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세월호 생존 제주도민들이 전하는 침몰 순간 "순식간에 벌어져"

일부 도민 학생들 구조 나서…"학생들 울음소리 아직도 생생" 침울

▲ 침몰 세월호에서 구조된 이들 <왼쪽부터> 오용선, 정창진, 홍태철, 심상길, 김동수, 김영천씨
"배가 90도로 기울었다 가라앉기까지 10초도 채 안 걸렸다. 상황을 판단할 겨를조차 없었다"

침몰 세월호에서 구조된 생존자 제주도민 22명이 17일 전남 해남에서 여객선을 타고 오전 11시40분께 제주항에 도착했다.

22명의 생존자들 중 오용선, 정창진, 홍태철, 심상길, 김동수, 김영천 등 6명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개별화물차 운전자들로 화물과 차량은 전남 진도 수심에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이들은 당시 상황이 긴박했고, 배 안에서는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동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구하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까워했다.

오용선씨는 "구조된 것만 해도 다행이다. 고향 제주에 무사히 도착하니 이제야 긴장이 풀려 몸이 아프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찬진씨는 "배가 90도로 올라갔다가 가라앉기까지 10초도 채 안걸렸다"며 순식간에 벌어진 재난임을 설명했다.

475명의 탑승한 여객선에 179명만 구조된 상황을 그들은 이렇게 밝혔다.

"오전 8시30분 즈음인가? 배가 갑자기 틀리며 '쿵'소리와 더불어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TV를 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와봤더니 물이 차올랐다"며 "하지만 선내 방송에서는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

이들의 주장은 침몰 세월호에서 초동대응만 잘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었다는 말이다.

홍태철씨는 "배가 기울었는데도 선내 방송은 '기다리라'는 말을 해, 배가 40도 정도 기울일때부터는 더이상 기다릴수 없어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사고 발생 후 '쿵'소리를 두고 암초와 부딪쳤다는 추측설에 대해서도 "'쿵'소리는 암초와 부딪친 소리가 아닌 여객선에 실어둔 콘테이너가 떨어진 소리"라며 "배가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커브를 틀어 기울더니 콘테이너가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심상실씨는 "우리 숙소는 3층에 있었다. 수학여행 고등학생들과 거리는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수씨는 "현장 분위기는 아무리 말을 해도 설명을 못할 정도였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이어 "사고 후, 물이 선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순식간에 차 올랐다"며 "순간 학생들이 생각나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내에 있는 소방 호스를 끄집어내 학생들을 구하기 시작했으나 배가 기울어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비규환이었다"며 "배가 기우는 바람에 3층(숙소)에서 4~5층으로 기어올라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다"며 "학생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침울해 했다. / 제주도민일보 이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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