의회 김황국 의원
원 지사의 같은 당인 김황국(새누리당·용담1·2동) 의원도 성토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오늘 아침 인터뷰는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했다. 최근에 구 의장과 지사가 언론에 나와 대담도 했고, 개선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도지사로서 아주 부적절했다”며 “지사의 의지를 거침없이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그 자체로 도와 의회 관계개선 문제에서 아주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더욱이 자신이 같은 당임을 강조하면서 “아주 제주도의원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민감한 시기에 신중하고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송을 했다는 것에 본 의원 마음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제주 방송이 아닌 중앙 방송이다. 심지어 제주도의원을 매도해도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리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으냐? 할 말이 많다. 도민들이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도와 의회 간에 개선의 의지를 엎는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 제주도의회 김희현 의원
김희현(새정치민주연합, 일도2동 을) 의원은 “도지사가 정치를 하는데 정치적으로 풀 문제도 못 풀고 있다. 도백이 언론에 나와서 하고 싶은 얘기, 안하고 싶은 얘기 다하니 안타깝다”며 “의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시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예산심의가 제대로 갈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획조정실장도 없고 부지사라도 와서 답변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넋 놓고 앉아 있을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예전에도 도의원들이 20억 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그렇게 한 것처럼 원 지사가 유언비어를 퍼트려 도의원들을 욕되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도백이 도의원이 증액한 예산은 사고가 나고 본인의 편성한 예산은 사고가 안 난다고 하는데 집행은 집행부가 한다”며 “도의원이 증액한 예산이 사고 나는 비율하고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비교하면 어디가 많으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는 “원 지사께서는 2010년도에 4대강 사업 당시 새누리당 사무국장으로 선봉장에 서서 날치기 처리했던 사람”이라며 “이제 와서 뭐가 떳떳하고 대다수 도민에게 거짓말 하느냐”며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고정식 위원장은 박정하 정무부지사를 출석시키기 위해 정회를 선언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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