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인천광역시 연수가 선학동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 복싱 라이트급(-60kg)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인도의 사리타 데비가 준결승 한국 박진아와의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동메달 수상을 거부한 후 메달을 손에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사달이 났다.

1일 인천선학체육관에서 있었던 2014인천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라이트급(57~60㎏)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인도의 라이슬람 사리타 데비(32)가 시상대에서 메달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데비는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지 않고 은메달을 목에 건 한국의 박진아(25·보령시청)에게 건넸다. 다시 메달을 건넸지만 데비는 끝내 받지 않았고, 시상식 후에 그대로 퇴장했다.

전날 준결승에서 있었던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인천 선학복싱경기장은 그야말로 '불신의 링'이었다. '패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이날만큼은 패자들이 할 말이 많았다.

공교롭게 심판 판정에 항의를 제기한 이들은 모두 한국 선수를 상대했다.

이날 문제가 된 경기는 여자 라이트급과 남자 밴텀급(56㎏급)이었다. 한국은 각각 박진아와 함상명(19·용인대)이 출전했다.

박진아와 함상명 모두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는데 경기 후 상대 코치진들이 한결같이 강력하게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판정에 홈 이점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박진아는 여자 라이트급 준결승에서 데비와 경기를 펼쳐 승리를 거뒀다.

인천아시안게임 정보포털 '인포'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줄곧 난타전이 벌어졌지만 3명의 심판은 모두 박진아의 우세를 점쳤다.

이러자 경기 후, 인도 코치진이 판정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며 심판진에 격렬히 항의했다. 데비의 남편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심판이 오늘 복싱을 죽였다"며 소리쳤다. 이날 데비가 판정 불만에 대한 의사표시로 메달을 거부한 배경이다.

이날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건 박진아는 이와 관련해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기 때문에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판정은 심판분들이 내려주시는 것이니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함상명이 출전한 남자 밴텀급 8강에서도 판정시비가 불거졌다. 함상명에게 0-3으로 패한 몽골의 툭스곳 니얌바야(22)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표시로 경기 후, 한동안 링에서 떠나지 않았다.

몽골 코칭스태프는 "예전부터 몽골은 불리한 판정으로 승리를 빼앗긴 적이 많다"며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에 정식 절차를 밟아 제소할 것이다"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몽골의 한 기자는 "말도 안 되는 판정이다. 앞서 여자 경기에서도 인도가 당한 것이다"며 한국의 승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1일 AIBA는 몽골 선수단의 공식 항의를 규정을 대며 기각했다.

AIBA는 "경기 규정 8조 4항에 따라 몽골 선수단의 항의를 기각한다"고 했다. 경기규정 8조 4항은 '심판(Judge)의 결정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복싱은 종목 특성상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몽골 선수단 관계자는 "AIBA의 이번 결정은 선수들이 지난 4년간 흘린 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선수단 회의를 통해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고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한편 몽골 출신의 전 요코즈나(일본 스모 챔피언) 아사쇼류 아키노리(34)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Xuck Korea"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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