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관 기획전 ‘꿈꾸는 노마드-섬의 시간’전
고권·오승용·이두원·한승엽·허문희 참가…7일부터

      허문희 작

오승용 작

제주 섬에서 꿈을 꾸고 있는 ‘노마드(유목민) 화가’들의 상상력 가득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이중섭미술관이 ‘꿈꾸는 노마드-섬의 시간’전을 기획하고 제주거주 화가 5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초대된 이들은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에 잠시 머무르며 작업중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화가들이다. 조각난 사물들을 유희적으로 묶어내는 고권과, 여행자의 시각으로 비현실적인 집을 지어내는 허문희, ‘표정있는’ 말 그림 연작에 자신을 투사하는 한승엽이 그 주인공. 패러디 된 잠녀를 그리는 오승용과 혼성모방을 동화적으로 풀어낸 이두원도 함께 자리한다.

이들은 두 가지의 공통점으로 묶인다. 동화적이거나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을 그려낸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꿈을 더욱 크게 펼치기 위해 제주밖으로 또는 제주안으로 눈을 돌려 부단히 거주의, 사고의 영역 이동을 꿈꾸는 이들이라는 점이 다른 하나다.

현대는 유목이 일반화된 사회다. 유목의 시작이 생존을 위한 이동이었다면 현대의 유목은 가치를 높이거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지향적 선택 유목이 대부분이다. 애초 유목민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어시스템이었던 도시들은, 오히려 직업따라 거주지를 옮겨다니는 ‘Job nomade’들의 천국이 됐다. ‘프로젝트’ ‘출장’ 이라는 이미 일상화된 말 속에는 이동하는 현대인들의 본질이 잘 담겨있다. 이들은 유목민처럼 일을 위해 떠나고 일을 위해 잠시 머물다 또다른 일거리를 찾아 다시 떠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떠나는 유목민들의 가슴에는 정착의 꿈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풍경은 다른 사고를 필요로 한다’는 구태의연한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유목민들은 언젠가의 정착을 꿈꾸며 오늘의 떠남을 멈추지 않는다.

고권, 허문희, 한승엽, 오승용은 제주출신의 화가이며, 이두원은 서울출신으로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에 들어온 또 다른 형태의 유목 화가다. 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이들이 떠남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잠시 캔버스 위에 도려낸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전시에는 각기 4~5점씩 모두 28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7일부터 11월 9일까지 이중섭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이어진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1000원(일반). 문의=760-3567.

<제주도민일보/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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