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원 도정 첫 행정시장 ‘인사 참사’…李 시장의 추락하는 도덕성
불법 정말 몰랐나? 장수의 모습 없어…감사위, 눈치 없는 결론 낼까?

협치를 내세우며 도민의 기대를 한껏 받고 출발한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 그러나 초반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원 도정의 첫 인사라고 할 수 있는 행정시장 공모를 두고도 말이 많지만 민선6기 원 도정의 첫 제주시장에 대해서는 ‘인사 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7일 정무부지사 및 두 행정시장 인선에 대해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새도정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인지, 협치, 새로운 성장, 더 큰 제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했다”고 밝혔다.

또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겸손하게 도민을 섬길 수 있는 사람, 변화의지와 현실감각의 균형을 갖춘 사람, 토론과 합의를 추구하며 타인존중의 자세를 충분히 갖춘 사람을 찾았다”며 “대통합을 위한 다양성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지훈 시장에 대해서는 “제주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인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업무능력이 탁월한 분”이라며 “시민사회 출신이기에 ‘협치’의 실제 모습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취임 전부터 내정설로 인해 행정시장 공모제가 무력해지더니 시민단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급기야 취임과 동시에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각종 의혹 제기에 불편한 심기를 SNS에 드러내더니 급기야 언론과의 일전을 벌이겠다고 선전포고했다. 그러나 도의원들의 잇따른 질책과 일부 시민단체의 강한 비판, 그리고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에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사과 내용에서 언론과 제주경실련에 의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사과를 한다고는 했지만 자신의 해명이 대부분이었고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몰랐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지훈 시장은  자신의 불법행위를 몰랐던 것일까?

▲ 이지훈 제주시장이 지난 18일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사과는 진정성이 제기됐다.
이 시장은 1980년대부터 시민운동을 하면서 제주지역 시민운동 1세대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이후 제주참여환경연대 창립멤버로서 각종 시민활동도 벌인다.

각종 개발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투쟁하며 자연을 지켜왔다. 특히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서는 특혜의혹과 비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과 함께 불법·탈법을 감시하는 시민운동가로서 그가 제주사회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때문에 원희룡 지사는 이 시장의 이러한 행적과 제주 시민단체 1세대라는 상징적인 모습에 자신의 첫 제주시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활동을 하면서 불법 증축과 허가를 받은 뒤 영업해야 하는 숙박업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분명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시민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례를 접했을 것이다. 또 시민단체 활동을 한창일 때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전문가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부분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그의 과거 경력에 비춰보면 너무도 ‘아리송한 일’이다.

더욱이 그는 시민단체 대표로서 ‘시민’이라는 이름을 걸고 권력과 사회 부조리를 감시했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서도 도덕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런데 위법 사항에 대해 ‘몰랐다’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 잘못을 그저 ‘무지(無知)의 탓을 돌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환경운동가다. 그는 1990년대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 투쟁을 계기로 환경운동을 시작한다. 골프장이 제주도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중산간이 파괴되자 그는 환경운동에 전념한다.

그는 특히 골프장들로 인해 한라산 중턱이 각종 난개발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게다가 한라산 케이블카도 환경훼손과 흉물이 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반환경 개발정책에는 앞장서면서 시민운동을 벌였던 그가 2012년 천연보호구역인 비자림과 바로 접한 지역에 집을 지었다. 카페와 단독주택이다.

비자림이 어떤 곳인가? 천연기념물 374호로 수령이 500~800년인 오래된 비자나무 30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천혜의 수림지구다. 단일수종의 숲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숲이다.

이 시장이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에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도 “국가지정 지구인 비자림 지구에 건축 신고한 2필지에 단독주택을 제외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일반음식점) 지역은 주차장과 인접한 임야”라며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라고 강조했다.

관리단은 특히 “주변에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등 수령이 많은 활엽 수목들이 생육하고 있어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앞으로 비자림과 인접된 사유지에 무분별하게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주변미관을 저해하고 훼손된다. 게다가 관광지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잘 지켜왔듯이 본 지구에서는 국민관광지로써 탐방객들에게 휴식 공간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체의 구조물시설을 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건축물 신축에 나서지 말라고 주문했다.

▲ 이지훈 제주시장이 비자림 인근 카페를 짓기 전(2010년 7월·다음 로드뷰)과 후(2013년 3월·네이버 거리뷰)
그런데도 이 시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카페를 만들고 집을 지었다. 더욱이 이 시장의 건축을 지으면서 울창했던 산림을 훼손하기도 했다. 관리단이 우려했던 부분이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2010년 이 시장이 건물을 짓기 전 사진과 지은 뒤 사진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과연 환경운동가로서 이렇게까지 건축물을 지었어야 했느냐는 지적은 당연하다.

제주경실련이나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가 지은 건물로 인해 주변 농경지나 자연녹지가 개발로 이어질지 우려하는 부분이다.

큰 건물이 아니라며 행정에서 철저한 관리로 막을 수 있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는 공정성 시비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이 시장은 과연 뭐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이 시장은 시민단체 대표로서 일반 시민들보다 높은 도덕성이 필요했었다. 이제는 46만 제주시민의 대표로서 그 시민들의 공복인 2천여 제주시청 공직자들의 수장인 제주시장으로서 더욱 높은 도덕성과 지도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최근 행보나 발언을 보면 과연 그가 제주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와의 일전을 선언하면서 “우리 2천여 제주시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사과를 할 당시에는 이러한 장수의 앞장서는 강한 의지와는 달리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였다.

▲ 이지훈 제주시장이 지난 18일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여러 의혹 중 불법 증축에 대해 “건축할 때는 건축사에게 건축 자체를 일임했다. 불법인 걸 알았다면 신고했을 것”이라면서 이를 간과한 건축사와 관리감독을 했던 공무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또 취재진이 ‘감사위 결과 만약 잘못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해당 공무원들만 징계를 받게 된다’며 입장을 묻자 “만일 저 때문에 공무원이 징계를 받게 된다면 죄송할 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당시 저는 압력을 넣을 위치도 아니었으며 민원을 위해 행정을 행한 공무원이 피해를 입는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어떻게 책임을 져야할지 고민해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로 인해 부하직원이 징계를 받게 되는데도 장수가 ‘죄송할 따름’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민해보겠다’며 무책임한 발언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일에 공직을 거명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부하직원이 다치는 것에 죄송하다고 한 것은 분명히 원칙적인 문제를 떠나 2천여 공직자의 대표로서, 46만 제주시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장의 이러한 논란에 급기야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시장이 자격이 없음을 강조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 동안 제주경실련이 이 시장의 직접적인 사과와 함께 도덕성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그 동안 침묵해 오던 제주주민자치연대도 지난 25일 한 발 더 나아가 이 시장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원 지사가 제주지역 시민단체들과 논의 없이 이 시장을 임명하며 시민단체들도 한껏 기대를 했지만, 그가 한 일들에 대해 그리고 그가 대처하는 일들에 대해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원 지사는 이 시장이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새도정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겸손하다”, “타인존중의 자세를 충분히 갖춘 사람”,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아이디어가 탁월한 분”, “‘협치’의 실제 모습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임명장을 전달했다.

이 시장의 의혹이 과연 ‘제주의 자연의 가치’를 키웠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언론사와 일전을 벌이겠다고 하고 자신의 일로 부하직원이 희생되는 것이 과연 권위주의적이지 않은지, 타인을 존중하는지, 그리고 협치의 모습을 만드는 것인지에도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 이지훈 제주시장이 비자림 인근 카페와 건물을 짓기 전(2010년 7월·다음 로드뷰)과 후(2013년 3월·네이버 거리뷰)의 비자림 입구. 이 시장이 건물을 짓기 전(위쪽 사진)에는 나무들이 울창했지만 건물을 지은 뒤(아래쪽 사진)에는 숲이 휑해졌다.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14일부터 이 시장의 건축물 특혜의혹, 불법 증축, 불법 숙박업 영업, 불법 건축물, 보조금 목적 외 사용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시작했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쯤에는 감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위원회는 ‘철저한 감사’를 공언했다. 이 시장은 건축물 특혜의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혹에 대해 시인한 상황이다.

원 지사도 “감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감사위원회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과연 감사위원회가 원 지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이 시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 어떤 잣대를 댈지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 그리고 정치권의 목소리를 감사위원회가 얼마나 반영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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