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엇을 위한 보호누각인가?…②전문가 등 “이해하기 어려워”

 

  ▲ 지난 1일 제주시 삼광사 문화재 보호누각 전경. 단청을 제외한 모든 공사가 끝난 상태다.

제주시 월평동에 위치한 삼광사가 소장하는 목조보살좌상은 제주도 문화재 제25호다.
 
삼광사는 제주도가 지원하는 예산 4억 원과 자부담 4억 원 등 총 8억 원을 투입해 목조보살좌상을 보호하는 보호누각을 만들었다.
 
보호누각은 목조보살좌상을 보관하고 관람객들에게 편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에 도는 타당하다고 판단,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본지 기자가 실제로 삼광사를 찾은 지난 1일, 보호누각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화구와 조리대, 배식대가 갖춰진 취사시설이었다.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이 무색하게 불을 다루는 취사시설이 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 지상 2층 규모 문화재 보호누각은 '향적전'이라 불리고 있다.
 
해당 사찰을 관리·감독하는 제주시 측은 “다용도로 사용할 공간을 사찰 측에서 자부담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차라도 마시기 위한 시설이 아니겠느냐”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울러 “제주시가 직접 발주한 사업이 아니”라며 “보조사업자(삼광사) 발주 사업이기에 지자체에 의한 계약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보조사업자가 도급업체를 선정·계약하고 시는 보조금 집행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다른 지역 사찰 관계자의 의견은 확연히 달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누각 취사 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이 어려운 사항 중 하나다. 정무적 판단에 의해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취사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삼광사와 마찬가지로 문화재 보호누각을 소유한 강원도 철원 도피안사 관계자는 “보호누각에서 취사시설이 구비됐다는 점은 이해가 어렵다”며 “규모가 큰 보호누각이라고 해도 취사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라도 담양에 위치한 용추사 관계자 역시 “기본적으로 문화재란 보호가 우선”이라며 “소방시설이 구비돼 있겠지만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한다면 역사적 유물을 유실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 문화재 보호누각 '향적전' 1층 초입. 불 켜진 곳이 식당 시설.
 
업계 전문가 의견 역시 사찰 관계자들과 비슷했다.
 
한 문화재수리업체 관계자는 “도에서 보호각 용도로 승인했겠지만 편의에 의해 용도가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누각 용도가 바뀐다면 보통 안내소 정도로 쓰이는 것은 더러 봤지만 식당시설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문화재유지관리를 위해 일하는 입장이지만 보호누각이 기본적으로 취사하는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삼광사 문화재 보호누각은 외벽에 색을 입히는 단청작업을 제외한 모든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삼광사 보호누각 건립에는 세금 4억원이 투입됐다. 올해 단청을 위해 2억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총 6억의 혈세를 투입해 건물을 세운 이유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업이 가장 선행돼야 할 ‘목적’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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